[글의 사진은 브런치북 프로젝트 마감이후 채워질 예정입니다]
요코초란 일본어로 '골목길'을 의미한다. 보통 요코초는 교통량이 많은 도로에서는 보이지 않는 좁은 길에 술집, 바, 식당 등이 늘어선 좁은 거리라는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골목길은 로지우라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 같은 요코초는 현재, 트렌디한 요식업과 만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주변 문화와 감각적인 디자인이 어우러져, 요코초는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요코초라는 더 이상 좁고 작은 골목길이 마치 편집샵 다채로운 감각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요코초는 더 이상 지하철역 근처의 그리움에 가득한 정겨운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트렌드를 따라가며 즐기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간을 만드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쿄에는 꾸준히 요코초가 생기고 있다. 그중 내가 방문했던 요코초는 총 6곳이다. 도라나몬요코초, 야에스퍼블릭, 시부야요코초, 유락 초요코초, 에비스요코초, 가부키쵸힐이다. 이 중에서 도라노몬요코초는 월컴그룹이, 야에스퍼블릭은 미쓰이부동산, 나머지 4곳은 하마쿠라상점제작소에서 만든 곳이다.
2020년 6월에 도라노몬 힐즈 비즈니스 타워에 오픈한 도라도몬 요코초는 도쿄안에서 유명한 음식점들이 집결한곳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유명한 음식점만을 모아놓은 푸드코트와는 다르다. 요코초와 푸드코트 그리고 공간디자인을 합친 감각적으로 트랜디한 곳이다.
톤 앤 매너는 공간의 기초다. 도라노몬 요코초를 기획한 월컴그룹은 다른 요코초와 달리 공간의 톤 앤 매너에 심혈을 기울였다. 도라노몬 요코초를 기획한 월컴그룹은 '음식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고품질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회사다. 자사 브랜드를 통해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외부 프로젝트에도 적극활용하고 있다. 현재 그들이 보유한 F&B브랜드는 딘 앤 델루카 재팬, 도쿄 근교의 갓 짜낸 생유로 만드는 치즈 공방과 같이 운영하는 피자가게인 굿치즈 앤 굿피자, 가게에서 직접 증류한 진을 즐길 수 있는 증류소가 딸린 선술집&바인 도라도몬 증류소, 아시아요릿집 Dongxi,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아메리칸 이탈리아 식당인 TWELVE GARDENS BAR & GRILL, 카페 겸 바인 VALLEY PARK STAND, REVIVE KITCHEN THREE.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는 GEORGE'S, 시보네, 투데이스스페셜, 커넥트, SOUVENIR FROM TOKYO(도쿄 신미술관의 뮤지엄숍), 웰컴마켓, HAY. 그 외에 TOKYO!!! 그란스타 도쿄, sequence MIYASHITA PARK 등 공간기획의 베테랑이다.
웰컴그룹은 도라도몬 힐즈의 전체 공간색을 진한 갈색으로 정했다. 당연히 같은 톤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진한 갈색 목재를 많이 사용했다. 자연스럽게 도라노몬힐즈에 입점한 가게들도 진한갈색과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낮은 조도의 조명을 사용했다. 의자와 테이블도 마찬가지다. 물론 붉은색과 형광등을 많이 사용해 화려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내는 하마무라상점식 요코초와는 정반대다. 하지만 이것이 도라도몬 요코초만의 느낌을 만든다. 도라도몬 힐즈의 콘셉트 자체가 '비즈니스'이다 보니, 도라도몬 요코초는 자연스럽게 도라노몬 힐즈와의 톤 앤 매너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도라노몬 힐즈 전체를 고려한다면? 월컴그룹의 선택은 지극히 당연하다.
도라노몬 요코초를 만든 웰컴그룹은 이러한 요코초의 단점을 개선했다. 요코초의 번잡한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각 점포들의 공간들이 잘 섞이도록 공간배치를 잘했다. 마치 시보네, 시보네케이스, 투데이스스페셜에서 보여준 상품진열방식을 도라도몬요코초에는 각 음식점에게 동일하게 적용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도라노몬 요코초는 세련되면서도 차분하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편안하다. 빌딩 내에 자리한 요코초답게 통로도 여유가 있다. 다소 거친 느낌이 강한 하마쿠아식 요코초와 다르게 검은색과 갈색을 적절하게 사용해 안정감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안온한 공간 덕분에 주말이 되면 가족 동반으로 점심을 즐기는 손님들도 있다. 직장인들이 회식을 하기도 한다.
도라노몬요초코가 깔끔하게 정돈된 요코초라고 해서 하마쿠라상점제작소의 요코초보다 우월하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요코초가 어떤 형태와 섞이고. 그것이 각 공간마다 어떤 경험을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하다. 가마쿠라가 상점제작소가 최근에 만든 가부키 쵸은 가부키쵸타워 1층에 입점했는데, 가부키쵸타워콘셉트에 맞게 공간을 말끔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라노몬 요코초는 그 자체가 도라노몬 비즈니스 타워에 있고, 빌딩 공간자체를 언제나 모리빌딩과 상의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모리빌딩과 월컴그룹이 모양을 서로 의논할 수밖에 없고 전반적인 디자인이 모리빌딩과 맥락을 같이 하는 건 당연하다. 이는 모리빌딩이 관련부서를 통해 언제나 테넌트들과 이러한 부분을 상의하기 때문이다.
도라도몬 요코초는 다양한 장르의 점포 26개가 입점했다. 도라도몬 요코초의 차별점은 다른 요코초와 다르게 '요코초를 이용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특히 요코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유좌석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요코초안에서 음식주문방법, 주류구입방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 요코초를 모르는 사람들도 손쉽게 이용하게 해 놓았다. 하마쿠라 상점 제작소가 만든 요코초는 요코초의 원형을 기반으로 요코초를 만들었는데, 요코초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면이 적지 않다. 나 역시도 도라노몬 요코초에 가기 전까지요코초의 문화를 자세히 알지 못했다.
도라노몬 요코초에서 주목할 코너는 'Toranomon Yokocho Cellar'다 이곳에서는 도라도몬 힐즈에서 반입할 수 있는 와인을 살 수 있다. 이곳을 만든 인물은 와인 테이스터 '오오에시 기유'. 그가 감수하는 도라노몬 요코초의 와인 셀러 「HAND PICKING WINE」의 큰 와인 셀러에는 세계 10개국 이상, 150~200종류의 와인을 완비했다. 여기서 구입한 병 와인은 각 가게에 반입하여 마실 수 있다. 또한 이곳의 기획을 담당한 월컴그룹도 도라노몬 증류소를 요코초안에 출점시켜 도라노몬 요코초안에서 직접 증류한 진과 음식을 선보인다.
도라노몬 요코초 같은 경우, 지금까지 여러 점포를 만들지 않았던 유명가게들도 입점했다. 요코초안에서 한정 팝업 레스토랑을 열기도 한다. 2024년 1월 첫 주에는 쌀과 우유소비를 응원하기 위해 만든 한정판 볼로판 파스타 레스토랑행사가 열리고 있다. 또한 야끼도리로 미슐랭별을 받은 버드랜드 분점도 이곳에 입점했다. 시부야에서 대만과 중국요리로 유명한 TAMA도 이곳에 입점했다.
중요한건 어떤 음식점이 입점했는가?그것이 아니다. 그보다 Toranomon Yokocho Cellar, 증류소, 도라노몬요코초의 다양한 음식들점이 요코초 문화와 만나면서 새로운 공간경험을 만든다는 점이다.요코초, 와인페어링, 요코초를 섞으니 음식편집샵이 만들어진 셈이다.
도쿄빌딩에서 많은 음식점들은 독립된 공간에서 '음식'이라는 한정된 기능밖에 하지 못한다. 아무리 음식맛이 훌륭하고, 퍼포먼스를 보여준다고 해도, 음식점은 공간제약 때문에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경험은 오직 '음식점'뿐이다. 그러나 도라나몬요코초는 음식점의 한계를 요코초가 돌파시켜 버린다. 요코초의 문화들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요코초안에서 다른 가게들의 음식과 각종 문화를 다양하게 접하게 만든다.
여기에 사람들이 좌석을 공유하면서 그 자체가 하나의 시장터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요코초이용방식을 친절히 설명한 배려와 깔끔한 좌석은 요코초와 다소 거리가 먼 가족손님까지 도라노몬 요코초로 끌어당긴다. 뿐만 아니라, 도라 모몬 요코초는 도라마몬힐즈 레지던스타워 와로 도보로 10분 이내로 연결되어 있다. 레지던스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도라노몬요코초를 찾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다양한 문화생활은 모리빌딩이 추구하는 콤팩트시티라는 브랜드철학을 고스란히 구현한다.
도쿄에서 요코초를 하나의 비즈니스모델로 키운 건 하마쿠라 상점제작소의 하마쿠라 요시노리다. '하마쿠라 상점제작소'는 시대, 세대, 시장의 잠재적 요구를 포착해, 웃음과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상점 제작 그룹이다. 하마쿠라 상점제작소를 만든 하마쿠라 요시노리. 그는 '에비스요코초'부터 시작해 다양한 요코초를 만들었음뿐만 아니라, '요코초'를 다양한 테넌트로 활용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특히 미야시타파크에 입점한 시부야요코초의 성공은 '요코초'모델이 보다 다양한 지역재개발에 활용될수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시작은 에비스 요코초였다.
에비스 요코초를 만들기 전 하마쿠라 상점제작소의 대표인 하마쿠라 요시노리는 2005년 도쿄 나카노에서 슈파마켓 체인에 밀려 폐점위기에 몰린 생선가게를 이자카야로 바꾸면서 폐점위기의 가게를 재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가게 이름은 '나카노 우로코'. 그는 '생선가게 주인은 요리를 만들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해, 손님들이 생선을 직접 구워 먹는 방식의 이자캬야를 만들었다. 인테리어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생선가게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이 프로젝트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 당시 '나카노 우로코'는 해산물을 놓은 상자를 늘어놓고, 손님들이 좌석에서 생선을 굽는 스타일이었는데, 이것이 하마야키라는 불리면서 유행을 타기도 했다.
'나카노 우로코'의 성공 이후, 하마쿠라 요시노대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점주도 직원도 즐겁게 일하는 집합체가 갖추어진 술집 거리'였다. 때 마침 그는 우연히 에비스역 근처의 공설시장이었던 '야마시타쇼핑센터'를 지나고 있었다. 셔터부터 시작해 문과 문틀은 녹슬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역 근처의 입지가 좋은 곳을 빈 공간으로 두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곳을 보자마자 '쇼와시대 분위기가 남는 장소. 여기를 술집 거리에 다시 만들어 쇼와시대 당시의 활기를 되살리고 싶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곳에서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 당시의 야마시타 쇼핑센터는 에비스 역에서 도보 2분의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에비스지역의 개발과는 다르게, 이곳만은 재개발이 되지 않은 게 의문이었다. 이유는 복잡한 토지권리 때문이었다. 일단 야마시타 쇼핑센터는 쇼핑센터 위쪽 맨션 소유자 전원의 개발승인이 필요했다. 과거에도 재개발을 시도한 회사들이 몇 개나 있었다. 하지만 다들 복합한 지권 때문에 개발을 포기해 버렸다. 당연히 돈도 유명세도 없는 하마쿠라 대표가 이곳을 술집 요코초로 만들자고 할 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6개월간 꾸준히 노력해 집주인을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찬성을 받았다. 또한 재개발을 진행하면서도 요코초에 들어갈 가게들을 모집했다.
일단 그는 유명한 가게들이 입점하거나, 회사 하나가 쇼핑센터를 통째로 빌리는 방향은 피했다. 이렇게 하는 경우 재개발은 한다고 해도 이전과 비슷한 분위기가 만들어질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지인 혹은 출점하려는 마음이 사람들을 한 명씩 만났다. 그는 사람들에게 에비스요코초라고 불릴 공간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좁은 가게크기, 가게끼리의 소통, 가게를 열었을 때 생길 많은 부분들. 특히 요코초의 특성상 가게들이 많은 부분들을 공유해야 한다는 부분도 설명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에비스 요코초는 13개의 가게로 시작할 수 있었다. 에비스 요코초에서 가장 작은 곳은 1.4평이었으며, 가장 넓은 곳도 6평 정도였다. 즉, 에비스요코초는 아주 작은 가게들의 연합체였다. 처음에는 13개의 가게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20개까지 늘어났다.
에비스요코초의 톤 앤 매너는 붉은색과 노란색이다. 쇼와시대의 분위기를 담기 위해 자재들은 나무다. 인테리어와 상품진열도 일상 용품들을 그대로 사용했다. 간판도 아주 작다. 오히려 레트로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만든 레트로 디자인은 아니다. 플라스틱박스에 나무를 덛때어 만든 의자, 나무젓가락, 익살스러운 간판, 이리저리 붙여진 스티커와 QR코드. 오히려 노란색과 붉은색 조명은 날것의 각종 자재들의 물성을 돋보이면서 요코초를 생동감 있게 만든다. 아늑하지만 거칠지만 정겨움 느낌이 매우 강하다. 덕지덕지 붙여진 스티커는 맥북과 리모아 캐리어가 연상된다. 거리의 문화 그 자체를 요코초안에 꽉꽉 채웠다. 서울 종로의 광장시장과 비슷하다. 복도와 테이블 간의 사이도 매우 좁다. 한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다. 이러한 좌석배치는 공간경계를 애매하게 나눈다. 세련된 분위기늬 도라노몬 요코초와는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에비스요코초는 남녀노소가 쉬게 모일 수 있고, 세대 간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에비스요코초의 톤 앤 매너는 유락초요코츠를 포함해 시부야요코초, 가부키쵸홀까지 하마쿠라식 요코초디자인의 기본틀이 되었다.
에비스 요코초는 오픈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변함없이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제 에비스요코초는 지역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공간으로서 사람들에게 계속 사랑받고 있다. 무엇보다 에비스 요코초는 하마쿠라 상품제작소가 만든 하마쿠라식 요코초의원점이자, 목표이자, 잊지 않아야 할 브랜드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하마쿠라식 요코초는 요코초를 인공적으로 만든 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에비스 요코초는 젊은이들에게 있어 '쇼와 시대'라는 '역사 있는 진짜 요코초'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경험은 일본 MZ 세대들의 문화와 합쳐져서 요코초 그 자체를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요코초를 하나의 '공간 재개발'의 형태로 만들게 되었다. 모리빌딩이 '힐즈' 브랜드를 통해 도심 재개발의 모델을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2014년 봄, 하마쿠라 상점제작소에 생소한 목소리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시부야 미야시타 공원의 재개발 시설에 하마쿠아식 요코초가 입점하면 어떻겠습니까?" 메시지를 보낸 이는 평소에 '에비스 요코초'를 자주 이용하던 여성이었다. 그녀는 미쓰이 부동산 상업시설개발 담당 부서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녀는 에비스 요코초를 '쇼와 세대가 느끼는 추억이 아늑한 술집이 아닌, 젊은이의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하마쿠라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부야 미야시타 공원 일대 재개발 프로젝트 멤버가 되자마자 곧바로 생각났어요. 미야시타파크에 에비스요코초 같은 곳이 입점하면 멋지겠다"
"우리가 만드는 쇼와 시대 느낌의 요코초는, 세련된 하이 브랜드가 나열된 상업 시설에 어울리지 않아요. 그런 이야기가 회사 상부에서 승인될 리가 없죠." 하마쿠라는 웃으며 답했다.
그에게 미쓰이부동산의 제안은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로 여겨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상층부 승인을 받았어요! 미야시타파크 안에 요코초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떠세요?" 속사정은 이랬다.
미쓰이 부동산은 미야시타파크부동산 재개발사업에 공모전에서 미쓰이 부동산 상업시설 개발팀은 지금까지 없는 상업시설'이라는 주제로 시부야구에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하마쿠라식 요코쵸'를 대대적으로 소개했다고 한다. 이렇게 시부야요코초를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요코초의 문화를 세대로 이어가려는 노력에서 시작한 에비스요코초와 달리, 시부야요코초는 시부야에서 점차 사라지는 요코초. 시부야에 사람들이 모일만한 거리가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과거 시부야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절, 참번교대제를 위해 일본 전국 각 다이묘들이 모이던 곳이었다. 지방의 다이묘들이 모이다 보니, 시부야는 자연스럽게 교통요지가 되었다. 또한 국내외 새로운 문화들이 시부야를 통해 유입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들이 시부야안에서 꽃을 피웠다. 이는 시부야안에서 서브컬처가 융성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시부야와 가까운 시모키타자와와 기치조지까지 이어졌다. 이 기반에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인 야마노테문화가 있었다. 이 문화는 근대화 이후, 일본 화이트컬러의 기반이 되었다.일본문화의 디딤돌을 만든 지역은 시부야다. 시부야파르코는 시부야안에 문화적인 터전을 만들었고, 분카무라와 히카리에도 있었다. 또한 시부야와 가까운 하라주쿠에는 모리빌딩의 라포레 하라주쿠를 중심으로 문화가 꽃피우고 있었다.
'젊음의 거리'라고 불리는 시부야는 일본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비트밸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시부야에 '사람이 모이는 장소'. '사람의 웅덩이'를 만드는 일은 시부야 본연의 가치에 부합한 일이다. 오히려 지금의 시부야는 대대로 내려오던 좋은 문화들이 쇠퇴해가고 있다. 그저 분주함만 남아있다. 수많은 사람들과 관광객들만 보일뿐이다. 시부야의 건물들. 빌딩들이 생기고 있지만 건물만 점점 고도화되었을뿐아니라. 오히려 그 고도화를 뒷받침할 문화는 비어 가고 있다. 커뮤니티는 더 없어지고 있다. 하마쿠라 상점제작소는 과거 시부야의 문화. 이것을 이어가자는 생각. 이 콘셉트에서 시부야요코초를 시작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음식으로 모이는 '장소'였다. 그는 언제나 장소에 집중했다.'골목'에 초점을 두었다. 유락초 요코초에 산지직송 골목을 만든 이유도, 죽어가는 상점골목가를 살린 에비스요코초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음식점을 한데 묶어 골목길 스타일의 메뉴를 제안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아이디어는 젊은 세대의 기호에 맞을 뿐만 아니라, 사라져 가는 요코초 문화를 살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그는 시부야 요코초를 만든 의도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부야 거리에서 사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시부야에서 약속을 잡을 때 가장 먼저 떠오리는 만남의 장소. 그 역할을 하는 곳. 매일매일 축제가 열리도록 하는 것이 시부야 요코초의 목표입니다. 변화하는 시부야의 거리에서, 이 시부야 요코쵸가 다음 세대로 연결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시부야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 가고 싶어요."
시부야 요코초는 시부야역에서 하라주쿠 방면으로 향하는 작은 뒷골목. 전체 길이가 약 100m에 달하는 이 골목은 '요코초'를 만들기 위해 최상의 위치를 자랑했다. 시부야요코초는 처음에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닌, 에비스요코초를 동일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만들기로 했다. 에비스 요코초처럼 다양한 음식점이 입점하고, 하마쿠라 상점 제작소가 요코초 전체의 디자인과 운영을 총괄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하마쿠라는 미야시타파크 안에서 '에비스 요코초' 같은 소규모의 요코초는 건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기존의 '음식점 플로어'가 되어 버릴 거라 우려했다.
하마쿠라는 '시부야 요코초'의 개념을 '젊은이의 활기 넘치는 장소에서 미래 도시로 새롭게 태어나는 시부야. 그 도시에 어울리는 요코초'라는 주제로 진화시켰다. 그는 이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일본 각지의 다양한 음식을 한 장소에 모으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경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 같은 요코초'를 미쓰이부동산에 제안했다. 이러한 관점과 제안은 도쿄 미드타운에서 미쓰이 부동산이 보여준 가치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미쓰이 부동산 또한 '요코초'와 '요코초' 문화에 충분한 공감 했다.
'요코초'는 특성상 이곳 상점들은 '조밀'하게 붙어있다. 또한 사람들은 골목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시기 때문에, 골목은 언제나 '새벽'까지 사람들이 북적인다. 영업시간제한을 두는 상업시설과는 달랐다. 미쓰이 부동산은 시부야요코초를 만들기 위해 구획으로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형태를 버렸다. 하마쿠라 상점제작소는 '요코초'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미쓰이부동산과 하마쿠라 상점제작소는 건축 전 계획부터 함께 계획했다. 이 같은 과정 때문에 시부야 요코초는 일체형 매장이 되었고, 테마파크 같은 모습을 넣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통로가 붐비는 '일체감'을 표현할 수 있었다.
시부야 요코초의 공간감이 단연코 돋보이는 이유는 위치다. 시부야 요코초는 미야시타파크 남쪽출구 쪽이자,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를 마주 보고 있다. JR야마노테선 바로 옆이다. JR시부야역 하치코역출구에서 나와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와 시부야히카리에 가는 길목. 미즈호은행과 시부야 빅카메라로 가는 길목에 있다. 미야시타파크가 철로 옆에 있다 보니, 시부야 요코초는 자연스럽게 선로아래 만들어진 거리 같다. 우에노 아메요코시장과 나카메구로역 식당가 분위기와 비슷하다. 시부야 요코초 앞에는 아주 작은 요코초가 또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시부야요코초를 거치면서 주변 분위기와 아주 절묘하게 이어진다. 번잡한 시부야가 이곳에서는 쾌적하게 느껴질 정도다.
2020년 8월 4일,"시부야 요코초"는, 전국의 식문화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도 개최할 수 있는 공간. 쇼와시대, 영화, 문화를 융합시킨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 요코쵸'로 문을 열었다. 시부야요코초는 하마쿠아적 상점 제작소가 만든'요코초' 중에서도 규모가 제일 컸다. 실내는 303평, 1200석의 좌석을 배치했다. 산책로에는 테라스 300석을 만들었다. 또한 시부야 요코초는 시부야역의 중심에 위치했기 때문에 점심 수요를 높게 상정해 메뉴도 풍부하게 구성했다.
시설 안은 100m에 걸쳐 19개 식당과 술집이 몰려있다. 시부야 요코초는 이곳에서는 일본 전역의 음식을 판매하는데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 지역의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로컬음식을 선보이는 13개의 점포들 이름은 모두 '식시(쇼쿠시)'라는 명칭으로 통일했다.(홋카이도, 도호쿠, 간토, 요코하마, 호쿠리쿠, 도카이, 긴키 1, 긴키 2, 중국, 시코쿠, 규슈, 오키나와, 한국) 그 외 나머지 6 점포들은 닭고기에 특화한 가게인 '호테이', 쇠고기・돼지고기에 특화한 가게 '다이코쿠', 생선에 특화한 가게 '하마게', 은퇴한 스모선수가 직접 만든 스모음식 전문 '요로즈', 낮에는 카페이면서도 밤에는 바인 ' 시부야 바', 그리고 레트로분위기를 연출한 카페이자 가라오케 스낵바 '사회데'다. 또한 요코초답게 요코초안에서 다른 가게의 요리를 주문한 뒤배달을 부탁할 수 있다. 요코초안의 점포는 모두 하마쿠라 상점제작소가 경영한다. 각 점포에 점장만이 존재한다. 각 가게에는 주방이 설치되어 있으며 식재료비, 광열비 등을 평수로 나누어 매장마다수 익을 산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좋은 의미에서의 점포 간 경쟁을 만들고점포 간에 조미료나 스태프의 대여를 하는 등공동체의식도 만들었다. 각 점포에는 정사원 3명 외에 전점의 아르바이트를 합산하면 종업원은 약 300명이 된다. 모든 식당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벽이나 문을 사용한 공간구분이 없다. 자리는 비좁다. 불편하지 않다. 앉아있으면 서로 부대끼는 느낌이다. 공간 조명도 통일했다. 붉은색과 주황빛이 절묘하게 섞여있다. 시부야 요코초안에는 디지털 사이니지도 약 100개 정도 설치해 각지의 축제 영상, 프로그램 등을 계속 볼 수 있다. 요초코의 한쪽에 마련된 '요코쵸 광장'은 도시 주민과 지방을 연결하는 커뮤니티의 장소이자지역축제, 엔카 아티스트, DJ, 애니메이션과의 협업도 하고 있다. 게다가 스크램블 교차로 근처 '삼천리 약국'의 전광판과 연동해 '시부야 요코초' 내에서 진행되는 이벤트 등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전에 오픈한 유라쿠초요쿄초는 2018년 7월, JR내진 보강 공사로 인해 폐점했다. 내진공사가 끝난 2019년 12월, 유락초요코초는'유락초나오요코초'로라는 이름으로 재오픈했다. 유락초요초코는 230평에 좌석은 900석. 2010년 오픈 했을때보다 2배정도로 규모를 더 키웠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생산자와 연결된 하마쿠라상점제작소의 11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전반적인 공간감은 에비스요코초하고 거의 같다. 다만 에비스요코초와 다르게 노포 느낌이 조금 더 강하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공간전체를 이끌고 있지만,에비스요코초와 시부야요코초보다 노란색이 더 강하다. 또한 전구색 조명을 더 많이 사용해 아늑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도 강하다. 요코초를 가르는 중간통로는 사람 한두 명이 지나갈 정도이고, 그 길에도 중간중간에 간판들이 종종 놓여있다.크게 적힌 한자폰트는 쇼와시대의 향수를 자극한다.
신바시 근처는 워낙 이자카야가 많다 보니 신바시의 분위기가 조금 더 강하다. 나는 이날 신바시의 유명한 이자카야 체인점인 신지다이에 방문했는데, 유라쿠초요코초와 분위기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 인테리어도 전반적으로 에비스요코초와 비슷하다. 요코초안 식당들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만, 좌석들은 모두 공유좌석이다. 물론 요코초이기에, 다른 식당음식도 주문해 먹을 수 있다. 가장 재밌는 공간은 한국 식시 매장이다. 일본전통공연이 나오는 사이니지 아래에 일본모델포스터와 한글로 적힌 참이슬 포스터가 같이 있다. 일본어 가운데 낯설게 놓인 한국어는 유락초 요코초를 이국적으로 만든다.
유라쿠쵸요코초에서 '유락초나요코초'로 리뉴얼했지만, 겉모습은 이전과 크게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기존의 유락쿠초요코초에서 시작한 산지 브랜드는 하마쿠라 상점제작소의 사업 콘셉트가 되었다. 유락쿠초 요코초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산지브랜드는 다른 요코초의 출점과 함께 많은 생산자들과 사람들을 연결해 도심 음식점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과 유통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농어촌에서 과소화와 가격경쟁력등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하마쿠라 상점제작소를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는 현상자체를 알리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2010년 유락쿠초 요코초를 만들었다. 산지재료를 토대로 만든 음식점은 산지상품의 훌륭함을 고스란히 알릴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충분히 홍보가 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산지에서 농생산물 생산을 하려는 젊은이들도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마쿠라 상점제작소는 먼저 '산지재료'를 주로 사용할수 있는 음식점을 브랜드로 만들었다. 그 후 이렇게 만든 브랜드를 유락쿠쵸 요코초에 입점시켰다 이렇게 하면 유락쿠쵸 요코초는 자연스럽게 산지상품이 모이는 유통지점이자 소비처가 된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하마쿠라 상점제작소는 이 브랜드를 다른 유락초에 출점시켰다. 이렇게 하면 산지요리점의 식재료 유통구조도 확장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와테의 닭고기에 아오모리의 마늘을 사용하는 브랜드를 만든다. 훗카이도의 오누마목장에서 기른 소고기를 사용한 브랜드,미야자키의 고등어와 전갱이를 사용하는 브랜드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자사브랜드를 요코초에 넣고, 그 요코초에 제품을 납품하기 때문에 유통구조는 느리지만 점진적으로 커진다. 게다가 하마무라식 요코초에서 가게크기는 1.4편에서 6평 정도로 아주 작기 때문에 브랜드유지에 큰 부담이 없다. 이러한 접근은 디앤디파트먼트가 디쇼쿠도를 통해 일본 47도 현의 음식과 식재료를 소개하는 방향에서 보다 더욱 발전한 형태다. 이런 측면에서 유락초 요코초는 요코초에 어울리는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환경과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에비스요코초와는 또 다른 하마쿠라상점의 기반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마쿠라 상점제작소가 생각하는 요코초는 누구나 자유롭게 모이는 공간. 문화와 문화가 이어지면서 전세대가 같이 어울리는 광장이다.하마쿠라대표 본인이 요코초를 사회적인 직함이나 연령, 성별 등에서 벗어난 커뮤니티로 바라본다. 조그마한 복도에서 자연스럽게 타인과 만나게 되고, 공유된 좌석에서 옆사람과 이야기하고, 술을 먹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친해지는 곳. 그는 요코초를 이런 공간으로 생각한다. 이는 모든 요코초가 지향하는 공통적인 방향이다.
하마쿠라 상점제작소가 만든 하마쿠라식 요코초는 기본적으로 술집 문화와 커뮤니티의 계승과 재생이라는 공통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입지에 따라서 요코초는 그 성격이 바뀔 수밖에 없다. 지역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가본 에비스, 유라쿠초, 시부야, 가부키쵸힐등은 비슷하면서도 요코초마다 표현하는 콘셉트가 완전히 달랐다.
'에비스 요코초'는 커뮤니티성이 우선이다. 2008년 당시, 에비스에는 남녀노소가 모이는 장소가 없었다. 에비스 요코초는 좁은 공간 속에서 자연과 세대를 넘은 교류가 목적인 공간 지역 커뮤니티를 목표로 했다. 개인취향을 요코초로 만든 곳도 있다. 바로 나카노에 위치한 징가로 요코초다. 이곳은 '나카노 브로드웨이'안에 있는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사무실이다. 루이비통과의 협업으로도 유명한 그는 자신이 만든 캐릭터이자 작품인 '카이카이키키'를 통해 이곳에서 갤러리, 숍,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다. 평소에 에비스 요코초를 자주 이용하던 그는 하마쿠라상점제작소에 의뢰해 사무실 자체를 현대미술과 융합해 요모초로 만들었다. 징가로요코초같은 경우는 개인취향과 요코초를 섞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다르게 유라쿠초 요코초가 있는 유락초와 긴자 지역은 수많은 안테나 숍이 모여 있다. 그중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가게는 의외로 적다. 또한 유라쿠초에는 지방 각 현의 안테나숍도 있다 보니, 지방 자치체의 담당자가 도쿄를 방문해 현지 제품의 소비동향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매우 편리한 장소이기도 했다.하마쿠라상점제작소는 이 같은 긴자와 유락초지역의 특징을 보았다.생산자 직결의 산지 식재료를 먹고 싶은 도심 소비자와 도심 소비자에게 알리고 싶은 일본 각지의 산지 직송 식재료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장소로서'유락초 요코쵸'를 만들었다. 유락쿠초 요코초 안에서 지방의 생산자나 지자체로부터 상담 및 재료를 판매하는 장소도 만들어 정기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생산자를 초대하는 이벤트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유락쿠초 요코초는 단순히 요코초가 아닌 일본 식재유통을 활성화시키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가부키초홀은 하마쿠라가 만든 다른 요코초들과는 달리 화려하고 환락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요코초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정도다. 실제로 나는 다른 회사에서 하마쿠라식 요코초를 모방한 줄 알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모방이 아니다.
'가부키쵸홀이 요코초야? 요코초가 아닌가?' 도 아니다. 그보다는 '요코초가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변형되었는가?'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요코초모델이 테넌트로서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는가?'다. 이런 면에서 가부키초홀은 '요코초모델'의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부키쵸 요코초보다 1달 정도 먼저 오픈한 야에스퍼블릭도 가부키쵸홀과 함께 공간이 어떤 방식으로 변할지 보여주는 곳이다.
가부키초홀은 약 1,000제곱미터의 플로어에 '축제'를 테마로 음식과 음악과 영상을 섞어 요코초를 만들었다. 가부키쵸홀안에는 대형 LED 스크린, DJ 부스, 미러볼, 노래방등 최신의 조명과 음향시설을 도입해 의 다양한 문화 이벤트뿐만이 아니라, 국내외의 뮤지션, DJ, 댄서, 아티스트 등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또한 생산자 식재료 페어, 팝업 스토어, 브랜드들의 신제품 PR 등 다양한 이벤트도 개최한다. 가부키표홀은 일본 전국의 문화를 전하고 음식점만의 틀을 넘은 체험형 공간, 가부키쵸의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부키쵸홀도 하마쿠라 스타일의 요코초이지만, 다른 요코초와 비교하면 훨씬 깔끔하면서도 화려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가부키쵸홀에서 촬영한 영국프로축구리그인 프리미어리그의 팀인 맨체스터 시티의 23-24 프리시즌 유니폼 화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맨체스터시티의 스폰서인 푸마가 제작한 영상과 이 화보에서는 도쿄의 화려하면서도 환락적인 분위기가 잘 표현되어 있는데, 실제 가부키쵸홀이 이런 느낌을 가지고 있다.
가부키쵸홀은 하마쿠라식 요코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 세련되고 화려하게 변했다. 일단 가부키쵸홀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건 바로 서체다. 가부키쵸라는 분위기에 맞게 서체에 힘이 넘친다. 이제 막 개봉한 영화 같은 가부키쵸홀의 서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층의 반다이남코도쿄 간판과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가부키쵸홀 안의 다양한 서체들과도 잘 어울린다. 천장에 설치된 다양한 조형물들도 분위기를 한 끌어올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
유흥가로 불리는 가부키초지역답게 가부키초홀은 축제분위기에 가깝다. 실제로 콘셉트 자체가 축제다. 하마쿠라상점제작소는 이를 위해 시부야, 유라쿠초, 에비스요코초보다 더 많은 조명을 다채롭게 사용했다. 기존에 사용했던 빨간색과 노란색조명에 현대적인 조명과 레트로 조명들도 추가로 배치해 화려한 공간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가부키초을 더 생동감 있게 만드는 건은 조명이 아니다. 가구들이다. 높은 천장에 달린 화려한 조명과 거대한 조형물들. 그 아래에서 빛나는 네온사인과 사이니지에서 나오는 다채로운 영상들. 가부키쵸홀에 비치된 의자와 책상 같은 가구들은 일반적인 이자카야에서 사용하는 자재와 다를 게 없다. 철재 의자도 평범하다.
화려한 천장조명과 인테리어와 다르게 가구들은 뭔가 싸구려 느낌을 '강조'한다. 또한 모든 좌석이 밀집되어 있다보니 다소 촌스러운 느낌이 더욱 배가된다. 화려하지만 엉성하다. 힙하면서도 촌스럽다. 화려한 조형물과 조명과 다르게 빌딩 바닥과 의자는 뭔가 촌스럽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직원들의 옷도 이제 막 새롭게 지은 건물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느낌이 뚜렷하다. 에비스,유락초,시부야와는 다르게 마치 놀이동산에 온 느낌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연출'이다.가부키초홀 콘셉트의 일부다. 이것은 입구에 놓인 석화 껍데기와와인 병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라고 호기심에 석화와 다 먹은 와인병을 보게 된다. 그러나 금방 '이게 콘셉트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콘셉트는 오히려 사람들의 흥을 돋운다.
가부키초홀안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에서는 계속해서 음악 방송이 나오는데, 건물 전체와 뭔가 애매하게 어울린다. 공간자체가 과장된 느낌. 가부키초홀안에서는 마치 내가 예능프로에 들어온 느낌이다.
하마쿠라상점제작소는 이렇게 만든 공간에 '축제'라는 콘셉트를 더해 공간감을 더 끌어올렸다. 무엇보다도 가부키쵸 홀은 축제를 모티브로 했기에, '식시'라고 정한 다른 하마쿠아요코초와 다르게 '식제(쇼쿠사이)'라는 가게이름으로 바꾸었다. 또한 가부키초홀 내 10개의 가게점포들도 일본지형위치에 맞추어서 배치했다.
북쪽에는 북쪽은 홋카이도쇼쿠사이. 남쪽은 규슈, 오키나와쇼쿠사이다. 그 옆에는 한국쇼쿠사이를 배치했다. 또한 각 식제(쇼쿠사이)에는 지역 축제에 맞는 소품들을 배치해 엔터테인먼트요소를 끌어올렸다. '나카시시코쿠쇼쿠사이'에는 야나이시 금붕어등불축제에 사용하는 금붕어 등불을 매달아 지역색을 배가시켰다. '킨키 쇼쿠사이' 매장은 마치 이웃식당에 온 것 같은 느낌. 쇼와시대의 레트로한 정취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간토쇼쿠사이는 에도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요코하마 중화쇼쿠사이에서는 요코하마 차이나타운 분위기를 재현했고 영화배우 성룡의 영화포스터를 비치했다. 또한 바닥에는 각 지역을 화살표로 그려 넣었다. 또한 각 식자들의 메뉴들을 LED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개방적인 테라스석과 이트인 좌석. 예약이 가능한 돔형 개인석도 만들었다. 요코초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성도 살렸다.
하마쿠아리 상점 제작소는 자신들이 만든 기존 요코초를 신주쿠에 맞게 변형하면서도 서브컬처 감성으로 B급문화로 표현했다. 요코초문화에 엔터테인먼트, 마쓰리, 놀이동산을 적절하게 섞어 문화와 문화를 충돌시켜 가부키초홀의 톤 앤 매너를 완성했다. 하마쿠리 상점 제작소는 가부키초홀을 통해 요코초가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형태로 요코초가 응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가부키쵸 요코초를 통해 '요코초는 이것이다!'라고정의할 수 없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한다. 오히려 요코초는 공간에 맞는 다양한 F&B공간으로 디자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도쿄미드타운 야에스에 자리한 야에스 퍼블릭. 이곳의 콘셉트는"사람과 장소, 문화를 겹쳐만드는 새로운 야에스의 공공 공간"이다.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한 인간이나 오고 가는 곳이자, 누구에게 있어 거처도 될 수 있는 공공공간이다. 이곳은 약 820㎡의 공간에, 컨테이너를 모티브로 한 소규모 가게들이 무작위로 배치된 지역이다. 게다가 야에스 퍼블릭에 입점한 점포들은 부정기적으로 바뀐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식사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카페처럼 쉴 수도 있고, PC작업등로 가능하다.
야예스퍼블릭은 도라도몬요코초와 하마쿠라식 요코초와 비교하면 요코초보다는 공원에 더 가깝지만, 공간기획은 요코초를 그대로 차용했다. 요코초의 기반이 쇼와시대라는 것과 다르게 야에스퍼블릭은 에도시대 니혼바시의 상업과 문화를 모티브로 가져왔다. 또한 미쓰이부동산은 야예스퍼블릭의 테넌트 구성을 함에 있어 자사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하마쿠라 상점제작소와는 달리, 개성이 강하고 있기 있는 음식점들을 입점시켰다. 이 방식은 도라노몬요코초와 비슷하다. 개성 강한 음식점이 에도시대의 니혼바시 문화와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떤 가게를 입점시켰는가?'가 아니다. 공간을 기획하면서 '어떤문화가 있는 '거리'를 만들려고하는가? 어떤 기획을 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야예스퍼블릭이 접근한 방식은 미쓰이 부동산이 미야시타파크에 시부야요코초를 만들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요코초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 즐거움은 흥이나 신나는 것만 말하는 게 아니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분위기. 사람들이 안도할 수 있는 분위기. 스스로의 경계를 지키면서도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적절한 경계감이다.부동산 재개발 및 지역재생에 요코초가 인기 있는 이유는 요코초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경험을 전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타인과 유대감도 느끼면서 자신을 느끼는 곳. 그곳이 요코초다. 이러한 요코초의 성격을 공간에 적용해서 만든 곳이 야에스 퍼블릭이다.
요코초는 칙칙한 분위기의 중년 아저씨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일본 사람들의 삶과 노래로 가득 찬 공간이었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가 가득한 곳이었다. 하지만 시대흐름과 함께 요초코는 다채로운 문화와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곳으로 변모했다. 이제는 예측 불허의 춤과 음악, 독특한 먹거리들이 뒤섞여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고 있다.
요코초의 입점 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기존거리를 리모델링하는 형태와 빌딩에 입점하는 형태다. 거리를 리모델링하는 형태는 거리재생에 가깝다. 이와 다르게 빌딩에 입점하는 형태는 빌딩자체에 활력을 넣을뿐만 아니라, 빌딩의 브랜딩과 그 결을 같이 한다. 내가 직접 가본 요코초중에서 빌딩에 입점하는 경우는 도라노몬 요코초, 야에스퍼블릭, 시부야요코초, 가부키초홀이었다. 4곳 모두 형태가 다르지만 "빌딩 안과 밖의 거리가 일체화"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요코초는 어떻게 트렌드 한 공간으로 변했을까? 요코초는 무엇이든지 섞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코초는 '주문방식'을 섞었다. 요코초의 손님들은 음식을 먹고 있는 자리에서 다른 가게에 주문을 할 수 있다. 요코초에 따라서는 한국, 태국, 중화, 이탈리안까지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한 번에 먹어볼 수 있다.
요코초는 일하는 방식도 섞어버렸다. 요코초는 가게들끼리 서로 협업하면서 운영해야한다. 요코초안에서는 가게들이 다른 가게로 배달도 가야한다. 이러한 요코초의 모습 자체가 음식점간의 소통과 이해를 강요한다.
요코초는 만남도 섞어버렸다. 도쿄에서 요코초가 인기를 끄는 또다른 이유는 '만남'이다. SNS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사람들과 진짜로 연결되는 걸 원하기 때문이다. 요코초가 사람들끼리 진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요코초는 좌석이 좁기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 부딫힐수밖에 없다. 개인과 공공공간의 중간이라는 점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부담도 덜어준다.
'요초코가 왜 이런 디자인 형태를 해야 하는가?', '왜 이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가?'. 요코초를 기획하는 회사들은 점포운영자들과 함께 이야기한다. 요코초의 통일된 디자인이 경험을 만들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요코초들은 각각 통일된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유는 요코초를 만드는 기업들이 점포 설계를 하기 전에, 크리에이티브 요소들을 확실하게 정했기때문이다.
요코초를 설계할 때 콘셉트, 문화, 음식문화 등을 섞어내어 요코초의 스타일등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이제 요코초는 상업시설에 개별 테넌트로도 들어가지 않는다. 디자인이자, 빌딩디자인의 일부로 들어간다.
도라노몬, 가부키초, 유락초, 시부야, 유락 초요코초, 야에스퍼블릭등 공간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요코초를 만든 기업들이 이곳에 입점한 점포들을 '브랜드'로 본다는 점이다. 물론 사람들에게 보이는 건 음식점이다. 하지만 이곳을 만든 모리빌딩, 미쓰이부동산, 하마쿠라상점제작소, 에이전시 smile, 월컴그룹은 이곳에 입점하는 음식점개개인을 하나의 브랜드로 보았다.
우리는 늘 잊고 있다. 브랜드는 사람이 만들고자 하는 가치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러한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브랜드'를 만든다. 도쿄브랜드들은 브랜드뒤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다. 오히려 이것들을 공간으로 한대 모아 디자인으로 엮어내 문화로 만들어낸다. 지금까지 우리가 본건 브랜드 그 자체였지만, 이제 우리가 봐야 하는 건 브랜드를 만든 주체다. 이런 관점에서 요코초는 단순히 브랜드와 브랜드를 편집하는 공간. 편집샵이자, 새로운 공간개발의 형태. 경험을 다듬어내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