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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Aug 26. 2017

익숙함속에서 새로움을 발견 할 때

디앤디파트먼트 도쿄 (2)

내가 가장 아끼는 것은 무엇일까?

내 방에서는 내 냄새가 나고, 내 옷이 있고

내가 매일 잠을 자는 침대가 있다. 

침대 위에서는 나만의 채취가 온전히 묻어난다.

내 방안에는 '나에 대한 모든 흔적'들이 담겨 있다.

스스로에게 한번 자문해보자

'수많은 흔적 중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것을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생각해보니  정작 어떤 것인지 

쉽사리 답을 내릴 수가 없다.

예전에 산 향수 같기도 하고, 큰 맘먹고 산 카메라인가?

대학시절부터 모아 온 다큐멘터리, 사진 등 온갖 자료 등이 가득한 외장형 하드인가?

졸업 선물로 받은 구두인가? 


종이를 한 장 꺼내서 내가 내방에서 가장 아끼는 것을

1위에서 10위까지 적어보자. 이게 쉽게 적어지지가 않는다.

추억이 담긴 물건에 순위를 매겨본다고 생각하니 차갑고 냉정한 것 같다.

마치 내가 내 추억을 품평하는 것 같다. 

나는 물건을 생각하는 것인가? 

물건에 담긴 삶을 생각하는 것인가?

추억을 순위 매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찰나에 비로소  그 추억들 하나하나가 결코 버릴 수 없는 소중 힘임을 우리는 알게 된다. 

나는 물건들을 보지만 사실 그것은 수많은 추억의 조각이다. 

그 추억 조각 하나하나가 나라는 사람의 전체 퍼즐을 맞추어간다.

그리고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추억 조각들이  한 홀 타래 씩 아귀를 맞혀가며 온전히 빛을 낸다.

익숙할 때는 몰랐던 새로움. 추억은 그렇게 섬광이 된다. 그것은 생각의 전환이다.


어느 순간부터  '디자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모두에게 자연스러워졌다.

'디자인'이 삶 속에 깊숙이 다가온 것으로 보아도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디자인이 우리의 살 속에 이끌려 온 것이거나,

우리가 디자인에 이끌려 살고 있거나 말이다.

디자인이 좋은 물건을 보면 '역대급'이다라고 자주 말한다.

(물론 디자인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때로 역대급은 가성비를 기준으로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역대급'은 그것을 판단하는 이들의 가치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서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 취향은 모두 소중하다.)


역대급 디자인, 역대급 용량, 역대급 귀여움 이러 한 표현은 매일매일 SNS상에서 커다란 이슈이다.

SNS를 비롯한 인터넷상에서 수도 없이 공유된다. 

하지만 한 번씩은 궁금하다. 역대급이라는 말은 최고라는 말이 내포되어있다.

그 최고의 기준은 정말로 무엇일까?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디자인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누구나 디자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킥스타터만 들어가면 개인이 만든 놀라운 디자인과 영감들이 솟구친다.

그리고 킥스타터 안에서 펀딩에 성공하면 자신의 생각이 현실이 된다.

(물론 킥스타터는 하나의 예일뿐이다. 킥스타터를 비롯한 많은 크라우드 펀딩들이 생겼다.)


그렇다면 질문을 던져볼 시간이다.


'디자인은 무엇일까?'


나는 디자인의 사전적인 정의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의 기준은 항상 바뀌어 왔으며,

어떤 것이 절대적인 디자인이라는 기준도 없다.

다만 분기점이 되는 디자인들은 분명 존재한다.

'우리들에게 디자인은 어떻게 다가오는 것일까? '그것이 정령 무엇일까?'

성찰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새로운 것들과 낯선 것들을 보며 사색할 수 있는 여행은 그것을 생각해보기 위한 최상의 시간이 아니던가?


디자인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디자인에 익숙해졌지만 상대적으로 무뎌진다.

어떠한 것이던지 익숙해질수록 그 의미를 찾는 것은 잊기 마련이다.

사실 '의미'는 정답이 없다.'방향'만 있을 뿐이다. 디자인은 무엇이고 디자인은 어떤 방향을 가져야 하는가?

 그 방향을 알아가 보고 싶다면, '자신만의 시선'을 사색하고 싶다면 디앤디마트먼트에 가보기를 권한다.

나 또한 그러한 기대를 품고 막연히 찾아갔다. 그리고 그 시간은 정말로 놀라웠다.

  

걸어가면서 생각하자.생각하자.생각하자.기차가 잠시 지나가는 기차길을 보면서.

디앤디파트먼트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바로 런치세트메뉴가 쓰어진 식당 안내판이다..

'미안해요. 제가 일본어를 몰라서 메뉴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디자인으로 유명한 곳이라서 엄청 멋진 것을 기대하고 갔다. 

그리고 의외로 싱거운 런치메뉴 메뉴판에 조금은 실망했다.

전혀 시크하지도 않으며, 전혀 세련되어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냥 익숙하고 정감이 간다. 메뉴판이 불편한 것도 아니다.

정갈하고 모든 것은 눈에 쉽게 들어온다.(단지 일부만 읽을 수 있을 뿐이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나중에 문을 나서면서 다시 볼 때 깨닫게 된다. 

이' 익숙함과 편안함이 디자인의 시작이구나' 하고 말이다.

어느 곳에서 쉽게 볼만한 메뉴판이지만 잘 보면 각 내용마다 공간분할이 아주 깔끔하게 되어있다.여기에 케익그림은 메뉴판에 정겨움을 더욱 더해준다.

1층은 식당, 창고, 화장실이 있다. 점심을 먹고 온 뒤라서 식당에는 가지 않았다.(다음에는 꼭 가보리다.)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올라가면 먼저 디앤디파트먼트에 발행하는 잡지가 먼저 보인다.

표지 디자인을 보면 얼추 이곳이 어떤 곳일지 감이 슬슬 오기 시작한다.

(디앤디파트먼트는 D라는 잡지를 발행한다. 그 잡지에서는 일본 각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을 전반적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각 지역뿐 아니라, 특정 주제를 가지고 잡지를 발행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기대감을 살짝 뭉개 주면서 시선을 바꾸게 하는 곳이 이곳이다.(물론 나올 때 드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디앤디파트먼트가 뭐하는지 감이 슬슬 오기 시작한다.
인스타덕에 음식사진은 이제 일상이다.그렇지만 막상 이렇게 모아놓으니 집에 가지고 가고싶다.
뭔가 규칙도 없고 그저 쌓아둔 재활용품잠 같은 모습에 난감함을 느낀다.

엄청난 디스플레이는 없다. 비치된 가구도 있는데 순간적으로 이케야하고 너무 비교가 된다.

이곳은 그냥 쌓아둔 것처럼 물건을 그냥 가져다 놓았다. 이케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곳에서 의문감과 

'뭐야!!! 이거!!! 하하하'하는 생각이 들것이다. 아마도 이 곳까지 찾아왔다면 아오야마에 있는 애플 스토어를 이미 가봤을 것이다. 아오야마에 있는 애플스토어의 모습도 순간적으로 지나간다.

아오야마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그곳에 느낀 깔끔함과 정갈함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곳은  마치 동네 재활용품 가게 같다. 

동네에서 쉽게 보는 익숙함이다.

익숙하고 익숙한 디스플레이.무엇이 정령 디자인이라는 것입니까?

가슴을 때리는 디자인, 수많은 머릿속에 영감의 은하수로 가득 차게 할 환상적인 디자인은 없다.

이곳에서는 창고에서 보물 찾기를 하는 것 같다.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한다.

내 이곳에서 무엇인가 깨닫고 가리라!


이것을 무엇일까? 저것은 무엇일까? 어린 기억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수많은 물건들이 가득한 '익숙함의 숲'을 험난하게 탐험하는 모험자가 된 소박한 환희도 있다.

이 숲 속의 모험에 몰입하기 시작할 무렵 일본어로 된 표시들과 가격표가 내 시야에 들어온다.

그 순간 어색함의 파도가  나를 밀친다. 그제야 비로소 몰입에서 깨어나 낯섦을 깨닫게 된다.

"아... 여기 일본이지..." 몰입이 되었다가 순간 깨진다. 묘한 것이 반복된다.

수많은 그릇속에서 우리는 그릇이 주는 오묘함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낯섦과 익숙함이 동시에 나를 향해서 걸어 나오는 순간에 비로소 '사색'을 할 수 있게 된다.

낯섦은 우리에게 생각의 그릇을 비울 것을 요구한다. 비워진 생각의 그릇에 하나씩 차분히 쌓아가도록 말이다.

익숙함이 가득한 생활용품 속에서 비로소 '일본의 모습'을 탐험하게 된다.

그제야 비로소 알게 된다. 삶의 느낌은 일상이 만들어 내는 촉감과 기억이다.

익숙함이 만들어는 내는 그릇속에의 낯선감. 이안에서 새로움을 느끼게된다.

여유로운 낯섦, 그 어색함과 친숙함을 이끌어주는 매개체가 '디자인'이 아닐까 한다.

여유로움과 분주함이 공존하고, 어색함과 친숙함이 묻어나고, 안락함과 낯섦을 동시에 느끼는 것.

디자인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경험'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리컵들이 진열된 모습을 보자.익숙함속에서 낯선 영롱함을 느낄 수 있다.

단순하게 그릇을 모아놓은 소박 함이다. 그 소박함이 모여서 고요함을 만들어낸다.

미처 못 본 낯섦과 새로움을 자아낸다. 그것이 디자인이다.

이곳에서 물건들은 어디서나 본 디자인들이다. 

주변에서의 대화, 음악, 문자 등은 모두 일본어이다. 

이 일본어는 낯섦과 외국어라는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나는 이미 이 공간의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고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이곳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디자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디자인이 하나의 나무라면 이 곳 전체는 커다란 숲이다.

이곳은 '일본인의 삶'이라는 그릇의 깊이와 모습을 표현하고자 하는 곳 같다.

소박함과 고요함이 이곳을 관통하고 있다. 공기가 흐르나, 공기가 아닌 분위기이다.

일상에서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소박함.그것들이 담겨져있다.

디앤디파트먼트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삶의 소박 함 들을 한 곳으로 모아놓았다.

전혀 새롭지 않다. 그렇다고 진열도 간결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이 안에서 우리는 삶의 소박함이 어떠한 것이 찾아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오히려 질문을 하는 것에 가깝다. 

'소박함 삶. 일상. 그것은 삶 속에서 무엇인가?'

화장실에서 출구로 나가는 길.옆이 물건들은 재고품들의 상자다.

화장실에서 나와 출구로 향하는 길목에는 재고품들 상자들이 잔뜩 쌓여있다.

상자가 가득 쌓인 창고를 지나가는 셈이다. 상자들을 가득 쌓인 길을 걸어가면서 스스로에게 자문해본다 

'나만의 재고 상자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 그곳에 '나의 철학은 정령 있을까?'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도쿄에서 이곳을 꼭 가보라고 권한다. 

(디앤디파트먼트 책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아쉽게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이곳은 '대단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곳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이유는'디자인'에 대해서 

사색해볼 수 있기에 가보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다음에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도록 하겠습니다.


디앤디파트먼트안에서는 잔잔함이 흐른다. 일본 하면 떠오르는 무엇인가 형용할 수 없는 잔잔 힘이

계속 흐르고 있다. 재밌는 것은 그 잔잔함을 알게 되는 것은 디앤디마트먼트를 들어가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곳에서는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보고 느껴보고 나서야 그 잔잔함을 알게 된다.

알게 된다는 표현보다는 깨닫게 된다라는 표현이 보다 더욱 정확하다.

그렇게 가슴에 잔잔함을 가득 안고 출구에 도달할 무렵 뜻밖의 풍경이 머릿속을 새 차 게 다시 지나간다.


'화장실의 세면대' 

무엇이 진짜 수돗꼭지일까? 나는 디자인의 겉만 보는 것인가 디자인이 만들어주는 삶의 관계를 보고 있는것인가?


이 곳 화장실 세면대에는 두 개의 수도꼭지가 있다. 하나는 진짜고 하나는 가짜다.

무엇이 수도꼭지인지 모르겠다. 하나는 타일 색과 같은 색상이고, 이 곳과 잘 어울리는 빈티지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옛날 느낌을 담고 있으면서도 유쾌함도 있다. 반면에 다른 하나는 철저하게 수도꼭지의 기능에 충실하다.

무엇이 진짜일까? 그것을 이 글을 보는 이들이 도쿄에 간다면 직접 확인해보기를 권한다.

그렇지만 이것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겉에 보이는 것만 신경 쓰지 않았는가?' 겉에 보이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 만들어내는 '우리와 관계'가 아닐까?


하늘이 있기에 지붕의 디자인도 돋보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구혼부쓰역을 향하면서 주택가를 홀로 걸어 난다.

눈 앞에 보이는 집의 지붕과 하늘을 보면서 생각한다.


'하늘이 있기에 지붕의 디자인도 돋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모든 것들이 자신의 역할을 하고, 그 역할에 철저히 충실하는 것.

그것이 조금씩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내리게 하는 것.

이것이 디자인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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