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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Sep 16. 2018

메이지신궁 -여름 편-

여행지에서 같은 곳을 간다는 일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곳에 갈 시간과 바꾸는 일이다.

하지만 바꿔서 생각하면 같은 곳을 다시 간다는 일은

다른 무엇인가 보기 위해서 간다는 말도 된다.

여행지에서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같은 곳으로 갈지 안 갈지 정하는 것은 계산으로 판단할 수 없다.

메이지신궁도 같은 맥락이었다.

메이지신궁은 이미 한번 가본 곳이다. 더 볼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Syl7pQFaB4&t=6s

메이지신궁은 보통 하라주쿠역에서 내리면 출구가 바로 보인다.

하지만 같이 간 친구가 신주쿠 역에서 걸어가자고 제안했다.

JR선을 타면 3,4분이면 갈 길을 20분이나 걸어서 가자는 말이었다.

"여기서 20분 정도면 걸아가. 가면서 신주쿠 길목 보는 일도 좋잖아"

솔직히 나는 친구의 제안이 더 놀라웠다.

'오히려 전철을 타고 가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왜 걸어가는 길을 택하지??'

나는 상관없었다. 걸어가는 길도 알고 있었지만 난 오히려 친구가 JR선을 더 타기를 원할 줄 알았다.

 어쩌면 미련할지 모르고 비효율적이고 지혜로운 선택이 아니었다.

하지만 친구의 제안은 옳았다.

우리는 메이지신궁 정문이 아닌 북문을 통해 메이지 신궁에 들어갔다.

혼잡한 정문이 아닌 사람이 없이 고요한 북문은 메이지신궁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고요하다. 차분하다. 맑아진다. 도심 속 깊은 숲 속에 갇혀 시간의 흐름을 잃어버린다.

혼잡하고 시끄러운 도쿄라고 믿기 어려운 차분함이 눈앞에 펼쳐진다.

고요한 숲길을 따라서 걷다가 슬슬 갈증이 느껴질때쯤이면

나의 맘을 알았는지 물을 떠먹을 수 있는 곳이 보인다.

한 방울씩 조용히 떨어지는 물방울같이 조용한 숲길을 조용히 걸어왔다.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고 익숙한 광경이나 목재 건물이

서양인들에게는 신기한가 보다.

여행은 항상 선택과 후회 사이의 중간지대다.

자신의 선택에 기뻐하거나 후회한다.


만약에 친구가 JR선을 타고 메이지신궁에 가자고 했거나,

친구가 걸어가자고 했어도 내가 JR선을 타자고 고집을 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친구가 걸어가자고 제안을 했을 때

그 제안이 신기해서 난 그대로 따르기로 했을 뿐이다.


JR을 탔다면??


아마도 메이지신궁을 지난겨울과 동일하게 보았을지 모른다.

같은 길, 같은 사람, 같은 풍경. 같은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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