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ense of Beauty] 영화 속에서 발견한 서현진만의 미감.
영화에서는 서현진만의 미감을 관찰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현진 배우 필모그래피 대부분이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영화에 참여하는 배우는 촬영 첫날부터 자기 대사를 완벽하게 외워야 한다. 나아가 자신이 연기하는 장면을 자기 나음대로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의상도 영화 연출에 크게 관여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모든 것을 다 준비해야 한다. 배우는 항상 준비된 상태로 에너지를 해야 비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최상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영화 촬영을 위해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최선의 상태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그치지 말고 감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대로 해내야 한다.
영화는 촬영이 끝난 이후 사운드, 특수효과 및 후반부 작업이 많다. 물론 ‘킹덤’같이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경우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촬영 및 후반부 작업까지 1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영화는 여전히 극장에서 상영하기 때문에 마케팅 기간도 있다. 드라마는 방영 기간 동안 꾸준히 홍보가 가능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요즘에는 아예 넷플릭스에서만 개봉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봉준호 감독의 옥자. 사냥의 시간 같은 경우는 극장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예외적인 사례다.
영화와 다르게 드라마는 10,12,16화같이 최소 3,4개월간의 방영 기간이 있다. 미국, 영국 같은 경우는 시즌제로 가기 때문에 방영 기간이 10년이 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닥터 후. 영화는 촬영 기간 동안 집중해서 촬영한다. 영화는 '개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드라마는 방영, 종영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용어에서부터 이미 성격이 다르며, 이에 따른 은유와 수식어도 다르다. 같은 영상 콘텐츠이지만 '프레임'은 전혀 다르다. 넷플릭스는 다른 영화와 드라마 프레임을 '넷플릭스' 그 자체로 통합시켰다는 면에서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는 사전제작제가 아닌 이상 일정 분량을 촬영한 후 방송을 한다. 그 이후 종방까지 계속 촬영한다. 이러한 방식 차이 때문에 드라마에 참여하는 배우들은 드라마 시나리오에 서서히 스며들며 이야기와 인물에 익숙해진다.
영화와 드라마 모두 시나리오라는 같은 내력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제작방식과 기간이 다르다. 내력은 같아도 외력은 다른 셈이다. 드라마는 1화에서 미흡한 걸 2화에서 보강할 수도 있다. 시청률에 따라서 내용이 수정되기도 한다. 영화는 그런 게 없다. 영화 촬영은 이미 시나리오가 완성된 후다. 당연히 드라마와 영화는 배우가 추구하는 외면과 내면의 깊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영화속 캐릭터는 가진 외면과 내면을 조절하는 일이 드라마보다 더 농축되어있다. 만약 영화 러닝타임이 120분이라면? 배우들은 각자 맡은 캐릭터의 출연 분량에 맞추어 농축된 연기를 해야한다. 자연스럽게 배우는 캐릭터와 작품에 더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다이빙처럼 한 번에 영화 속 인물에 빠져들어야 한다.
배우는 언제나 이 내력과 외력 사이에 있다. 드라마의 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영화보다 호흡이 좀 더 길다. 그러나 배우에게 '호흡이 긴 시나리오'는 자신의 내력에 영향을 주는 외력이다. 드라마를 만드는 기간 자체가 배우에게는 하중인 셈이다. 드라마에 참여하는 배우들이 대본을 계속 읽으면서 과거 행동을 알고 있어요 연기톤을 일관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드라마에 참여하는 배우에게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은 자신의 내력을 키우는 일인 셈이다.
서현진배우의 필르모그래피를 한 번에 보자. 서현진 배우가 참여한 드라마는 특별출연까지 포함하면 19편이다. 그중에서도 100편이 넘는 장편 드라마만 2편이다. (‘오자룡이 간다’와 ‘제왕의 딸, 수백향’) 영화는 개수로 보면 12편이다.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베케이션’과 ‘지구에서 연애 중’은 동방신기 홍보에 가까운 영화다. 관찰을 통해 연기만을 논하기에는 영화 쪽 데이터가 너무 적다
나머지 3편은 단역, 5편은 구혜선 감독의 작품이다. 구혜선 감독의 작품은 단편이 대다수다. 서현진배우가 출연한 장편은 '요술'이 유일하다. 본격적인 상업영화는 ‘굿바이 싱글’과 ’ 사랑하기 때문에’ 두 편이다. (구혜선 감독 작품도 ‘요술’ 외에는 출연시간이 짧다.)
드라마와 영화는 배치가 핵심이다. 배치를 위해서는 그 대상에 대한 목적을 분명하게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배우를 기능으로만 볼지 아니면 미감으로 볼지에 대한 문제는 어떤 '배치'를 하는가에 따라서 결정된다. 서현진배우가 참여한 영화들은 이 같은 면에서 확실하게 나뉘는 편이다.
구혜선 감독 영화는 대부분 독립영화다 보니 구혜선의 미학을 강조하기에 당연히 영상 배치와 그 안의 배우들 이미지도 구혜선의 '미학'을 따른다. 그 덕분에 서현진만이 가진 ‘미감’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모습은 구혜선 감독이 의도한 바에 근거하지만 시나리오에 비교적 얽매이지 않은 서현진만의 미감을 보기에는 좋다.
구혜선 감독이 연출한 작품에서는 ‘서현진’이라는 배우 그 자체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이는 구혜선 감독 영화 자체에서 사용하는 장면들이 대체로 이미지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서현진은 구혜선의 ‘뮤즈’라고 할 만큼 구혜선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구혜선 감독도 자신의 영화에서 여자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 ‘서현진’ 배우의 여러 면을 넣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그렇기에 구혜선의 영화에서 서현진이 가진 그 자체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는 건 당연하다.
서현진은 단편영화 '유쾌한 도우미'에서부터 '미스터리 핑크'까지 구혜선의 첫 영화부터 함께 했다. 다우너를 제외하고 서현진 배우는 구혜선 감독 작품에 대부분 참여했다. 이러한 연유로 드라마와 다르게 구혜선 감독의 작품에서는 배우 서현진만의 미감을 볼 수 있다. 서현진이 구혜선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것은 '요술'만이 아니다.
구혜선이 그려낸 영화 속 서현진의 미장센은 어떻게 보면 보수적이며 ‘마음’을 잘 열지 않는다. 그렇지만 말없이 묵묵하게 자기가 하는 일에는 열정을 쏟는다. 이 같은 모습이 영화 속 서현진의 모습에 많이 담겨있다. '요술’에서 서현진 배우는 대사도 적다. 감정 묘사가 대부분이다. 구혜선은 자신의 영화에서 서현진을 화려하게 꾸미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러한 면을 빛, 온도, 색채톤을 중심으로 담아냈다.
서현진배우가 참여한 본격적인 상업영화인 ‘굿바이 싱글’과 ‘사랑하기 때문에’에서는 '기능'적인 요소가 강하다. 두 영화 모두 서현진 배우의 역할은 내용 전개를 돕는 ‘기능’에 좀 더 중점을 둔다. '굿바이 싱글'에서는 세 아이의 엄마로 나오며 극에서 주연이 임신을 하게 되는 동기부여를 하는 역할이다. 그 외에는 큰 역할이 없다.
‘사랑하기 때문에’:본인이 맡은 배역을 농축해 확실하게 표현한다.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시나리오 배치는 간단하다. 주인공 이형(차태현)이 다른 사람 영혼에 들어가 그들의 사랑을 돕는 짧은 에피소드 반복이다. 짧은 에피소드가 끝나면 이현(차태원분)과 현경(서현진)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이 같은 시나리오 배치 탓에 서현진배우가 맡은 현경과 이형(차태현) 간의 이야기는 간헐적으로 나오고 마지막에서야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서현진은 무대 울렁증이 있는 현경을 매우 효과적으로 농축해 연기한다. 서현진이 드라마같이 인물을 천천히 만들어가는 모습을 영화에서 기대하기는 무리다.
이는 영화와 드라마 사이 구조 때문이다. 오히려 영화에서의 느낌은 드라마에서 특별출연에서 보여준 느낌들이 좀 더 강하다. 영화 캐릭터 연기가 드라마보다 더 농축된 느낌이 강한 건 영화 구조 때문이다. 영화는 장르에 따라서 이야기 속도 천차만별이다. 상영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어벤저스:엔드게임'이 3시간 상영에도 성공한 이유는 마블이 인피니티사가 까지의 과정을 차곡차곡 쌓았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도 마찬가지다. 절대반지를 없애기 위한 서사 과정을 반지 원정대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았다. 그렇지만 반지의 제왕도 이야기 진행속도는 대체로 빠른 편이다. 최근 종영한 tvN의 '메모 리스트'같은 경우 스토리와 배우들 연기가 아닌 드라마에 맞지 않는 '너무 빠른 속도감'이 문제였다.
영화 속 감정표현은 드라마에 비해 짧은 시간 안에 모두 담아야 한다. 드라마는 서서히 캐릭터를 만들어도 상관없지만 영화는 아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영화는 매 순간이 제로백이다. 짧은 몇 분 동안 이야기를 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반면에 드라마는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하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영화'가 가진 구조. 구조를 만드는 '배치'에서 접근해본다면 '믿고 보는 배우’라는 서현진의 수식어는 아직 '드라마'에 한해서만 유효하다. 이는 연기력 문제가 아니다. 서현진배우가 '드라마'에 많이 출연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