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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Dec 11. 2017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일까?

KITTE(2)


여행은 넋을 빼앗기는 과정이다.

어느 곳을 가든지 간에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어떤 것이 나타나고 사라질지 모른다.

 도쿄역(혹은 신주쿠 역)에서 내렸다고 해도 나는 그곳을 전혀 모르는 상태이다.

모든 상황을 백지로 시작해서 스스로 채워가야 한다.


여행은 커피와도 같다.

어떤 느낌과 맛이 찾아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커피를 마신다.

커피색은 같을지 몰라도 커피 맛은 매 순간 다르다.

커피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몰랐던 맛도 찾게 된다.


여행하는 중에는 자신에 대해서 잘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낯선 흔적과 풍경 속에서 자기 자신이 온전히 보이기 시작한다.

일상에서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했던 뜨뜻미지근한 감정이 오묘하게 자신에게 다가온다.


키테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새롭거나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단지 그것을 내가 어떻게 보고 해석하고 감응하느냐가 문제이다.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한다고 해도 아주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놀라움, 경이로움, 새로움, 아찔함이 가득한 연속선상일 수도 있다.

오로지 내 몫이다. 내 감정이다. 내가 생각하고 사유하는 것들이다.

혼자 소파에 앉아서 생각했다.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일까?'

키테에 입점한  라이프스타일 가게를 보았다.

물론 기획에 대한 생각을 다듬기에는 좋았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해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논리에 근거한 물건 배치에 불과해 보였다.

아무리 포장을 잘 해놓았어도 '내가 얼마큼 소비할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것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군가 '이런 것은 어떤가요?'라고 우리에게 권유를 할지라도,

우리가 생각할 것은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나는 왜 사는가?'

 '나는 진정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이야기하더라도 내 생각으로 소화하지 않는 이상 그 생각은 진정으로 내 것이 될 수 없다.

물건으로 라이프스타일이 완성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논리에 기반한 제안이라고 하더라도 논리가 사람의 삶을 만들지는 않는다.

사람이 가진 삶은 경험하고 느끼고 스스로 만지면서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그것이 자신만의 관점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 진정한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진다.

홀로 이 땅에 서있어도 흘리지 않는 자세가 라이프스타일을 지탱하는 뿌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뿌리는 쉽게 만들어진 지지 않는다.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그래서 키테는 아주 좋다. 나에게 부합하는 것들도 있고 전혀 관심이 가지 않는 것들도 있다.

그것을 솎아내고 받아들이고 느끼고 만지면서 내 관점을 온전히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키테에 가보기를 권한다.

답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지 모르니까.




취향과 관점이 분명 해지는 순간 라이프스타일이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취향과 관점 그에 기반한 기획이 정착되는 사회가 되기에는

아직 우리에게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이 시간은 따라잡아하는 추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서 정착이 되고 자연스러워지고 성숙을 의미하는 것이다.

취향과 관점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대단히 어렵다.

시대가 만들어주는 토양이 필요하다. 라이프스타일 가게는 날로 번성하고 있다.

여기에서 번성이란 개념은 추상적인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번성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 맥주시장을 생각해보자.

여기에서 맥주시장이 평균 몇 퍼센트로 성장했는가를 논함이 아니다.

10년 전만 해도 마트에서는 맥주가 국산 맥주들로 가득했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수요 덕에 수입맥주, 국산 맥주, 국산 크래프트 맥주, 무알콜 맥주 등

사람들 취향에 맞는 다양한 맥주들을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 한 가지 맥주라는 것을 마시던 사람들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이제 사람들은 맥주도 여러 종류를 골라가면서 먹는다.

게다가 인터넷상에서 맥주에 대한 평가와 맛에 대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전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해서 무알콜 맥주만 마십니다.

에딩거와 웨팅거 클라우스탈러를 주로 마십니다.

참고로 제 주량은 호로요이 한 캔  정도로 술을 못 마십니다.)


맥주는 음료가 아니라 문화가 되고 있다.

그 문화는 당연스럽게 음식과 이어진다.

이제 맥주는 음식과 궁합을 따지면서 먹는다.

피맥,버맥. 경이롭고 영광스러운 치맥,


시간과 취향은 맥주 하나마저도 기호상품 혹은 주류에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바꾸어놓는다.

퇴근하는 길에 배달어플로 집에 들어가는 시간에 맞추어놓고 마트에 간다.

오늘 먹을 맥주를 고른다. 늘 마시던 맥주도 좋고 새롭게 도전해볼 맛도 좋다.

중요한 사실은 '맥주와 궁합이 좋은 음료'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찾아내는 나만의 황금 궁합은 음식에서 체험으로 문화로 변한다.

라이프스타일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로 맥주와 음식을 찾아보면 수없이 많은 사진들이 나온다.


다이칸야마 츠타야가 새롭게 느껴졌다면 키테에서는 너도 나도 츠타야 같은 논리이다.

오히려 과연 무엇이 먼저인가? 라이프스타일 기획은 츠타야가 먼저일까?

이 질문은 고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도쿄에서 보는 기획과 관점은 기본적으로 츠타야 같은 형태로 보인다고 생각한다.


취향과 관점은 어디로 갈지, 무엇이 될지 모른다.

천천히 움직이면서 점점 커져 다른 취향과 관점을 만난다.

어떠한 흐름을 가지고 가야 할 길을 전점 넓혀간다.

더 이상 망설이거나 주저하지도 않는다.

더 넓고 커지고 깊어지면서 사람들을 적시고 행동을 이끌어낸다.

도시를 관통하며 다시 여러 부분으로 나뉘고 더 멀리 달려간다.

각 기 다른 시간 흐름만이 필요할 뿐이다. 오직 시간이 답을 알려준다.

흐릿했던 태양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 높이 더 밝게 솟아난다.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기획을 뒷받침하는 논리적인 근거, 유통과 물류, 디자인과 물건, 시각적 요소와 광고는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매개체이지 전부가 아님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보이는 것은 때로 깊숙한 저변에 숨겨진 본질을 놓치게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문화를 만드는 일 사람들 몫이다.

도쿄가 서울의 가까운 미래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도쿄는 하나의 가능성이자 방향을 보여줄 뿐이다.

일본인들은 항상 다른 것들을 자신들 생각으로 동화시켜왔다.

그렇지만 일본인은 때때로 그것이 다소 지나치게 자신들에게 동화시키는 부분도 있다.

우리에게 도쿄는 참고할 대상이다.

결국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주는 흐름에 맞추어서 우리만의 확실한 시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른 것들을 보되 자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개성, 취향, 시선의 시작이다.

여행은 그것을 넓혀가는 지도인 것이다.

키테에 공간들은 각자마다 방향을 보여주는 곳이다.

이것을 동일하게 한국에 들어올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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