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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Nov 28. 2018

Ep1. 두 남자는 도쿄에 도착했다.

Ep1.두 남자의 첫 여정 :도쿄 하네다 공항.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면 낯선 한국어 방송에 웃음부터 나온다.

어색한 한국어. 이제 막 한글을 배운 외국인이 말하는 듯 한 어색한 멘트.

입국심사대로 가는 길과 조명은 어둡고 붉은빛이 강했다. 

도쿄에 오기 전부터 오사카를  자주 이야기한 J군은 오사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네다 공항이 처음인 그는 오사카보다는 도쿄에 집중하기로 한 모양이다. 

"주변에 일본어, 영어가 나오고 한국어가 나오지 않아서 너무 좋아"

J군은 나를 바라보면 말했다. 확실히 간사이공항과 하네다 공항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나도 오사카를 먼저 가고 도쿄를 갔다. 

하네다 공항에 처음 왔을 때 오사카와 간사이공항의 기억은 나지 않았다.

J군을 모습을 보면 2년 전 도쿄에 처음 온 내 모습을 보았다.




모든 여행시작은 입국심사에서 시작한다. 무미건조하면서 삼엄한 그 분위기.

우리를 환영하면서도 경계하는 분위기. 많은 이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면 입국심사를 위해 

급하게 걷거나 뛰어간다. 일단 정말 급하게 뛰어가는 사람들은 현지인이다.(지하철이 끊기니까!)

11시 30분경에 도착해 입국심사를 빨라하고 짐을 찾고 가면 12시경 도쿄모노레일 막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여행객들이라면 여행에 대한 셀렘이 몸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모양새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와 J군도 사실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서로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으면서 빠르게 걷고 있었다.

아뿔싸!!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앞에 있는 사람 발을 밟기도 했으니까!




여행 첫날은 숙소 체크인이 제일 중요하다. 숙소에 가서 짐을 놓아야 긴장이 풀린다.

여행지에서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전부는 캐리어에 대부분 들어있다. 옷, 세면도구, 필기도구,

노트북, 개인용품 등 캐리어는 자신의 분신이다. 여행은 잠시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일이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에어비앤비의 슬로건을 캐리어는 고스란히 보여준다. 

여행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항상 숙소 체크인과 공항 픽업에 대한 문의 글이 많이 올라오는 연유도

이를 반영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J군은 도쿄가 처음이다. 나는 4번째다. 

하지만 숙소를 가기 전까지 나 역시 긴장을 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숙소 위치가 아사쿠사여서 대충 어디인지 알고 지하철도 익숙한 편이라서 큰 걱정은 없었다.

단지 이번에 숙소로 잡은 아사쿠사 쪽은 나도 익숙하지는 않아서 머릿속에 그 지역 풍경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는 앞으로 12시간은 있어야 겪을 일이라서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IWfBfLTGtY0&t=18s


자정이 넘은 시각. 공항은 한산하다. 떠나는 이는 드물고 도착한 이들은 다음날을 기다린다.

내가 J군과 도쿄에 같이 오지 않았다면 하네다 공항 안 이 풍경도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을 것이다. 

신기한 일이다. 혼자서는 익숙했던 광경들이 둘이 오니 정겹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다. 그러나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처럼

둘이 여행을 가면 더 풍성하고 깊은 시야를 갖게 될지 모른다.

서로가 호흡을 맞추고 의견을 나누면서 여행의 묘미를 극대화하기를 바라는 모습.

둘이 같이 떠나는 여행은 이를 배울 수 있다.

 


J군에게 이 광경들은 아주 신기했다.


하네다발 야간비행 후 첫 일정은 숙소 체크인이 아니다. 노숙이다.

J군이 하네다 공항에서 가장 놀란 게 이 노숙이다.

공항 안 대부분 사람들이 노숙을 하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공항 노숙'이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모습에  J군은 적지 않게 놀랐다.

(노숙을 자연스럽게 생각한 내 모습도 적지 않게 영향을 준 듯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잠을 자기 위하 붉은 책상을 선점하고 있다.

노숙할 자리를 찾는 나에게 J군은 말했다.

"와 여기는 사람들이 그냥 노숙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네. 신기하네"  

어느 누구 한 명도 노숙에 대해서 걱정 가득한 표정보다는 

잠자리를 찾기 위한 매서운 표정만 가득했다. 그 표정을 보던 그는 많이 놀랐다.

물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그 역시도 이 분위기에 적응했다.

"형! 내가 저기 가서 붉은 의자 써도 되는지 물어보고 올게"

우리는 도쿄모노레일을 타기 전까지 노숙할 차리를 찾았다.

그렇게 우리의 도쿄 여정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네다 공항 노숙의 매력은 편의점이다. 하네다 공항에 유일한 편의점인 로손 AIR는 

노숙하는 동안 심심함을 달래준다. 여행은 자고로 먹는 게 남는 거다.

내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로손 AIR는 다른 도쿄 내 로손보다 물건은 다소 적지만,

식도락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편의점 음식을 보면 신기하다.

SNS에서 본 제품을 발견하면 일단 먼저 집어 본다. 오호라! 낯섦은 금세 친숙함이 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치킨에서 시작해 어묵, 맥주, 과자, 아이스크림 등 여흥 거리가 충분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rRUtr04CNQw&t=55s



일본 편의점에서는 오뎅을 국물과 같이 판매한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광경.

익숙한 한글이 낯선 히라가나로 바뀌었다.

익숙한 한글 포장이 가타가나 포장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소비세 전후 가격표는 더더욱 낯설다.

로손을 향하는 J군은 맥주를 뜻하는 제스처를 보냈다.

다른 물건을 쳐다보지 않고 일단 맥주 코너로 간 우리.

편의점을 불러보던 J군은 소비세 표지를 보면서 물었다.


내년부터 소비세는 10%로 인상될 예정이다.

"아재요~ 이건 뭐야? 왜 가격이 달라?"

"위에는 소비세 붙기 전 가격이고 아래는 소비세가 붙은 가격이야.

일본에서 대부분 물건의 가격표시는 이렇게 해. 

근데 종종 어떤 가게는 소비세가 포함된 가격을 적어놓기도 해"

이렇게 말하고 난 고개를 돌려 찹쌀떡 롤과 아이스크림을 향했다.

반면에.... J군은 이미 맥주 코너에서 웃음 머금고 천진한 미소로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아쉽지만 에비스 맥주가 없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일본 맥주.

특히 일본 메이저 회사에서 나오는 IPA에 J군은 놀라움과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놀라움과 기대감을 가득 품은 눈빛이 사라지기도 전에 J군의 손은 맥주로 향했다.

내가 이리저리 둘러보며 먹을 것을 찾는 사이 이미 J군은 계산하고 나가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압박.... 감을 느꼈다. 손을 흔들며 자신을 알리는 J군의 맑은 눈동자에서 

'어서 빨리 나와! 난 어서 이 맥주를 마시고 싶어, 어서 음식을 골라! 맥주가 날 찾는단 말이야!!'라는

 애절함과 당찬 기세가 담긴 눈빛에 나는 서울러 산토리 하이볼, 아이스크림, 푸딩, 모찌롤를 사서 나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TMTNzBu4cVM&t=145s


자 이 떄깔고운 맥주를 보시오!라고 외치는 J군은 흥분에 가득찼다.

 

난 이미 다 팔린 당고에 아쉬움을 표하며 로손을 나왔다.

만족함에 가득한 J군은 날 보며 말했지

"아재요? 호료요이 1캔도 겨우 마시면서  무슨 하이볼이요?? 마실 수 있어?"

"나는 그냥.. 그 산토리 하이볼이 그리 유명하다고 해서 말이지. 하이볼을 만든 게 산토리잖아?"

우리 둘 다 로손 봉투를 손에 쥐고 노 숙지할 자리로 향했다. 

둘만의 도쿄 도착 파티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혼자 다니는 여행흔 편하다. 눈치도 볼 필요도 없다.

스케줄과 시간도 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많은 견문과 추억이 남고 보이지 않는 자산이 된다.

반면에 둘이 가는 여행은 스케줄과 시간도 같이 조절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음식을 고르는 일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둘이 가는 여행에서 혼자서 경험하기 힘든 풍성함이 있다. 

혼자서는 자유롭지만 둘이서는 자유로움은 적어져도 함께 있다는 안정감이 있다.

무엇보다 혼자일 때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SWuWI3LlNX0&t=1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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