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함을 채우는 사람의 힘. 블루보틀 삼청.
고즈넉하고 편안한 녹음들이 펼쳐진 삼청동길을 올라가다 보면 국립 현대미술관 삼청동 본관이 나온다. 잔디밭이 펼쳐진 미술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미술관 정문 앞에 하얀 건물 위에 파란 병 로고가 보인다. 블루보틀의 한국 두 번째 매장인 블루보틀 삼청점이다. 블루보틀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이후 첫 매장이 삼청동이 될 거라는 소식은 꾸준히 있었다. 무수히 많은 소문에도 불구하고 블루보틀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강남역 어떤 빌딩이라는 소문도 돌았다.(소문 속 그 빌딩은 3호점) 블루보틀 성수점이 국내 첫 매장이 되면서 '삼청점은 그저 소문에 불과했나?'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렇지만 성수점 오픈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삼청점 공사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성수점 오픈 후 2개월 정도 지나서 블루보틀은 조심스럽게 삼청점을 오픈했다. 정말로 아주 조용히 말이다.
블루보틀 삼청점은 성수점과는 다르다. 성수점이 공간에 중심을 두었다면? 삼청점은 블루보틀이 가장 가치를 두는 '환대'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각 층마다 손님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맞추어 공간을 만들었다. 지하 1층에서부터 지상 3층으로 구성된 블루보틀 삼청점의 모든 공간은 독립적이다. 서비스디자인이 층별로 다르다 보니, 삼청점의 건축은 위를 향하는 건축이다. 주방을 중심으로 공간이 4구역으로 나눠진 성수점과는 다르다. 도쿄 내 다수 블루보틀 매장, 성수점과 비교한 블루보틀 삼청점은 많은 부분이 달랐다. 건물벽의 흰색, H빔 프레임, 벽돌은 도쿄보다 톤이 조금 밝았다. 반면에 건물 질감은 성수보다는 확실히 깔끔했다. 거친 돌출 콘크리트는 없었다. 그 자리에는 차분한 벽돌과 나무들이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Zri6HhgrgA&feature=youtu.be
이제 막 오픈한 블루보틀 삼청동점은 성수점처럼 사람들이 많았다. 블루보틀 직원들은 손님들이 기다리는 동안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이케아의 파라솔과 검은 우산을 비치했다. 직원이 수시로 나와서 우산을 체크하면서 손님들에게 우산을 권했다.
블루보틀 삼청점은 단순한 분업화가 아닌 서비스 분업을 통해 공간 성격을 정했다. 매장 내 주문은 두 가지로 나뉜다. 원두 및 음료 주문과 오리지널 상품 구입은 1층에서 가능하다. 2층에서는 음료를 픽업한다. 이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 먼저 블루보틀 오리지널 상품 자체가 인기가 많다 보니 '수요'를 분산한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2,3층 매장으로 가지 않고 1층에서 원두와 오리지널 상품만 구입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또한 벽돌로 만든 진열장을 통해 원두와 오리지널 상품을 분류해 손님들이 상품을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상품 진열장이 손님들이 기다리는 통로 벽에 붙어있다 보니, 상품을 구경하기기가 매우 불편했던 성수점과는 사뭇 달랐다.
내가 매장에서 관찰한 블루보틀 성수의 업무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았다. 1층에서는 굿즈 판매를 통해 음료 외 주문을 먼저 떨어낸다. 2층에서는 음료만 제조에 집중하며, 커피 추출 작업 동선이 흐트러지는 걸 방지한다. 이 같은 분업구조는 1,2층이 각자 역할에 집중하게 만든다. 포스기가 주방과 나눠져 있기 때문에 직원들 간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해졌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블루보틀 각 매장마다 가진 특징들이 있기 때문에 삼청점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서비스는 항상 상황에 맞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그 유연함은 언제나 매장이 위치한 공간에 근거한다. 가령 일본의 경우 신주쿠점은 뉴우 먼스 쇼핑몰 내 입점이다. 블루보틀을 찾는 사람이 꾸준히 많기 때문에 정사각형 동선이다. 반면에 나카메구로와 산겐자야점은 지역사회와 '소통'을 중시한다. 두 매장은 다른 블루보틀 매장과 다르게 그 지역 손님이 많은 편이다. 이를 위해 직원들이 손님들을 마주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직사각형으로 주방과 바를 설계했다.
나 역시도 카페를 운영하면서 경험했지만 포스기에서 주문을 받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포스단말기를 다루는 사람은 고객들과 소통이자 가게의 첫인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스기에서 나온 주문을 주방동선에 맡도록 잘 전달해야 한다. 그렇기에 포스단말기와 동선은 서비스 제공 및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주방동선은 전혀 티가 나지 않게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이를 직원들조차도 동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고 가는 경우에는 2층에서 커피를 픽업한다. 단 사이폰은 3층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1층에서 음료 결제 시 카드 서명 단말기에 이름을 적는다는 점이다. 보통 일반 포스기의 경우 5만 원 이상 결제 시에만 서명을 하도록 되어있다. 일반 카페에서 5만 원 미만 결제 시에는 별도의 서명이 없다. 나도 가게에서 일하면서 5만 원 이상 손님들에게는 항상 '5만 원 이상인 경우에는 서명을 하셔야 합니다'라고 항상 말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는 '음료 픽업 시 알려드릴 이름을 적어주세요'라고 말한다. '이름을 적어주세요'라는 이 한마디가 참으로 따뜻하게 들렸다. 요즘에는 그냥 카드를 긁거나 혹은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끝나니까. 서명을 하면 주문 영수증은 자동으로 2층 바리스타에게 전해진다. 2층에서 기다리면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내리고, 손님 이름을 호명한다. 호명받은 손님은 바리스타에게 영수증을 보여주고 음료를 가져가면 된다. 성수점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이 무척 좋았다. 또한 물통의 경우 금속성이 강한 성수점은 물통도 금속이었다. 하지만 삼청점은 투명 플라스틱이었다.(원두는 블루보틀 성수점에서 로스팅하며 디저트는 모두 메종 엠오에서 만든다.)
요즘에는 그냥 카드를 긁거나 혹은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끝나니까. 서명을 하면 주문 영수증은 자동으로 2층 바리스타에게 전해진다. 2층에서 기다리면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내리고, 손님 이름을 호명한다. 호명받은 손님은 바리스타에게 영수증을 보여주고 음료를 가져가면 된다. 성수점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이 무척 좋았다. 또한 물통의 경우 금속성이 강한 성수점은 물통도 금속이었다. 하지만 삼청점은 투명 플라스틱이었다.(원두는 블루보틀 성수점에서 로스팅하며 디저트는 모두 메종 엠오에서 만든다.)
통유리를 통해 묘사하는 삼청동의 시간과 풍경.
블루보틀 삼청점은 성수점과 다르게 각 층마다 통유리를 통해 삼청동 풍경을 하나의 '면'으로 묘사한다. 1층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정문을 비롯한 잔디밭 풍경을 볼 수 있다. 2층에서는 통유리를 통해 삼청동의 옛 기와지붕 비롯한 현대적인 삼청동을 볼 수 있다. 3층 사이폰 바에서는 통유리에 보이는 인왕산과 경복궁 일부를 통해 과거를 볼 수 있다. 일본 블루보틀 매장은 딱딱한 부분이 적지 않다. 칼 같은 느낌이 강하다. 커피에만 집중하고 가야 할 듯한 조용한 공간. 촘촘하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요소 하나하나를 점과 선으로 촘촘히 채웠다는 느낌을 많이 느꼈다. 일본인 성향에 맞는 세세한 차별화에 집중을 두었다고 해야 할까? 반면에 삼청점은 일본 같은 긴장감이 없다. 공간에 디테일을 살리기보다는 공간 자체를 사람들이 채우기를 바라며 공간 주도권을 사람에게 넘겼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나는 시끄러워서 오히려 더 좋았다.
2층은 벽면 한쪽을 통유리로 처리해 삼청동 풍경을 매장 안으로 끌어왔다. 공간을 거대한 '면'으로 풀어낸 셈이다. 통유리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삼청동 풍경, 한옥 지붕, 산이 사람들의 긴장감을 느슨하게 풀어준다. 이는 삼청점만의 유일한 풍경이다. 이 같은 방식은 자연을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일본 정원 연출 방식이다. 스키마 건축사무소가 '일본 미'를 강조하는 건축을 하는 걸 고려해본다면 이곳의 의도는 분명하다. 따뜻한 미니멀리즘을 한국 정서로 풀어보려는 한 노력이라고 해야 할까? 일본식 전경, 정원문화를 차용해 연출했지만 일본 정원에서 느끼는 고요함은 없다. 일본 블루보틀은 '선 사상'에 가깝자면 삼청점은 미니멀리즘의 대가인 도널드 저드의 작품에 가깝다.
2층의 흥미로운 점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오직 2자리라는 점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창가를 바라보거나 코르크 바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블루보틀은 항상 매장에서 의도적인 '비움'을 만드는데 삼청점에서는 '소통'을 비웠다. 삼청점 매장은 각 층마다 하나씩 허전하다. 그 허전함을 사람들 간의' 소통'으로 메꾼다. 커피를 마시는 개개인의 '시간'과' 경험'이 아닌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으로 공간을 채운다.
블루보틀은 드립 커피가 유명해 커피 추출에 시간이 다소 걸린다. 사람들이 자신이 주문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서서 기다려야 한다. 이 같은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서 금속 바를 만들었는데 마치 펍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맥주를 기다리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대로 연출된다.(참고로 2층에는 앉을 수 있는 의자는 딱 1개다) 음료도 '코르크'재질로 만들어진 '코르크'모양 책상에서 마셔야 한다.
사람들은 코르크 재질 책상서 서로 합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 글을 적으며 각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나 역시도 다른 사람들과 합석을 했다. 갤러리 같은 공간이면서 펍같은 분위기다.(삼청동은 갤러리가 많고 국립현대미술관, 고궁 미술관, 경복궁이 있다.)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만드는 공간 앞에 사람들이 몸을 기대어 앉을 수 있게 한 지지대는 기존 블루보틀과는 다르게 색다르다. 그렇지만 현지 문화와 분위기를 고려한다는 블루보틀 가치관에 근거한 배려는 다소 미흡하다. 이곳에서 스타벅스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지 말자. 이곳은 와이파이도 콘센트도 없다.
3층으로 올라가면 사이폰 바와 핸드드립 바가 있다. 스타벅스 리저브하고 비교하면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실험실에 온 느낌이 조금 더 강하다. 사이폰 바 뒤에는 인왕산이 보인다. 이같이 면적인 전개는 삼청동이라는 공간을 블루보틀로 일부 가져오는 효과를 낸다. 삼청동 풍경과 산을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면적인 전개는 오로지 이곳에서만 가능하다. 대부분 사람들이 서있어야 하는 2층과 다르게 3층은 모두 앉을 수 있다.
성수점은 건물 바로 위로 지하철이 지나간다. 서울숲이 있지만 뚝섬역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기에 공간에 콘크리트 물성과 채광 같은 특징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국립현대미술관과 경복궁이 있는 삼청점은 공간을 비울수록 삼청동이 들어온다. 블루보틀이 삼청동에 매장을 지은 이유는 이 같은 이유일지 모른다.
삼청점은 성수점과 다르게 1층 바닥, 벽. 진열장 모두 벽돌을 사용했다. 건물에서 '점'의 역할을 담당하는 벽돌은 하나로 합쳐져서 커다란 면을 만들어 매장 전체에 '차분함'을 연출한다. 주황색 벽돌을 가구 겸 오브제로 활용한 성수점과는 확연히 다르다. 또한 1층의 벽돌 진열장은 바닥면이 위로 쏟아 오른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벽돌이 공사 도중 나온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벽돌을 면으로 재해석한 점은 아주 좋았다. 그렇지만 삼청동만이 가진 고즈넉하면서도 싱그러운 분위기에 회색 벽돌은 지나치게 차갑다.
블루보틀 삼청점이 마냥 멋진 건 아니다. 어떤 면에는 상당히 무례하다. 1층 매장은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적고 대부분 서있어야 한다. 2층에는 앉는 자리가 적다. 오랜 시간 기다린 후에 매장에 들어온 이들이 서서 커피를 서서 마시라는 건 상당히 짜증 나는 일이다.'커피만 마시고 빨라 가라'라는 말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3층은 오로지 앉아야만 한다. 또한 1층 안에서 보이는 화단은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지금은 오픈 초기라서 사람이 많다. 화단 안에 나무로 옮겨 심었다면 나무가 완전히 자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1년 블루보틀 삼청점은 나무가 많이 자란 상태다.]
앞서 말했듯이 삼청점은 성수점과는 다르게 '행동'을 고려한 독립적인 공간분할이 인상적이다. 성수동은 4곳의 공간분할로 사람들이 최소한으로 커피를 마시고 음미할 공간을 만들었지만 이곳은 그런 게 없다. 특히 2층과 3층의 바닥은 공간 몰입도를 방해한다. 코르크 재질 책상은 종종 흔들리기 때문에 음료를 마시기에 적당하지 않다. 성수점은 1인당 공간이 넓었지만 삼청점은 좁다. 혼자서 오면 상관없지만 둘 이상 오면 밀착을 해야 공간을 누릴 수 있다. 이 같은 행동이 의도된 공간설계라는 게 더 흥미롭다.
블루보틀이 추구하는 공은 ' 여백과 덜어냄의 미학'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고객이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지만 삼청점에서 여백과 덜어냄의 미학은 성수점과 비교해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2층에서 사용한 바닥재질과 3층의 바닥 색감은 공간에 힘을 뺀다. 게다가 지나치게 적은 좌석수는 커피에 집중할 공간적인 여유를 주지 않는다. 게다가 유리잔에 담아주는 커피는 커피보다 컵을 더 신경 쓰게 만든다.
'비워둔 공간'을 손님들의 경험과 시간으로 채우기를 의도하는 게 블루보틀의 공간 철학이다. 그렇기에 블루보틀은 매장마다 의도적으로 공간을 비운다. 그 비움이 블루보틀만의 경험을 만든다. 하지만 삼청점에서는 인위적으로 연출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심지어 그 인위적인 연출은 불편함을 넘어 무례함을 느낄 정도다. 스타벅스 공간을 무척이나 선호하는 한국인들에게 블루보틀 삼청점은 친절한 공간이 결코 아니다. 조명에서 벽까지 스타벅스가 일관적으로 보여주는 따뜻함과는 거리감이 크기 때문이다. 가격은 스타벅스보다 더 비싼데도 말이다.
성수점과 삼청점에서 내가 발견한 공통점은 역시나 '사람'이다. 내가 생각할 때 한국인의 매력은 '느슨함'을 채우는 활동력이다. 아무리 느슨한 공간도 한국인들이 가면 그곳을 생동감이 넘치게 만든다. 블루보틀은 이 부분에 주목한 듯하다. 긴장이 느슨한 삼청점 매장을 채우는 건 바리스타, 커피를 마시는 이들, 이야기하는 사람,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는 이들이다. 마치 온돌방에서 수다 떠는 광경이 이곳에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니다. 한국인에게 '느슨함'이 극대화된 장소는 온돌바닥이다. 따뜻한 바닥에서 뒹굴거리는 자유로움. 생활 속에서 '느슨함'과 '몰입'은 한국인만이 가진 특징이다. 그렇기에 '느슨함'과 '분주함'을 동시에 가진 한국인은 그 어떤 누구보다는 열정적이다.
블루보틀 매장 안에서 많은 이들이 블루보틀 로고와 시그니처 음료인 뉴올리언스 사진을 찍어 SNS에 포스팅한다. 사람들은 블루보틀을 소비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점을 찍는다. 이는 동시에 블루보틀이라는 커다란 면을 만든다. 포스팅된 사진은 블루보틀을 '콘텐츠 소비공간'으로 바꾼다. 이것을 통해서 블루보틀과 개인의 정체성 둘 다 강해진다.
물건에 관여하는 시간 혹은 빈도가 많을수록 사물과 인간 사이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생긴다. 동시에 그 매력도 확산된다. 변화를 수용하는 '느슨함'은 사람에게 신선도 높은 즐거움을 제공한다. 삼청첨 1층에서 진열장으로 사용한 벽돌이 대표적인 예다. 성수점도 벽돌을 진열장으로 사용했지만 의도적인 사용이라서 자연스럽지 않다. 그렇지만 삼청점 내 진열장으로 사용한 벽돌은 매장 입구로 들어오는 길에 깔린 벽돌과 색깔이 같다. 게다가 1층 바닥에 사용한 벽돌과도 같다. 이렇게 블루보틀에 온 이들에게 블루보틀과 관계를 맺을 여지를 남겨둔다는 것은 삼청점 바로 앞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현대미술이 표방하는 바와도 일치한다. 이 느슨함과 여유는 아마도 '변화와 포화의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소중한 관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