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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Aug 06. 2019

블루보틀 성수는 무엇을 공간에 담았나?

'공간의 핵심은 사람이다.' 블루보틀 성수.

뚝섬역 1번 출구로 털털 내려오면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벽돌 건물이 하나 있다. 시원한 녹색식물이 반기는 입구. 그 앞에는 금속으로 제작한 블루보틀 입간판이 우리를 기다린다. 블루보틀 한국 첫 매장인 블루보틀 성수점이다. 블루보틀 코리아 본사, 로스터리, 트레이닝 랩을 갖춘 이곳은 앞으로 생길 한국 내 블루보틀 매장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의 키요스미 시라카와점처럼 말이다.


내가 블루보틀에 관심이 많은 건 커피보다는 건축 때문이다. 일본 내 모든 카페 공간을 만드는 스키마 건축사무소의 건축 스타일을 정말 좋아하니까. 도쿄에 가면 블루보틀뿐만 아니라  스키마 건축사무소에서 작업한 여러 공간들도 찾아 가볼 정도다.


블루보틀 성수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블루보틀 삼청점 이야기를 먼저 헤보자. 블루보틀 삼청점은 성수점과 다르게 아주 조용히 문을 열었다. 이 곳도 스키마 건축사무소에서 건축을 맡았다. '스키마 건축사무소에서 어떻게 지었을까?' 그냥 궁금했다. 무엇보다 일본 미의식을 잘 담아내는 스키마 건축사무소에서  어떤 방식으로 삼청동을 해석할지 매우 궁금했다. 그래서 성수점보다 삼청점에 먼저 갔다. 흥미롭게 지어놓은 블루보틀 삼청점을 보고 재밌다고 생각했다. 블루보틀 삼청점을 보고 나오면서 성수점에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왜 블루보틀이 삼청동을 두 번째 매장으로 선택했는가?'에 대한 답을 성수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블루보틀 성수:물성을 강조한 공간



블루보틀 성수점이 추구하는 공간의 방향성은 '물성'과 '사람'이다. 성수점만이 가진 특징은 이곳에 오는 모든 사람들의 몸짓, 발짓, 목소리가 공간을 매력적으로 채운다는 점이다. 게다가 4곳으로 나눠진 카페 공간에 앉아 가만히 주변을 관찰하면  음악과 사람 소리가 공간에 적절하게 힘을 넣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도쿄 내 블루보틀을 꽤 가본 편이다. 이 글에서 성수점을 판단하는 내 경험의 기준은 도쿄 블루보틀을 기반으로 한다.]

블루보틀 성수점에서는 산겐자야, 나카메구로, 아오야마, 키요스미 시라카와 등 도쿄 내 몇몇 지점의 느낌을 볼 수 었다. 하지만 카페를 찾아오는 외부인들이 합쳐져 하나의 광장을 만든다는 점에서 '한국'의 느낌을 더 강렬하게 받았다. 아주 시끄럽고 재밌다고 해야 할까?


금속과 시멘트가 가진 물성이 성수점의 핵심을 암시하는 로고. 참고로 삼청점은 나무다.

블루보틀 성수점은 블루보틀 도쿄 매장들과 무엇이 다를까? 일단 일본 블루보틀 매장은 '공간'과 '사람'이 철저하게 나눠져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음료'는 사람과 공간을 이어주는 도구로만 보였다. 블루보틀에 온 손님들은 바리스타가 한 땀 한 땀 추출한 커피를 받는다. 커피를 받은 손님들은 블루보틀이 만든 공간에 들어간다. 손님들은 커피를 마시며 비어있는 블루보틀 공간을 채운다. 이 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렇기에 공간이 사람을 이끈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성수점의 공간은 느슨했다. 그 느슨함에서 나오는 '비움'을  사람이 확 끌어안아 채운다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블루보틀이 만든 공간과 음료를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이끈다는 느낌이 강했다.


제임스 프리먼이 말한 블루보틀의 가치는 '커피에 대한 호스 피넬리티'다. 나는 '환대'에 대한 차이가 블루보틀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한국의 접객문화가 다르다.  일본같이 '다도'에 근거한 '일기일회'보다는 '자연스러움'이 한국 내 블루보틀에서 더 묻어난다. 그렇기에 한국 블루보틀에서 느껴지는 호스 피넬리티(환대)는 친숙함이다. 공간은 일본의 환대를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나,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은 한국인들이다. 그렇기에 블루보틀 성수와 삼청점의 공간감은 사람들에 의해 죽고, 사람들을 통해 살아난다. 공간이 추구하는 환대와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환대가 다르다 보니 생기는 괴리감이다. 즉, 블루보틀 성수점은 주변 사람들을 고려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생각만큼 블루보틀이라고 '특별한' 게 없기 때문이다.


벽돌로 더욱 강조한 물성

성수점을 구성하는 재료는 시멘트, 벽돌, 나무, 철이 전부다. 의자는 일부는 금속이고, 일부는 나무다. [참고로 삼청점 의자는 모두 나무다.] 공간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의 물성이 지나치게 강하다. 강한 물성 때문에 공간은 마치 미니멀리즘 작품 같이 묵직하다. 특히 벽돌을 이용해서 만든 책상은 공간의 물성을 가장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도쿄와는 다르게 성수, 삼청 모두 벽돌을 재정의해서 공간에 활용한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삼청점은 1층 바닥과 원두 진열장을 동일한 갈색 벽돌로 처리해 회색 돌을 '재정의'했다. 성수동에서 벽돌은 오브제에 더 가깝다. 성수동에서 유독 눈에 띄는 벽돌 탁자는 공간에 따뜻함을 더하지만, 만지거나 음료를 놓는 순간 '탁'하는 마찰음과 함께 차갑게 돌변한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노출된 성수점의 콘크리트 벽은 산젠자야점을 연상시키지만 그곳보다 더 거칠다. 산겐자야점은 노출 콘크리트를 백색 벽으로 마감했고,  정원과 나무로 공간 균형을 유지하지만 성수점은 아니다. 성수점 안에서 접하는 식물은 오직 꽃꽂이뿐이다. 성수점은 마치 동굴같이 더 파고들어 만든 공간이라고 해야 할까?


블루보틀이 지향하는 공간은 '따뜻한 미니멀리즘'이다. 하지만 성수점의 노출 콘크리트는 차갑다. 편안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스타벅스 매장이 주는 '평온함'이 더 생각날 뿐이다. 적어도 공간적 편안함을 따진다면? 블루보틀보다는 스타벅스다. 내가 도쿄에서 경험한 블루보틀 매장은 적절한 긴장감으로 사람들이 '커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성수점은 지나치리만큼 차갑다. 공간에 필요한 온기를 오직 '사람'에게 의존한다. 사람이 없는 블루보틀 성수점은 매우 차가울 것만 같았다.


비움을 강조한 공간

깔끔하게 마감을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는다. 이것이 의도적인 비움.

블루보틀은 블루보틀 만의 미학을 만들기 위해 공간에 항상 ‘비움’을 둔다. 매장 내 공간  일정 부분을  항상 비운다. 그 비움을 통해 커피를 마시는데 방해되는 모든 요소를 최대한 지운다. 이를 위해 때때로 마감재를 의도적으로 뜯어내기도 한다. 튀어나온 콘크리트를  에폭시 같은 마감재로 수정하지도 않는다. 금속과 시멘트가  가진 차가움을 보완하고 대비를 넣기 위해  테이블, 의자 등을 원목 소재를 사용한다.


다른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카페와는 다르게 블루보틀은 의도적으로 '비운' 공간을  사람들의 '경험과 시간'으로 채운다. 여기에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주변 풍경들도 동원된다. 성수동 같은 경우, 벽을 뚫어서 채광을 끌어왔다. 삼청점은 통유리를 사용해 삼청동 풍경을 매장 속에 아예 집어넣어 버렸으며, 2층에는 의자를 두지 않아 사람이 공간을 채우도록  했다.


채광:공간에 디테일을 더하는 요소.


바리스 타바를 비추는 빛과 사진 속의 창에서 나오는 빛이 블루보틀 성수점 분위기를 만든다.

블루보틀 성수점 공간 디자인을 담당한 스키마 건축사무소는 블루보틀 성수점에서 채광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채광은 공간이 만드는 모든 경험의 기반 이디. 나도 가게에서 매 시간 채광 상태에 따라서 공간이 변하는 걸 항상 경험했다. 파주의 미메시스 뮤지엄도 채광에 따라서 공간 일부가 흰색에서 상아색으로 변하기도 하고 차가운 흰색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코타키나발루에 가는 이유 중 하나도 노을을 보기 위함이다. 빛은 공간에서 중요하다고 끊임없이 강조를 해도 나쁘지 않다. 이 말처럼 성수점의 채광은  입구에서부터 매장 전체에  각기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성수점에서 채광이 들어오는 공간은 크게 2곳이다. 가장 빛이 많이 들어오는 입구와 바리스타들이 일하는 커피 바의 위다. 시간대와 각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채광은 미세하게 공간에 변화를 준다. 성수점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마치 동굴 같고 안쪽으로 커피 바로 나올수록 채광이 강해지는데, 이는 동굴에서 빛을 바라보는 느낌을 연상케 한다.

시간대마다 들어오는 미세하게 다르다.

꽃과 식물:공간에 계절을 시각화하는 기술.


왼쪽 두곳은 성수점, 오른쪽은 삼청점의 꽃이다. 꽃은 정갈하게 공간안에 자연을 담아온다.

블루보틀 매장에서는 항상 꽃꽂이를 볼 수 있다. 매장 안에 비치한 꽃은 계절감을 표현하는 일에 집중한다. 화려함은 배제한다. 이렇게 비치된 꽃은 자칫 지나치리만큼 차가운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안에서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린다. 미니멀한 카페 공간에 있는 꽃은 공간에 생동감을 더하고, 동시에 자연의 일부를 카페 안으로 가져온다. 이는 블루보틀 아오야마, 산겐자야점에서도 두드러진다. 아오야마는 나무, 산겐자야는 정원이 있다. 나카메구로 점도 나무가 있지만 아오야마와 산겐자야점만큼은 아니다. 이케부쿠로 매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케부쿠로점 앞에는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이 있다. 사실 블루보틀 매장에서 사용하는 꽃꽂이는 일본에서 더 강하다. 그 이유는 일본은 '꽃꽂이' 자체가 자연을 실내로 가져오는 예술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삼청점과 성수점도 매장에 꽃꽂이는 일본 매장과 느낌이 다르다. 삼청점은 매장 앞에 나무가 가득한 국립현대미술관이 있다. 또한 입구 앞의 식물을 통해 자연의 시원함을 매장에 가져오고자 노력했다. 또한 삼청점은 모든 매장 방향에서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 3층 사이폰 바에서는 인왕산과 경복궁을 볼 수 있고, 2층에서는 북악산과 남산을 볼 수 있다.

산젠자야점의 꽃, 삼청점 2층에서 경험하는 한옥지붕의 자태.


같은 동선이 하나도 없는 블루보틀 매장들.


스타벅스와 블루보틀이 다른 점이 있다면 공간의 '다양성'을 다루는 태도다. 스타벅스는 다양한 지역 사람들이 '공통'으로 포용하는 공간을 만든다. 서울, 도쿄, 런던, 뮌헨, 홍콩, 오사카, 뉴욕 어느 곳을 가도 한결같은 스타벅스만의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에 블루보틀은 카페가 위치한 지역의 다양성을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매장이 위치한 지역을 관찰하고  특징을 매장에 집어놓는다. 성수점은 '크래프트 문화'가 예전부터 있었기에 물성과 질감을 강조했다. 삼청점은 현대와 옛 가치의 조화, 특히 현대미술관과 궁궐이 있는 점을 고려해 풍경에서 디테일을 더했다. 도쿄 산겐자야, 나카메구로점은 지역 내 커뮤니티성을 고려했다.


블루보틀 매장에서 바는 언제나 공간의 중심에 있다. 커피 추출에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머신, 디스펜서, 추출 바, 테이블 종류가 같은 곳도  없다. 모든 지점마다 바리스타들이 일하는 커피 바를 공간의 중심으로 삼고 바를 중심으로 공간을 만들어간다. 삼청점은 바 앞에 사람들이 기대어서 커피 추출을 하는 모습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지지대까지 만들었다. 성수점은 포스 2곳에서 접객을 하고 그 뒤의 공간에서 음료를 만든다. 산겐자야점은 일자 동선이고, 신주쿠점은 정사각형 구조다.

산겐자야, 삼청, 성수, 바리스타들이 일하는 동선은 모두 다르다.



공간 방향성이 가져다주는 경험


바리스타가 일하는 키친 위의 채광은 성수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성수점과 삼청동은 서로 각기 다른 공간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성수점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건축'이라면, 삼청점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건축'이다. 이는 굉장히 큰 차이다. 성수점같이 아래로 내려가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은 횡적이다. 이 같은 방향성이 성수점 공간을 4곳으로 분할한다.


바를 중심으로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공간이 깊어질수록 개인성이 강해진다. 4곳의 공간은 서로 빛과 분위기가 다르다. 동시에 4 분할된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지나가고 자리에 앉고 음식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차가운 공간을 채운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조명도 어두워지고 더욱 아늑해진다. 이렇게 나눠진 4곳의 공간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 한 곳에 있지만 4곳의 다른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은 상당히 흥미롭다.



지상 입구근처 천장에서 떨어지는 빛은 매장내에 또다른 느낌을 만든다.

나는 이곳에서 성수동 공간을 담당한 스키마 사무소가 한국 정서를 이해해 공간에  반영하는데 매우 힘들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 정서를 공간에 담아내는 고민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본 흔적도 엿보였다. 반면에 삼청점은 1층에서 3층까지 올라가는 구조다. 스텝실은 지하 1층이다.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으로 구성된 공간은 성수와는 다르게 각 층마다 완전한 독립성을 가진다. 그렇기에 1층부터 3층까지 완전히 다른 디자인, 작업동선이 만들어진다. 독립적으로 나눠진 공간들은 당연히 각기 다른 공간을 표현하며 사람들에게 층마다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성수점에서는 각 구획별 경험이 선형적이고 복합적으로 극대화했다면, 삼청점은 각 층에마다 공간 경험이 극대화된다. 공간이 가진 방향성의 차이. 이는 공간이 추구하는 한 끗 디테일을 결정한다. 여기에 블루보틀 로고와 시그니처인 뉴올리언스 커피의 정체성은 사람들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더욱 강화된다.

키친을 중심으로 총 4곳으로 공간이 나뉜다. 출처: 스키마타 건축사무소.
키친으로 들어오는 채광은 공간을 나누는 기능적인 요소를 가진다. 출처: 스키타마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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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한 색 사용.


블루보틀에서 가장 신경 쓰는 공간 디자인은 언제나 ‘무엇이 없는가?’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블루보틀은 공간에 회색과 흰색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블루보틀 일본과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색상 차이는 회색이다.  성수점에서는 회색과 갈색을 조합해 사용했다. 삼청점에서는 회색과 흰색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도쿄에서는 한국보다 조금 더 진한 회색에 가까운 쥐색을 사용했다. 일본에서 쥐색은 '비움'을 상징하는 색이며 일본 현지 문화를 담아내기 아주 좋은 색이기 때문이다.(그 차이는 매우 미비하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비움'은  모든 것에서  최대한 정제한 색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블루보틀 매장의 회색은 일본보다 더 밝다.


도쿄 매장과 성수점의 큰 차이점은 음악과 소리다. 도쿄 매장은 조용하고 차분한 음악과 사람 목소리가 공간에 균형감을 가져다준다. 한국 매장은 그런 게 없다. 무척이나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시끌벅적함은 오히려 자연스럽고 음악과 묘한 균형을 이룬다. 오히려 재즈클럽이나 팝 같은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블루보틀이 의도적으로 비운 공간을 사람들이 채움을 넘어 넘치게 한다고 해야 할까? 도쿄 매장에서 가장 시끄러운 편에 속하는 아오야마와 신주쿠점의 소음도 성수점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소음처럼 느껴질 뿐이다. 음악이 너무 강하면 음악소리에 사람들 목소리가 위축되어 대화가 힘들다. 반면에 음악이 너무 없으면 조용함에 위축된다. 그렇지만 적절한 음악소리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말을 하게 만든다. 음악도 살고 분위기도 살아난다. 특히 재즈라면 더더욱 그렇다.


블루보틀 환대의 시작: 주문과 포스기


성수점은 포스기 스크린에 이름을 적게 해놓았다.

성수동과 삼청동은 포스단말기를 사용하는 방식이 같지만 사뭇 다르다. 성수점은 포스기에 서명을 하고 서명을 포스기 터치스크린에 한다. 반면에 삼청점은 포스기가 아닌 서명기에 서명을 한다. 도쿄 블루보틀도 이름은 적지 않는다. 터치스크린에 터치할 뿐이다. 원래 사람은 이름을 적으면 무엇인가 더 친근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름을 적는 행위' 자체로 자신이 이곳에서 환대를 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니까. 게다가 요즘에는 5만 원 미만 카드결제는 서명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블루보틀 포스 기는 매력 있다.


주문한 음료를 픽업할 때는 바리스타에게 영수증을 보여줘야 하는 건 성수나 삼청이나 동일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성수점은 공간이 옆으로 퍼져있기 때문에  바리스타들이 굉장히 크게 '주문자 이름'을 호명한다. 매장이 넓은 탓도 있어서 음료를 픽업하기 전까지는 커피 바에서 일정 시간 대기를 해야 한다는 점 정도다. 반면에 삼청점은 2층에서 픽업이라서 성수점 같은 모습이 없다.'주문자 이름'을 호명하는 직원 목소리도 성수점보다 작다.

삼청점은 카드 서명란에 이름을 적는다. 이게 은근히 기분이 좋다.음료 픽업시 바리스타에게 영수증을 한번 보여준다.

성수점의 동선은 정사각형 형태로 바리스타들이 좌우로 지속적으로 계속 움직이기 편하다. 그렇기에 직원들이 포스기 응대를 종종  서로 교체하면서 신속하게 고객을 응대한다. 반면에 삼청점은 1층에서 두 명이 모든 주문을 처리하고  2층의 바리스타들이 계단 혹은 엘리베이터로 이동한다. 동선의 효율성은 성수동이 한결 더 나았다.


'공간 통일성'을  살리는 소소한 디테일.


사진 속 저 기계가 세스코의 피닉스라는 곤충 잡는 기계다. 저걸 절묘하게 가렸다.

성수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웠던 점은 세스코 장비다. 사진에서 보이는 세스코 장비 이름은 '피닉스'다. 저 '피닉스'는 빛으로 날벌레를 잡는 끈끈이 장비다. 피닉스 불빛은 워낙 강해서 잘못 배치하면 공간 통일성을 해친다. (날벌레를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게 세스코의 설명이다.) 피닉스 장비를 아슬아슬하게 콘크리트 벽 뒤에 배치해서 세스코 장비가 공간의 통일성을 해치는 걸 최소화했다. 건축사무소가 했는지 세스코에서 했는지 모르지만 무척 센스가 좋았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블루보틀 매장 디자인을 기대하며.


이제 서울에도 멋진 카페들이 정말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블루보틀 매장 디자인을 상세하게 관찰한 이유는 내가 스키마 건축사무소가 만드는 공간 디자인 스타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블루보틀 성수와 삼청동은 우열을 가릴 공간이 아니다. 성수점은 채광과 횡적 공간배치로  사람이 접촉하는 면에 집중했다. 반면에 삼청점은 '커피와 공간'이 만들어내는 '경험'에 보다 더 중심을 두었기에 성수와는 다르게 '시각적인 요소'가 더 강했다. 나카메구로, 산겐자야, 신주쿠, 아오야마, 이케부쿠로, 키요스미 시라카와 등  도쿄 내 블루보틀 매장과도 비교하는 건 생각만큼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이곳에서 집중해서 봐야 할 점은 '블루보틀이 공간을 어떻게 묘사했는가?', '블루보틀 매장이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는가?'다.

소비 동기를 새롭게 자극할 수단이 필요했던 이유로 '라이프스타일'이 계속 화두가 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을 한글로 바꿔보면 '생활양식'이다. 생활양식을 '제안'하는 일이 소비주축이 된다는 말은 이제 '개인화'는 시대 흐름이자, 모든 영역으로 뻗어간다는 말이다. 예전만 해도 '개인화'라고 하면 누군가 나를 지극히 반기는 '경험'에만 집중했다. 맞춤정장처럼 말이다. 또한 데이터도 적었다. 그러나 지금 시대 '개인화'는 '데이터'로 예측한 모델과 비교 분석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머신러닝, 딥러닝을 사용해 상황에 맞는 '개인화 서비스'를  알고리즘으로 어렵지 않게 테스트해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개인화'라는 표현은 이제 '타기팅'이라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이 같은 면에서 본다면 블루보틀 한국 매장은 각자마다 취향이 나눠질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성수점보다는 삼청점이 니에게 더 잘 맞았다. 통유리 풍경이 좋았고 빛, 나무, 풍광 등이 성수점보다 더 좋고 층마다 입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https://youtu.be/lIbZxb4 ZP8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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