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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Dec 03. 2017

나의 취향을 찾아보자.

KITTE(1)

도쿄역은 혼잡했다. 도쿄역은 미로였다.

그렇지만 키테는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도쿄역에서 길을 찾다 보면 마루노우치 남쪽 출구 쪽을 지나가게 된다.

딱딱한 발걸음과 낯선 일본어 방송과 북적이는 사람 소리가 따뜻한 갈색 조명으로 바뀐다.

그 바뀌는 곳이 키테의 입구이다. 


다양한 의자들, 삼각형 아케이드 형태 건물, 중정, 따스한 색감이 가득한 조명들, 나무로 만든 계산기,

동일하게 재단된 복도들, 서로 다른 가게 분위기, 가게마다 미세하게 다른 나무 색깔, 아기자기한 카페 장식품, 형 형색객 아기자기한 소품들.


키테에는 서로 다른 가게들이 자신들만이 가진 관점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서로 비슷한 구석도 많지만 동시에 다른 부분도 많은 곳이 이곳이다.

가게마다 조명 색은 대부분 비슷하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 미묘한 차이는 분명하게 그들만의 정체성을 들어낸다.

키테는 과거 우체국이었던 건물을 개조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빌딩과 다르게 키테는 아케이드로 되어있다.

인사동에 위치한 쌈지길을 생각하면 편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쌈지길은 각 층을 경사진 계단을 걸어가면서 한 층씩 둘러볼 수 있다.

반면에 키테는 각 층마다 엘리베이터 혹은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해야 한다. 

일부 공간은 전시회도 하고 있어서 캐리어는 끌고 가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이곳은 다른 쇼핑몰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그것은 키테 건물 그 자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키테 건물 가운데가 삼각형 형태로 뻥 뚫려있기 때문이다. 

천장 가운데가 뚫려져 있고, 투명한 천장에서 빛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들아온다. 

빛이 있는 곳은 언제나 따뜻함이 있다. 

여기에 잔잔하게 나오는 재즈는 이곳 분위기를 고요하면서도 밝게 해준다.

에스컬레이터 아래마다 소파가 있기에 가운데 빛이 들어오는 중정을 보면서 쉴 수도 있다.

이 공간 덕에 어느 곳에서도 키테내에 입점한 가게들을 볼 수 있다.

건물 구조 덕에 쇼핑몰이 주는 분주함과 압박감이 덜하다.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나에게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할까? 나는 어떤 것에 흥미가 있을까?



일본은 과거부터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면 그것들을 자신들 것으로 다시 만들어냈다.

일본인들은 버릴 것들은 솎아내고 솎아낸 것들은 자신들 관점으로 다시 만든다.


일본 라이프스타일 가게에서는 군더더기 없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기반한 것들을 소개한다.

자신들 관점에 부합한 기획에 충실하게 물건들을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기획과 구성에 반하는 것 혹은 논리를 깨는 것들은 과감하게 제거한다.

하코야는 나무를 기반으로한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인다.
다양한 나무로 만든 제품들.따쓰함을 가득 품고 있다.그렇지만 가격은 전혀 따쓰함과 거리가 멀다.

하코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나무를 기반으로란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인다.

나무로 된 아이폰 케이스, 나무로 만든 시계, 나무로 만든 문구 통, 나무로 만든 계산기

나무가 가진 꺼부드러운 감촉이 물씬 풍기는 것들로만 이곳이 가득 차 있다.

(그렇지만 가격은 따스하지 않다.) 나무로 구성할 수 있는 것들만 판다.

나무가 주는 따뜻한 느낌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기에 이곳은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린다.

호불호가 분명하다는 것은 그곳이 확실한 정체성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하코야는 차가운 금속 재질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흥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이곳은 나무로 일방통행하는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특정한 '구분'과 '취향'이 분명 해지는 과정은 불순물을 걸려내는 과정과 같다.

'구분'과 '취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더라도

그것은 어떤 '물건'들로만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불순물들이 걸러진다.

옷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옷은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가깝고 익숙한 것들이다.

스트리트 패션은 어떤 면에서 복잡하고 난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거리가 가진 열정을 담고 있다.

열정을 우리는 한 가지로 표현할 수 없다. 열정은 다양한 색깔과 모습으로 누구나 표현할 수 있다. 

열정은 모태가 되고 나머지는 자신이 가진 관점으로 표현한다. 

이것이 거리가 가진 속성이다. 어느 누구도 다른 이들을 모방하지 않고 

스스로 군더더기를 제거한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것이 거칠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영감의 원천은 '말끔'하다.

반면에 아주 간결한 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단순하면서 그 맥락은 아주 유연해야 한다.

모든 것들이 순수하게 걸러져서 아무런 번거로움 없이 말끔하게 보이는 모습을 선호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스트리트 패션과 미니멀은 서로 대척점에 있어 보이지만

사실 그 둘이 추구하고자 하는 삶은 같다.

'표현', '들어내는 것'이 두 가지 단어에서 둘은 같다.

그래서 취향을 우리가 함부로 잣대를 그어 재단하면 안 된다.

아주 간결한 셔츠, 신체 라인에 깔끔하게 맞아 들어가는 바지와 재킷.

신발은 요란하고 화려한 스니커즈 혹은  조던 농구화.

말끔함의 끝에서 화려함으로 바뀌는 순간은 위화감이 아니다.

그 순간은 오히려 서로가 서로 돋보이게 하는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키테 #도쿄역 #도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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