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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Dec 16. 2018

도쿄공중전화박스에도 일본인의 삶이 있다.

디테일. 세부적, 꼼꼼함. 도쿄를 설명할 수 있는 손색없는 단어다.

도쿄는 디테일의 도시다. 도쿄에서 보는 일상 속 디테일은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인은 디테일도 중시하지만 그것이 전체와 조화를 이룬 자연스러움을 좋아한다.

반면에 도쿄는 한국보다 더 세부적이고 디테일이 강해서 '과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본인에게는 당연한 "이 정도는 디테일이 있어야지! 나루호도! 스고이 데쓰!'의 생각이다.

지옥철로 유명한 도쿄 지하철은 사람을 더 태우기 위해서 의자를 접을 수 있게 편의를 위한 디테일도 더했다.

(그렇지만 만약에 도쿄에 가서 일본 지옥철을 경험해보기 위해 출근시간에 일부러 지하철을 타려는 시도는 하지 말기를 권한다. 엄청나다. )


일본인의 디테일을 중시하며 축소를 사랑하는 태도는

도쿄 내 일상적인 부분에서 의외로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종종 그 디테일로 일상 속 잊고 있던 새로움을 발견하는 건 덤이다.

그 발견을 위해서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A76N5RqYQE&t=12s 




나는 주의를 기울이고 도쿄 거리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공중전화박스를 보았다.

흥미롭게도 그 안에는 축소를 사랑하는 일본인의 사고가 있었다.공중전화박스를 만지고 더듬어보면서 자세히 관찰했다.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의치 않았다.

중요한 사실은 그 안에는 공중전화박스 그 이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도쿄 공간 에피도 다섯번째는 도쿄 공중전화박스다.

공간이 꼭 커야 무엇인가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조그마한 공간에서도 충분히 그속에 담긴 세계관을 볼 수 있다.공간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 다소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다면 미학이 담겨있다.


진한 커피믹스 같은 투명한 박스 안에 선명한 녹색 전화기가 있다.

그 옆에는 조그마한 의자가 있다.

서서 통화를 하다가 다리가 아프면 앉아서도 통화를 할 수 있다.

공중전화박스 내부는 생각보다 재밌다.

그 안에는 집안에서 전화하는 일본인의 모습을 최대한 비슷하게 옮겨놓았다.

하지만 그 박스가 단순히 '집안에서 전화하는 일본인'을 옮겨놓은 것만은 아니다.

공중전화에게 필요한 역할도 충실하게 담았다. 녹색 전화박스에 들어가자 보이는

커다란 재난 관련 안내번호는 공중전화의 우선순위는 재난 시 연락수단임을 강조한다.


크게 새겨진 재난구호 번호





아무리 무선통신이 일상생활이 되었지만 통신 기반은 아직 유선통신이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유무선을 떠나서 전화 같은 연락수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은 카카오톡이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은 LINE이 압도적이다.

LINE이 일본 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거 질 수 있던 계기는 동일본 지진이다.

동일본 지진 때 라인은 사람들이 연락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각 재난시마다 연락을 취한 번호는 녹색 전화기 위아래에 상세하게 기록한 것을 보면

일본이 자국의 재난에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공중전화박스에서 일본 재난대책을 생각하는 나도 참.....'

 


요즘은 우리나라도 태풍, 미세먼지, 한파가 예상되면 모든 이들 스마트폰에 재난경보 문자가 도착한다.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문자가 온다. 하지만 재난대비 문자는 끊임없이 와도 좋다.

사람 생명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과해도 좋은 게 사람의 생명 즉 안전에 관한 부분이다.


가독성이 높은 전화기


브랜드는 추구하는 미학을 제품에 담는다.제품사용자나 타켓에 따라서 디자인이 명확하다.

다.공공디자인이 다른 다자인보다 어려운 점은 특정 대상이 아닌

모든 대상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그래서 공공디자인은

무엇보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여야한다.

특징인들만 겨냥한 디자인이라면 공공디자인에서는 실격이다.


공중전화가 눈에 확들어오지 않는가?

공중전화 디자인이 예쁘지는 않다. 그렇지만 예쁜 것과 쉽게 사용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일단 밝은 녹색이다. 눈에 확 들어온다. 숫자와 동전 역시 한눈에 들어온다.

가독성이 좋다. 일본어와 영어를 같이 적어 놓았다.

재난 같은 경우는 가독성이 큰 서체와 글자 크기를 크게 적용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조명도 아주 밝아서 차분함을 더해준다.


 

공중전화박스 안 의자와 가방 수납공간.


공중전화기

얼마 전 압구정동을 지나가가다 길거리에 놓여있는 공중전화를 보았다.

이제 누가 공중전화를 쓸까? 궁금증이 들었지만 '1542 수신자부담 전화'를 생각하면

아직 공중전화를 가장 급할 시에 필요한 도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예전같이 공중전화는 많지 않지만 말이다. 그렇게 길을 지나가다 문뜩

도쿄에서 본 전화박스 속 의자가 생각났다.

아직도 기억한다. 공중전화박스에 의자가 있는 모습은 무척 신기했다.

한국과는 조금은 다른 전화부스 내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과

가방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흥미로웠다.


나는 이것을 두 가지로 추론했다. 첫 번째는 일본 내의 많은 고령인구를 배려한 모습이다.

의자의 위치가 다소 낮게 위치한 모습도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를 생각하지 않았나 추측했다


두 번째는 '길에서 하는 전화도 집에서 하는 모습만큼 편하게 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전화박스 안에서 멈쳐서서 본 공중 박스는 집안에서 전화하는 경험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 강했다.

전화기를 들고 의자에 앉아보니 편하게 앉아 전화를 할 수 있을 만큼 편했다.

또한 가방을 넣은 수납공간도 의자 옆에 같이 있다.

의자에 앉아 혼잣말을 했다.

"역시 일본인의 사고답다. 이 의자의 디테일을 보게나! 하하하"

일본은 참 디테일하다. 그 디테일 덕에 일상을 다시 보게 만드는까.

아날로고의 나라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저 나무가 의자다.

핸드폰이 보급되기 전만 해도 공중전화는 일상이었다.

밖에 나갈때 누구나 지갑속에 공중전화카드를 가지고 다녔다.

세월이 지나고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공중전화는 사라져 간다.

후세 사람들은 공중전화를 박물관에서나 볼 지 모른다.

우리에게 일상이었던 생활이 유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도쿄에서도 공중전화가 한국과 비슷했다면

이 같은 과거의 일상, 사라져 가는 일상을 발견하지 못했을 거다.

때로는 새로움이 과거의 소중함을 사라지게 할지 모르지만

동시에 새로움이 얼마나 신선한 가치인지 알게 한다.


학원에 다닐 때 한 친구는 매일 동전만 50개가 넘게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동전 소리를 내고 다니던 그 친구를 쉬는 시간만 되면 사라졌다.

알고 보니 학원 앞 공중전화로 여자 친구와 통화하기 위해 항상 동전을 가지고 있었다.

"참 로맨틱한 녀석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80년대 이전에 태어난 이들은 공중전화에 대한 추억이 많을 거다.

군대 외박을 나와서 지인들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 부모님께 안부 전화하는 모습,

비 오는 날 우산 가져다 달라고 1542 수신자부담 전화를 하는 사람,

공중전화로 연예를 하는 이들. 이제는 모두 휴대전화로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공중전화가 이를 담당했다.

이제야 비로소 공중전화는 퇴역의 시기가 오지 않았나 싶다.


도쿄의 공중전화박스에는 도쿄의 디테일도 보았지만

동시에 일싱 속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공중전화를 다시 생각했다.

이 같은 모습이 일상 속의 미학이다.

일본은 항상 그게 강하다. 재밌는 나라다.

재밌는 곳이다. 도쿄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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