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의 마지막주. 소니긴자파크 인스타그램에는 하나의 포스팅이 올라왔다. 오랜기간 공사중이었던 긴자소니빌딩의 공사가 마침내 끝났다는 소식이었다. 동시에 새로운 소니긴자파크는 2025년 1월에 개장한다는 소식도 같이 올라왔다.
긴자를 걷다 보면 한번쯤 생각한다. 여기는 한 평에 얼마일까? 긴자는 1미터제곱당 4,000~5,000만 엔 정도라고 한다. 가장 비싼 지역은 1평에 13억정도 한다고 한다. 이런 천문학적인 땅값 때문에 긴자거리의 빌딩들은 조밀조밀하게 붙어있다. 매 평방미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땅 값이 높은 긴자에 공원을 만들어서 화제를 모은 기업이 있다. 소니다. 소니는 과거 쇼룸으로서 사용했던 소니 빌딩이 있던 자리에 긴자소니파크를 만들었었다. 만들었다가 아니라, '만들었었다'라고 하는 이유는 현재 긴자소니파크는 없기 때문이다. 소니는 새로운 소니빌딩공사를 시작하면서, 2년간 운영하던 소니긴자파크를 해체했다. 이는 소니가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를 중요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 소니긴자파크의 지상에는 다양한 식물들과 나무 데크, 벤치가 있었다. 지하에는 카페와 크래프트 맥주 전문점, 잡화점을 비롯한 여러 가게, 라이브 등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문화와 휴식이 공존하는 복합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소니의 의도를 반영한다. 그러나 소니는 이곳에서도 소니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지도, 광고도 하지 않았다. 이는 직접적인 판매보다는 브랜드 경험을 통한 소비자와의 관계 구축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삶의 의미와 성취를 느끼게 했던 시대는 어느덧 지나갔다. 오늘날 어디를 가든 물건은 항상 많이 존재한다. 심지어 물건은 언제 어디서든지 손가락 하나로 순식간에 살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온라인 쇼핑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가속화되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쇼핑 매출이 50%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환경에서 브랜드매장은 단순히 제품만을 진열하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을 전달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애플 스토어가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무료 강좌와 문화 이벤트를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구매가 확대되면서 사람들은 브랜드에게 오히려 묻고 있다. '우리가 왜 오프라인 공간에 가야 하는가? 브랜드는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
긴자 소니파크와 그 뒤를 이어 만들어진 긴자소니파크 미니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소니만의 답이다. 이 공간들은 단순한 제품 전시장이 아닌,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제공하는 문화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를 통해 소니는 기술 기업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소비자와의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소니는 왜 공원을 지었을까? 소니가 긴자에 공원을 지었던 이유는 '소니다움'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이 하지 않은 것을 한다는 '소니다움'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그러나 소니에게 있어 긴자의 알짜배기땅에 공원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2016년에 소니 빌딩이 50년을 맞이했다. 그 당시 소니를 이끌던 히라이 이치오 사장체재에서 소니는 소니빌딩의 다음을 검토하는 프로젝트를 논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2013년이었다. 소니의 상징이자 브랜드 발신하는 중심이었던 소니 빌딩을 다시 태어나게 하기 위해 건축 디자인, 빌딩높이, 테넌트 구성 등을 놓고 소니 경영진은 긴자의 땅을 두고 토론했다.
소니 경영진 사이에서도 빌딩을 지어 임대료와 옥외광고료를 받자는 의견이 있었다. 채산성에 대한 이런 의견들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소니는 이런 식의 빌딩 건축으로는 고객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소니가 공원을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소니다움, 즉 소니의 창업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창업정신이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게 했다.
소니는 빌딩을 부순 후 곧바로 신축빌딩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빌딩을 짓지 않는 게 아니라, '빌딩을 만들지 않는 기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 결정 후 소니는 '소니빌딩'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때 소니 창업자 중 한 명이자 소니빌딩을 지은 모리타 아키오와 소니빌딩의 설계자 아시아라 요시노부가 '거리에 열린 시설'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모리타 아키오가 소니를 이끌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소니빌딩에는 스키야바시 교차로에 접하는 10평의 삼각형 부지 '소니스퀘어'가 있었다. 모리타 아키오는 이곳을 '긴자의 정원'이라 불렀다. 소니 경영진은 이 '긴자의 정원'에 주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고, '공원'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신축 소니빌딩을 짓지 않는 동안 이곳을 '도시 속의 공원'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긴자소니파크가 유지된 2년간 소니는 채산성을 일단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2년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 기간 동안 긴자소니파크는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어 소니가 예상한 이상으로 공공성을 획득했다. 특히 미디어 노출을 통해 긴자소니파크는 소니의 브랜딩이 되기 시작했고, 기업과 사람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이자 플랫폼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공원이라는 형태와 플랫폼이 소니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계기를 만든 것이다.
소니는 공원에 필요한 것이 '여백'이라고 생각했다. 여백은 공간의 사용을 정하지 않은 것을 의미했다. 즉, 공간에 여백을 둔다는 것은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그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었다. 소니는 사람들의 창의력이 이 여백을 채울 것이라 생각했다. 이는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을 통해 비디오게임을 서브컬처에서 글로벌 문화로 발전시킨 과정과 유사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약 3년간 운영된 긴자소니파크는 처음 1년 동안 소니 제품이나 관련 콘텐츠 전시를 하지 않았다. 소니는 이곳을 순수한 공원으로 알리고 싶었다. 1년 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많은 방문객들은 긴자소니파크를 '소니다운 곳'이라고 평가했다. 사람들은 재건축 중인 빌딩 공간을 그대로 활용해 공원으로 만든 '독특함'을 '소니'답다고 생각한 것이다.
2019년부터 소니는 긴자소니파크에서 소니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기획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워크맨 40주년 전시회'나 'Music in the park' 전시회 등을 통해 소니의 제품과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 기간 동안 긴자소니파크를 찾은 854만 명 중 절반은 우연히 들른 사람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이벤트를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긴자소니파크를 통해 소니가 나아가고자 했던 방향은 소니라는 브랜드의 재정의였다. 소니는 워크맨으로 듣는 것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비디오게임을 재정의했듯이, 이제는 브랜드 자체를 재정의하고자 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소니 매출 구조를 보면, 전자제품보다는 게임, 콘텐츠, 금융,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주된 수익이 발생했다. 2023년에는 콘텐츠 분야에서만 70% 가까운 매출이 나오고 있다.
긴자소니파크는 소니의 약점이었던 공간 기획과 브랜딩, 마케팅을 소니 방식대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소니는 이를 통해 '소니'라는 브랜드를 재정의하고, 미래의 소니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1000만 명 방문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소니는 긴자소니파크에서 '여백과 액티비티'의 중요성을 발견했다.여백이 있는 곳에 이벤트 같은 액티비티를 일으키면 그곳이 경험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공원이 지향할 방향은 이 여백과 액티비티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창출하는 것임을 배웠다. 무엇보다 여백과 액티비티 간의 균형이 중요하고 여백과 액티비티를 모두 다루기 위해서는 시간을 기획할 줄 아는 편집력과 축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배웠다.2021년 긴자소니파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뒤, 소니는 그들이 얻은 소중한 경험을 버리지 않았다. 소니긴자파크 이후를 준비했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긴자소니파크 미니다.
소니는 이미지와 음향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워크맨에서 플레이스테이션까지, 다양한 제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단순한 제품 이상의 '경험'을 선사해 왔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경험'을 문화로 만드는 노하우를 축적하며 오랜 시간 동안 '경험'을 판매하는 일에 집중해 왔다. 과거에는 소니도 제품에 중점을 두었지만, 현재는 '경험'을 판매하는 분야로 방향을 전환했다. 소니만큼 '경험'을 잘 만드는 베테랑을 찾기 어렵다.
긴자 소니 파크는 소니가 제품이 쌓아온 다채로운 경험을 묶고 통합함으로써 소니가 나아가야 할 '오프라인의 미래'를 그린 공간이다. 긴자 소니 파크에 이어 만들어진 긴자 소니 파크 미니는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현대 사회는 정보 홍수와 개인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시대이다. 이는 다양한 해석이 넘쳐나는 시대임을 의미한다. 유튜브를 보면 드라마, 애니메이션, 심지어 일상생활에 대한 해석 영상들이 넘쳐난다. 사람들은 단순히 주어진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소니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여 긴자 소니파크를 만들었었다. 긴자 소니파크는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방문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하는 공간이였으며, 소니는 방문객들에게 특정한 해석을 강요하지 않고, 오히려 자유로운 해석을 촉진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긴자 소니파크는 브랜딩, 커뮤니케이션, 공간 마케팅, 공간 브랜딩의 통합을 통해 독창적인 경험을 제공했다. 사람들에게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공간 자체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전략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소니에게 긴자 소니파크는 단기적인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였다.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 공간이었다. 긴자 소니파크는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경험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소니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는 단기적인 판매 프로모션이나 브랜딩 전략을 뛰어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간 디자인, 협업, 팝업스토어 운영 등 모든 요소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긴자 소니파크는 체험 중심 공간으로서, 방문객들에게 편안하고 여유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넓고 개방적인 공간 구성, 자연 채광 활용, 다양한 휴식 공간 마련 등을 통해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한, 공간 곳곳에 여백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경험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긴자소니파크의 '여백'이 긴자소니파크 미니의 '축적'으로 이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긴자 소니파크 미니는 긴자 소니파크의 경험을 기반으로 더욱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긴자 소니파크에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긴자 소니파크미니는 긴자소니파크때와는 다르게 다양한 기업과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및 팝업스토어 운영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물건을 판매하기보다는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트렌드를 전하고 있다. 긴자 소니파크 미니는 단순한 긴자 소니파크의 축소 버전이 아닌, 새로운 긴자 소니파크를 위한 발판 역할을 하고 있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콘텐츠를 계속해서 쌓아가야 한다." 새로운 소니빌딩 공사를 위해 긴자소니파크를 해체한 후 소니가 내린 결정이었다. 소니는 이 같은 관점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들은 긴자의 지하 주차장의 구석에 'Sony Park Mini'라고 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쌓아가기 위해서였다. 전자기업이 아닌 엔터테인먼트이자 디자인기업으로서의 '소니'로 말이다.
소니는 긴자소니파크를 운영하면서 긴자소니파크 자체는 복사가 어려운 아날로그 공간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이러한 교훈은 빠르고 기민하게 다양한 기획을 선보일수 있는 긴자소니파크 미니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여백'을 강조해 사람들에게 수많은 선택권을 내어주었던 긴자소니파크와 다르게, 긴자소니파크는 소니가 사람들과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는 실험공간이다.
'아티스트의 고동을 느끼는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간다'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이곳은 10평의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브랜드와 아티스트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거나, 단편 영화를 상영하거나, 독특한 팝업 스토어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기획들을 선보이고 있다. '실험적인 공원을 위한 실험의 장소'로서 소니 긴자파크미니는 2024년에 완성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소니파크를 위한 공간이며, 2022년 3월에 오픈한 뒤, 지금까지 40회에 가까운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긴자소니파크는 도큐플라자 긴자 지하 2층 출구와 마주하고 있다. 출구 근처 기둥에서는 긴자소니파크미니의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주차장과 연결된 긴자소니파크미니는 공원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작다. 오히려 아주 작다. 게다가 절반은 카페이다보니, 실질적인 공간은 매우 작다. 하지만 소니는 이러한 크기에 중심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엔터테인먼트기업답게 작은 공간에 적합한 다양한 협업을 통해 긴자소니파크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소니가 이 작은 공간만 사용한 것도 아니다.
현재 소니는 공사 기간 동안 벽면을 활용한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 4월에 방문했을 때는 2번째 벽면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화가인 야마구치 사토시가 그린 30m의 월 아트설치되어 있었다. 1회에서는, 아티스트 SHUN SUDO 씨가 2020년에 Ginza Sony Park 지하 1층 벽면에 그린 월 아트를 작년 3월부터 지상에 게시. 만남과 포토 스폿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모았다.
공간은 리테일이 아닌 경험이다. 기존의 긴자소니파크는 전시회와 각종 팝업과 리테일에 중심을 둔 공간성격이 강했다. 이와 다르게 긴자소니파크미니는 새로운 소니빌딩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새롭게 시작하는 긴자소니파크는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는 실험을 계속한다. 아티스트의 미디어아트를 하거나, 팝업매장을 만들거나, 미술작품을 전시하기도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모두의 옷장이라는 패션 퍼포먼스 겸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누군가 옷을 그곳에 맡겨 판매하면, 그 옷은 절반은 판매자에게 절반은 퍼포먼스를 기획한 사람들이 지정한 단체에 나머지 절반이 후원되는 방식을 택했다. 어떤 면에서는 꼼데가르숑 같은 느낌과 오프화이트와 파이렉스비전 같은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환경들을 만들기도 했다. 직원들과 이야기하면서 공간자체가 아방가르드 하면서 마치 꼼데가르숑의 전시회 같다는 이야기를 하자, 직원들을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중요한 건 소니가 이곳을 운영하는 이유다. 이곳은 단순히 마케팅을 위한 곳이 아니라, 소니는 긴자파크미니 안에서 무수히 많은 팝업을 통해 긴자소니파크의 정체성과 콘텐츠 등을 계속해서 다지고 있는 공간이다. 현재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통해 온라인에서 게임경험을 축적해 문화를 만들고 있고, 오프라인에서는 소니긴자파크미니를 통해 다양한 경험들을 축적하고 있다. 이렇게 온오프라인을 통해 만들어진 경험들은 소니라는 브랜드를 역동적으로 만들고 있다. 실제로 소니는 긴자소니파크에서 누적된 경험을 기반으로 뉴욕 첼시에서 '만화' 전시회를 선보였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소니는 뉴욕에서 개최한 만화전시회의 성공으로 콘텐츠기업으로서의 기반과 기획역량을 탄탄히 다져왔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그렇다고 소니가 긴자소니파크를 활용함에 있어서 팝업만 하는 건 아니다. 소니그룹 전체의 브랜딩을 위한 도구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소니는 최근 외부 상자, 내부 상자, 쿠션, 슬리브, 상품 보호 시트나 취급 설명서 등에 폭넓은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친환경소재인 '오리지널 블랜드 머터얼스'를 만들었다. 소니는 이것을 긴자소니파크에서 전시해 사람들에게 선보였다.
소니가 오리지널 블랜드 머티리얼스를 만든 건 고객에게 환경 의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소니는 물건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환경의식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무리 소니가 친환경적인 행동을 한다고 해도 고객들이 이걸 구체적으로 모른다면? 고객들은 소니가 친환경적인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소니는 고객들이 소니의 친환경적인 노력을 알아야 환경의식이 강해질 거라 생각했다. 소니는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소니는 긴자소니파크 미니를 활용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소니가 연구한 결과물을 소니긴자파크미니에서 전시하기도 한다.
소니는 소니 디자인 컨설팅이라는 인하우스 회사를 가지고 있다. 이 회사는 소니가 오랜 기간 동안 축적한 디자인경험을 바탕으로, 소니그룹 이외의 클라이언트나 파트너에게 디자인 컨설팅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소니 디자인 컨설팅 주식회사는 딜로이트 애널리틱스와 '디자인'의 인지 프로세스에 관한 공동 연구를 실시했는데, 그 일환으로 소니 파크 미니에서 '브레인 랑데부' 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이 브레인 랑데부 전에는 실시간으로 뇌파를 측정하고, 그 상태나 변화를 3D 오브젝트로서 표현해 벽면에 보여주었다. 이처럼 소니는 긴자소니파크 미니를 단순한 공간이 아닌, 자신들을 표현하고 전하는 미디어로 생각하고 있다.
경험은 전하는 공간은 축적에서 시작한다. 긴자 소니파크 미니는 팝업공간이다보니 끊임없이 계속 다양한 브랜드,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한다. 그 기간은 대체로 2주 정도로 짧은 편이다. 팝업행사는 기업, 건축가, 아티스트 등 매우 다양하다. 2023년 12월 19일부터 28일까지는 건축가 쿠마 타이치와 같이 shoppe라는 편의점 팝업을 진행하였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화장품회사인 시세이도와는 시세이도의 기업문화지인 하나츠바키와 시세이도갤러리와 협업한 행사를 하기도 했다. 2023년 여름에는 '소니파크미니 여름 3부작'이라는 기획을 통해 캐치볼, 아이스크림, 유령저택 등 여름방학기간 동안 3개의 테마를 가지고 진행했다. 특히 유령저택 팝업행사에서는 소니스피커 128개를 사용해 입체적인 사운드효과를 만들기도 했다. 또한 2024년 1월에는 RUSSET BURBANK GINZA STORE 팝업스토어를 열어서 일본 신년행사 중 하나인 복주머니를 한정판매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니는 다양한 팝업을 통해 소니라는 기업의 방향성을 다양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자기업으로 알려진 소니는 다양한 협업을 통해 소니는 다양한 분야와도 섞이면서 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브랜드로서의 소니, 문화를 만드는 브랜드로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경험을 기반으로 공간은 언제나 축적을 목표로 해야 한다. 소니는 소니긴자파크미니를 통해 소니가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획과 그 안에서 나오는 경험들을 통합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소니빌딩 신축과정 동안 긴자소니파크미니를 통해 사람들이 소니를 느끼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그것을 토대로 향후 다시 만들어질 긴자소니파크를 만들려고 한다. 소니는 이곳에서 이벤트성 팝업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끊임없이 실험해 브랜드의 결을 찾고, 이에 맞게 방향을 계속해서 수정해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굉장히 실험적인 아티스트의 전시회를 할 때도 있지만 연초에는 복주머니 이벤트, 발렌타인데이 시즌에는 초콜릿가게 팝업을 한다. 익숙함과 낯섦을 계속 반복해가면서 새로운 걸 만드는 걸 지향하는 '소니다움'을 계속 실험한다. 이런 면에서 소니는 공간크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그보다는 공간에 맞는 콘텐츠를 통해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 소니의 감각과 소니의 관점들을 무수히 실험한다. 긴자소니파크 때처럼 긴자소니파크미니도 소니는 기존 소니제품을 홍보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이러한 긴자 소니파크의 움직임은 가까운 미래를 위한 경험을 세세하게 디자인하기 위한 축적의 시간이다.
공간에 경험을 불어넣는 건 사람이다. 브랜드가 아니다. 브랜드가 경험을 만드는 그 뒤에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종종 우린 이걸 까먹는다. 소니가 긴자소니파크를 만든 후 실시한 1년 후의 설문조사로 다시 돌아가 보자. 소니 파크의 대한 고객 설문 조사는 소니 긴자 소니 파크가 추구한 방향이 옳았음을 알려준다. 소니가 실시한 고객 설문조사에서 고객들은 긴자 소니 파크에 대해 "재밌다", "본 적이 없는 시설", "소니 같다"라고 말했다. 소니 제품이 없음에도 사람들은 '소니다움'이라는 소니 브랜드의 '핵심'을 알고 있었다.
기업에게 있어서 상품은 고객과의 관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다. 결국 사람들은 상품을 통해 경험을 얻고, 그 경험이 고객과 브랜드 간의 관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소니의 워크맨, 플레이스테이션, 카메라는 사람들에게 소니에게 멋지다, 크레이티브 하다는 이미지를 안겨주었다. 아무리 브랜드가 경험을 지향하는 공간들을 만든다고 해서 그 공간의 주축은 기업이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상품, 그 상품에서 느껴야 한다. 상품에서 그것들이 느껴지지 않으면 그건 단지 슬로건에 지나지 않는다.
소니에게 필요한 건 소비자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상품에 의한 브랜드커뮤니케이션이다.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공간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코로나기간 동안 브랜드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기간 동안 이 과정을 온라인이 대체했지만 그 한계가 여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이제 브랜드들에게 그저 멋진 이미지만 요구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사회공헌 같은 브랜드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대한 부분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사회공헌을 말한다는 것에 사람들은 그것이 슬로건인지 아닌지 구분한다.
소니는 시대에 맞추어 사업 영역이 다각화했다. 그 과정에서 쇼룸이 아닌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만든 긴자소니파크는 워크맨이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상품이자 플랫폼이 되었다. 소니가 소니 긴자파크미니에서 오리지널 블랜디드 메테얼즈를 전시한 이유도 소니가 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그것을 슬로건이 아닌 실제적인 행동임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기술적 발전만이 공공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니는 소니파크를 통해 공공공간으로서 사람들과 거리에 공헌하는 법도 배웠고, 사람들이 공간에서도 소니다움, 혁신적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공허한 외침보다 실제로 보여주고 그걸 지속해서 꾸준히 하는 것이 앞으로의 브랜드공간이 나아가야 할 방안임을 배웠다.
소니는 이미지, 음향기술에 대해서는 탄탄히 검증을 받은 기업이다. 뿐만 아니라, 20년 가까이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비디오 게임을 통해 '경험'을 문화로 만드는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소니가 '경험'을 판매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가능한 이유도 오랜 시간 동안의 축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코 겉만 번지르르한 제안이 아니다. 소니는 긴자 소니 파크를 통해서 그동안 만들어온 제품이 쌓아온 경험을 묶고 엮었을 뿐이다. 그리고 2024년 그들은 이 축적을 기반으로 다시 한번 '소니다움'이라는 브랜드철학에 기반한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
공공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다.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인해 공공성이 만들어진다. 공공 공간을 만드는 일은 개인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공원자체는 공공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 공공성 안에서 사람들이 행동하는 건 사람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안정적인 공공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안도감을 느끼면서 개인행동을 할 수 있다. 도시락을 먹던지, 악기를 연주해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공공성과 개인성을 가져야 한 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딘가에서는 먹는 일이 불법취식이고, 어떤 곳에서는 악기를 연주하는 게 공연법위반이다. 하지만 공원에는 그 누구도 이걸 두고 뭐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들은 사람들이 모두 용인하는 안정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공공공간은 공공성과 프라이빗을 균형감 있게 유지해야 한다. 즉, 공원은 사회전체에는 공공성을 가지지만, 사용하는 사람에게 공원은 개인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