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ro] '배우: 감정을 편집하는 사람들' 이슈 1을 마치면서.
정해진 시간에 자리에 앉아
영상 콘텐츠 보던 시절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아닙니다. 이미 그 시절은 끝났습니다.
이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힘은 지속적으로
이용자 취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영상 콘텐츠는 더더욱
흥미와 재미를 위해 나아갈 겁니다.
오히려 이용자들의 니즈를 채워줄
수많은 배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죠.
우리는 지나치게 휘발성이 강한 콘텐츠보다
더욱 깊이 있는 콘텐츠를 지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스스로가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안목.
배우에 대한 인식을 더 확장시킨다면 드라마와 영화는
더 양질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겠죠.
이러한 인식과 판단이 데이터에 반영이 될 테니까요.
매일 누르는 터치 하나하나가 데이터가 됩니다.
이에 근거한 판단이 메일과 알람으로 끊임없이 들어옵니다.
느낌으로 판단하는 시대는 거의 저물어갑니다.
이제 모든 콘텐츠는 데이터로 판단하니까요.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드라마와 영화가
사람에게 전하는 순수함, 기쁨 그리고
감격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도 잠시 넷플릭스에 접속했는데요.
몇 분 지나지 않아 이메일과 알림으로
제 시청기록에 근거한 메시지가 오네요.
아마도 알고리즘이 제 취향과 감수성을 저보다
더 잘 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시대가
마치 온 것처럼 굴 필요는 없습니다.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변하는 과정 자체도 보지 못할지도 모르니까요.
아직 오지 않은 시대에 대해 지나치게
집중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오히려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상태죠.
이 글을 쓰는 시점인 2020년
2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합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은
우리가 접하는 정보와 시간 구분을
꾸준히 없애고 있습니다.
공간을 나누는 벽도 사라지고 있어요.
거리와 같은 물리적인 감각도 점차 옅어지고 있죠.
코로나 19는 이 같은 변화를 더더욱 가속화하고 있어요.
지금 시대는 원하는 순간마다,
내 손 안 스크린으로 모든 걸 보는 시대죠.
삶은 편해졌고, 놀거리는 더 많아졌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자본의 논리에 근거해서 봐야 할까요?
아니면 감정을 표현하는 창의의 논리로 봐야 할까요?
두 가지로 나누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모든 게 수치화되가는 시대에 수치화되지 않는
무언가를 전하려는 이들로 정의하는 게더
현실에 바탕을 둔 생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경제성장률 예측. 주식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예측할 수 없듯이 배우가 어떻게 될지는
쉽사리 예측할 수 없을 겁니다.
그동안 우리가 생각했던 배우라는 개념.
오히려 그 경계는 점차 옅어질 겁니다.
이건 확실해지리라 생각합니다.
동시에 옅어진 만큼 새로운 무언가가
‘배우’라는 직업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겠죠.
단순하게 대본에서 인물을 묘사하는 역할에서
점차 인간이 가진 감정,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느끼도록 하는 사람.
더 나아가 이를 더 세밀하게 다루며
'감정을 창조하는 디자이너'로 변할 겁니다.
제 생각이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건축과 비슷한 게 부분이 많습니다.
공간은 만들고 나서부터는 수정할 수가 없어요.
우리가 늘 이용하는 공간들은 완성된 직후에서야
사람들과 호흡하기 시작하니까요.
만들다가 멈춘 건물들이 오히려 더 위험하죠.
뿐만 아니라. 우리는 매일매일
건축현장에 나와 건물을 만든 이들을 기억하지 못하죠.
배우가 어떤 시나리오에 기반해 인물을 창조하고
이를 영상으로 담아내는 과정은 배우 혼자서 하는 게 아닙니다.
작품 하나를 위해 수많은 스텝들이 하나가 되어 만들죠.
하나의 팀이 공들여 만든 드라마 혹은 영화는
감독이 최종 편집을 한 후에 극장, TV, OTT 같은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직후부터 사람들과 호흡합니다. '
영화는 만들어진 것. 드라마는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해도
두 개 모두 완성 후에야 사람들과 호흡합니다. 건축물과 비슷하죠.
건축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공간을 통해 제안합니다.
영화와 드라마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감정. 상황,
사회문제, 현상, 재미 등 사회 속
여러 부분들을 담아냅니다.
건축이 사람들에게 라이프스타일 인프라를 제시한다면,
드라마와 영상 콘텐츠는 사람들
라이프스타일 일부를 채우는 소비재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TV를 시청하는 일이 생활양식으로 자
리 잡을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모든 이들이 이용자가 되면서도
생산자도 되는 시대가 되는 시대가
오리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죠.
이슈 1을 마치면서 이제 배우는 ‘편집자’이면서도
동시에 그 이전보다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부속품'이 되었다고도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한국 영상 콘텐츠 제작 시장이
넷플릭스 아래로 들어갔다고도 합니다.
저는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실제 넷플릭스의 동아시아권 콘텐츠 점유율 확인하면
한국 드라마의 점유율이 높습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은
넷플릭스의 아시아 점유율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는 매력적인 상품을 공급해주는
좋은 생산지인 셈이죠.
앞으로 드라마와 영화는 '감성'을 전하기보다
데이터에 근거해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미디어산업으로 더 나아갈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저는 이 말이 과히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버틸 것인가?
데이터에 근거에 판단되거나 제작되는 작품들.
사람이 가진 다양한 감성을 묘사하는 일이라도
그 근거는 데이터가 될 겁니다.
그 사이에서 다양성은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휘발성이 강한 콘텐츠가 매일 쏟아지는 시대.
'사람들에게 감성을 전한다'라는
기본이 변질되는걸 얼마나 막을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배우들은 앞으로 더더욱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잊혀질 겁니다.
이를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요?
아마도 이건 시청자들 손에 달렸을 겁니다.
역사상 굉장히 빠르고 치열하게 변하는 시대입니다.
배우의 일 역시 표면적으로 많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핵심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스트리밍 시장과 변화하는 콘텐츠 유통은 배우에게
더 많은 역량, 기획, 편집력을 요구할 테지만.
배우의 핵심인 ‘영상에서 필요로 하는 감정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일’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변하지 않는 배우의 핵심에 근거에 더 확장할 겁니다.
변화 속에서 무너질 사람도 있을 겁니다.
버텨내거나 거슬러 오를 사람도 있겠죠.
우왕좌왕하는 듯해도 시대에 적응하며
기본을 지키며 실천에 이른 배우들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저는 배우를 편집자라는
관점으로 보고자 합니다.
그렇다고 꼭 저처럼 볼 필요도 없습니다.
전 앞으로 이러한 관점에 근거해 배우에
대해 더욱 나아가 보려고 합니다.
과연 1년 후, 5년 후, 10년 후 배우는
관련 환경은 어떻게 변할까요?
이를 바라보는 이용자들도 어떻게 변할까요?
우리는 그걸 어떻게든지 계속 지켜볼 겁니다.
자 그럼 이슈 2에서도 계속 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