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학습] 스타트업은 어떻게 드라마의 내력과 외력 간 조화를 맞추는가.
지난 글에서는 남한산성을 사례로 들어 '빛과 영상 질감'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현재 방영 중인 TVN의 '스타트업'을 통해 드라마의 내력과 외력을 나누어 살펴보고자 합니다. 제가 방영 중인 '스타트업'을 사례로 삼은 이유는 드라마 안에서 매우 강한 외력, 아우라(혹은 룩)가 강한 배수지 배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작팀은 드라마 안에서 '아우라'가 강한 그녀를 적절하게 잘 컨트롤하면서 '배우로서의 배수지'와 '배수지의 아우라'도 충실히 활용하고 있죠.
스타트업이 내력과 외력 간 조화를 위해 추구하는 방법은 5가지다.
1. 배수지 배우의 아우라를 드라마 내력으로 사용하기 위해 다양한 샷 디자인을 활용한다.
2. 드라마 초반에 많은 공을 들여 스토리를 차곡차곡 쌓는다.
3. 내력이 강한 배우들을 서로 붙여, 배우들이 가진 외력이 스토리텔링을 막는 걸 통제한다.
4. 관계와 사건을 연출하기 좋은 2.35대 1 비율을 활용해 이야기에 리듬감을 만든다.
5. 베테랑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스토리를 안정감 있게 진행시킨다.
광고와 드라마는 모두 이미지를 다룬다. 전자는 '이미지'만 다루지만 후자는 이미지와 이야기를 모두 다룬다. CF는 찰나의 이미지를 모으기 위해 몇 시간이 걸리는 수고를 감수한다. 때때로 CF 속 인물은 화면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중 하나로만 여겨진다. 완벽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CF와 다르게, 드라마(영화)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미지를 다룬다. 이야기가 중심인 드라마(영화)는 인물을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로 다룬다. 물론 여기서 인물은 이야기 속 인물이다.
드라마 장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드라마 화면 구성을 고민할 때 최우선으로 삼는 부분은 인물이다.
‘인물 이미지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와 ‘배우가 할 수 있는 연기의 최고치를 어떻게 얻어낼 수 있는가?’는 드라마 스토리텔링의 가장 큰 과제다. 촬영, 조명, 미술팀은 이를 위해 프리 단계에서 후반 작업까지 매 순간 고민한다.
종종 배우 그 자신의 이미지에 드라마 전체가 매몰되는 경우도 있지만, 배우가 단순히 ‘피사체’로 변하는 상황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스토리텔링이 돼야 하는 장면에서 배우가 멋진'피사체'가 되는 경우, 그 장면은 아주 멋지다. 그러나 스토리텔링면에서는 좋다고 할 수 없다.
드라마는 이야기 근간을 차곡차곡 쌓아가야 스토리가 무너지지 않는다. 막장드라마. 사실 막장이라는 뜻 자체는 사실 막장 드라마와 어울리지 않지만, 우리가 막장드라마를 보며 힐난하는 이유는 '이야기'가 근거도 없이 마구잡이로 전개되기 때문이다.(막장의 뜻은 '갱도의 막다른 곳', '끝장'이다.)
tvN ‘스타트업’은 1화에서 주인공 4명의 분량은 상대적으로 적다. 심지어 남도산을 맡은 남주혁 배우는 마지막 2분 정도 나온다. 그중에서도 절반은 뒷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1화는 상당히 지루하다. 주인공들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스타트업'의 스토리텔링 속도는 상당히 느리다. 하지만 1화에서의 다소 지루한 이야기 전개는 드라마 골격을 탄탄히 다진다. 이 같은 과정은 마치 건물을 지을 때 지반을 다진 후, 건물 골격을 천천히 쌓아가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1화에서는 서사구조를 쌓아가기 위한 장치로 핑크색 필터를 적극 사용해 화사함을 넣었고, 대비를 줄였다. 꽃과 문자를 활용한 서정적인 장면들도 많다. 편지 글 문구를 영상 속에 삽입해 스토리 진행을 더욱 극대화한다. 이러한 영상미는 서사에 정취를 스며들게 해 '스타트업'이 지향하는 영상 질감을 만든다.
1화가 그려가는 영상미와 스토리텔링은 스타트업의 이야기 주축이 되는 '서달미와 원인재의 관계', '한지평과 서달미', '서달미와 남도산', '한지평과 최원덕'이라는 캐릭터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1화를 보고 나면 드라마 방향이 미드 '실리콘밸리'같은 드라마보다는 '로맨틱 코미디'에 '창업이야기'는 부가적인 요소가 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복선이 될 여러 요소들. 소위 떡밥이라고 해석할만한 여지를 미리 두어 후에 이를 회수하는 이야기 장치도 만든다. {아직 방영 중이라서 스토리 진행이 다소 지지부진하거나 답답하다는 면도 있다. 하지만 아직 방영이 끝나지 않는 작품이다. 종영 전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드라마에서 배우는 강한 내력이 되어 드라마 구조를 탄탄하게 만든다. 동시에 배우 그 자신이 드라마 구조를 깨뜨리는 강한 하중(외력)이 되기도 한다.'튼튼한 골격' 혹은 '강한 하중'의 여부는 철저히 배우 그 자신에게 달려있다. 배우가 기획, 표현, 편집력을 통해 드라마 구조를 탄탄히 이해하고 있다면 배우는 대체로 드라마 안에서 탄탄한 내력이 된다.
'스타트업'에서 '서달미'역을 만든 배수지 배우는 배우 출신이 아니다. 발성과 표정의 어색함은 그녀에게 고질적으로 언급되었던 면이다. 또한 미모에 연기력이 묻힌다는 평가는 그녀를 따라다니는 말이었다. 하지만 스타트업 제작팀은 이 같은 배수지 배우에 대한 세간의 일부 평가를 알고 있는 듯, 그녀가 갖은 아우라를 면밀히 고민해 영상에 담아낸다. 특히 수지 배우의 의도와 상관없이 발산하는 '아우라'가 '서달미'를 묘사하는 일을 방해할 것임을 충분히 고려해 촬영하고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어떤 샷들 찍더라도 '수지는 죽이고 '서달미'만 나오게 하려는' 모습을 샷 설계를 쉽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클로즈업을 찍는 과정에서 '배수지'라는 피사체가 지나치게 강하게 나오는 상황을 경계한다. 더불어 수지 배우만의 고유한 아우라를 스토리텔링에 활용하고 있다.
배우와 배우 간 비교를 한다면, 그 기준은 '연기'보다는 '외력'(ex 비주얼 등)이 드라마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보아야 한다. 어떤 배우는 매소드로 완전 그 인물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배우는 스스로 작품에 어울리는 오브제가 된다. 모델 출신인 남주혁 배우는 모델들이 가져야 할 소양. '제품'을 돋보여야 하는 입장이 강하다 보니 다른 배우들보다 작품에 좀 더 잘 스며들어가는 편이다. 남주혁 배우 같은 경우 187cm라는 매우 좋은 신체조건을 가졌음에도, 드라마에서 화려한 영상미를 선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면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눈이 부시게',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도 충분히 보여준 부분이다. 이는 공유, 주지훈 배우가 보여주었던 모습과 유사하다. 반면에 연극에서 기초를 탄탄히 밟은 김선호 배우는 상황에 맞는 연기로 '한지평'이라는 인물을 만들어 간다.
많은 드라마에 적용되는 특징은 아니지만, 비주얼과 아우라가 모두 강한 배우가 드라마 스토리텔링을 의도하지 않게 지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드라마가 화보집이 되기도 한다. 물론 청춘 기록과 뷰티 인사이드처럼 주인공 직업이 '배우'라서 배역을 맡은 배우의 아우라가 잘 나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나 이는 매우 드문 경우다. 청춘 기록 같은 경우 박보검 배우의 강한 외력이 사혜준이라는 캐릭터에 담겨야 하고, 뷰티 인사이드에서도 서현진 배우는 그녀가 가진 강한 외력을 한 세계라는 캐릭터에 담아야 했다.
반면에 방영 중인 '구미호뎐'은 조금 다르다. 드라마에서 구미호인 '이연'을 맡은 이동욱 배우는 자신의 외력을 고스란히 사용하고 있다. 이동욱배우가 자신의 룩을 강조할수록 드라마 속 '이연'은 더더욱 살아난다. 드라마 이야기상 이연은 산신이고 화려해야 한다. 이 같은 비주얼 요소가 이동욱배우만이 가진 룩(혹은 아우라)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구미호뎐에서 이동욱 배우는 자신의 아우라를 내뿜을수록 드라마 골격은 오히려 더욱 단단해진다.
김범 배우도 마찬가지다. 그도 자신의 외력을 '이랑'이라는 캐릭터에게 반영할수록 드라마 골격은 커진다. 하지만 이동욱 배우와 다르게 조금은 재수 없는 표정을 많이 지어야 하는 차별점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동욱과 김범 배우와 다르게 오히려 조보아, 엄효섭 배우는 캐릭터.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스타트업에서 서달미를 맡은 배수지 배우는 외력. 자신만의 고유한 아우라가 강하다. 서달미를 스타트업에 잘 녹여내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수지 배우가 스스로의 '아우라'를 잘 컨트롤해야 한다. 하지만 종종 아우라 그 자체가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촬영팀은 이 같은 면을 숙지하고 있다. 오히려 드라마 전개에 필요한 부분에 수지 배우가 가진 아우라를 기술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 외 나머지는 카메라 렌즈, 샷 디자인, 콘티 등으로 잘 통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드라마 스토리텔링에 맞게 클로즈업 샷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조리개를 1.4 정도로 조절해 아웃포커싱으로 촬영한다. 하지만 얼굴 전체를 찍지 않는다. 눈 혹은 코 주변을 부분적으로 나오게 하고 나머지는 뿌옇게 만든다. '배수지의 아우라'를 상쇄시키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배수지의 아우라'는 상쇄되고 서달미 이미지만을 스토리텔링에 맞게 빼낼 수 있다. 만일 드라마 스토리가 추구하는 톤 앤 매너와 배우의 아우라가 같은 경우에는 수지 배우를 온전히 화보처럼 담아낸다.
수지 배우는 정면 컷보다는 왼쪽과 오른쪽 사이드 컷이 가장 잘 나온다. 만일 정면샷이 필요한 경우에는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해 서달미의 이미지만를 뽑아낸다.(남주혁, 김선호 배우에게도 사용한다.) 또한 서달미 단독샷보다는 다른 배우들. 특히 내력이 강한 배우들을 배치해 그녀의 아우라를 컨트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와이드샷 혹은 익스트림 와이드샷을 활용해 아우라를 쪼갠다.
수지 배우의 아우라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안정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수지 배우의 아우라는 강렬하지만 따뜻하다. 이 덕에 수지 배우가 함께 있는 장면은 대체로 영상 질감이 포근한 편이다. 제작팀은 이러한 면에 도 주목했다.(수지 배우는 옐로, 오렌지, 밝은 갈색톤이 잘 맞는다. 이는 남주혁 배우도 마찬가지.).
서달미가 등장하는 장면에는 대체로 다른 배우들을 붙이는 전략을 취해 서달미가 온전히 나오도록 했다. 수지 배우의 딕션과 표정에 큰 문제는 없다. 언제든지 그녀만의 아우라가 서달미를 눌러 버릴 수 있다는 게 가장 문제다. 서달미를 연기하는 그녀도 이를 해결하고 자는 노력한다.
이 글은 심화학습이기 때문에 예시를 통해 조금 더 알아보자.
일단 서달미(배수지)와 원인재(강한나)의 신을 보면 원인재를 연기하는 강한나배우가 날쌘 표정과 하이톤 딕션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장면이 많다. 서달미가 먼저 말하더라도 주도권은 원인재가 가져온다. 이야기 흐름은 자연스럽게 원인재로 넘어가며, 차가운 분위기가 장면을 지배한다. 여기에 마스터 샷과 클로즈업을 반복 사용해 서달미와 원인재를 연이어 나오게 해 상황을 차분하게 묘사한다. {또한 붉은색은 강한나배우의 차가움을 더 증폭시키는 면도 있다.}
이러한 흐름은 수지 배우의 아우라를 최대한 누른다. 이 같은 장면은 서달미가 원인재가 만나는 장면마다 대체적으로 반복된다. 오히려 이러한 장면의 반복 덕분에 8화에서 엄효섭 배우와 협상하는 장면 말미, 강한나배우 웃음은 더욱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는데 기여한다.
남도산과 서달미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남도산을 맡은 남주혁 배우가 수지 배우의 아우라를 흡수한다. 남주혁 배우의 큰 키는 영상에서 강한 오브제 역할을 하는데, 이 오브제 같은 역할이 수지 배우 스스로도 통제하지 못하는 아우라를 흡수한다. 이러한 남주혁 배우 덕에 서달미라는 캐릭터가 온전하게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눈이 부시게'에서의 한지민 배우, '하백의 신부'에서의 신세경 배우에게도 관찰할 수 있다. 남주혁 배우는 큰 키에 매우 '외력'이 강해 보일 배우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흥미롭게도 그는 작품 안에서 강한 아우라를 뿜어내기보다는 상대배우의 외력을 잘 흡수한다. 상대 배우를 더울 살려주는 묘한 아우라를 가졌다는 점이 남주혁 배우가 가진 특색이다. 스타트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 이야기 전개 중 남주혁 배우가 나오면 드라마 화면 구성은 많은 면에서 안정된다.
오히려 상대역인 남주혁 배우 같은 경우 모델 출신이라서 극에서 원하는 톤 앤 매너를 잘 맞춘다. 하지만 모델 출신인 남주혁 배우와 다르게 수지는 아우라를 만들어야 하는 아이돌 출신이다. 수지 배우같이 아우라가 너무 ‘강한’ 배우는 드라마에서 스스로 자신의 아우라를 죽여야 하는 면이 적지 않다. 본인 아우리가 너무 강한 수지 배우를 남주혁 배우와 동일한 잣대로 접근할 수 없다.
이 장면 같은 경우에는 수지 배우만의 아우라가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데, 이를 남주혁 배우가 작품 안으로 끌고 들어온다. 라이카 주 밀러스 C렌즈도 이 순간에 제 역할을 톡톡해 해낸다.'눈이 부시게'에서 한지민 배우를 잘 흡수했던 모습과 동일하다.
김해숙 배우와 배수지가 나오는 장면은 다른 면에서 다르다. 김해숙 배우는 연기로 수지 배우의 아우라를 눌러버린다. 김해숙 배우가 만드는 안정감은 서달미가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유도한다. 스타트 업네 수지 배우의 딕션도 김해숙 배우랑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 가장 좋다. 이러한 역할은 김해숙 같은 배테랑 배우만이 할 수 있는데, 이는 김해숙 배우가 언제나 드라마 안에서 단단한 내력을 맡는 역할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막장드라마에서도 말이다.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수지의 강한 아우라는 다른 작품처럼 잘 드러난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책임지는 연출, 촬영, 조명감독이 수지 배우의 아우라를 잘 활용하고 있다. 수지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수지 배우는 '잘' 나오면 안 된다. 그럴 경우 '서달미' 캐릭터는 죽어버린다. 또한 수지 배우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물론 딕션에서 다른 배우들과 차이가 분명한 건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연극배우 출신으로 기본기가 탄탄한 김선호 배우와 대화 장면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드라마에서 감정은 정서를 기반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다른 요소들이 조금씩 양보해 매 순간 최선의 합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배우가 가진 아우리를 줄이고 스토리 디자인에 맞게 배치해야 한다. 오히려 드라마 '스타트업'이 카메라를 통해 수지 배우를 다루는 방식은 '아우라가 강한 배우'들을 어떻게 영상디자인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 알려두는 매우 좋은 사례다.
영상디자인 구조를 뜯어보고 이를 살펴보는 일은 시청자가 꼭 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영상을 볼수록 영상이 드라마 안에서 리듬을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리듬 속에 담긴 디자인을 뜯어볼수록 같은 장면도 늘 새롭고 짜릿하다. 드라마에는 언제나 시나리오라는 큰 기준이 있다. 당연히 드라마 영상은 드라마가 지향하는 정서를 위해 종종 기술적인 면이 우선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배우가 희생할 수도 있다. 드라마가 단순히 배우 연기만을 강조하는 캔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는 이러한 리듬감을 김선호 배우가 잘 만들고 있다.
tvN'스타트업'이 선택한 영상 비율은 2.35대 1이다. 다만 관계가 중심이 되는 장면에서는 일반적인 클로즈업샷보다 조금 더 줌인을 해 1.85대 1 비율과 유사한 효과를 주고자 한다. 2.35대 1 비율이 오히려 좁은 공간 속에서 인물을 잡아낼 때와 인물들이 공간에서 뭔가를 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괜찮다는 걸 잘 활용한 듯하다.
드라마 '스타트업' 제작에 사용한 렌즈는 라이카 주밀러스 C렌즈. 카메라는 알렉사 SXT와 알렉사 미니다. 주 밀러스 C렌즈는 조리개가 1.4인데, 조리개가 1.4인 렌즈를 써본 이들은 알겠지만 매우 선명한 아웃포커싱이 나온다. 즉, 비주얼을 강조하기 매우 좋은 렌즈 중 하나다. 특히 스타트업 자체에는 비주얼이 강한 배우가 4명인데, 이를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선택한듯하다.
'서달미의 3분 스피치' 장면에서는 알렉사 SXT와 미니 그리고 라이카 주밀러스 C렌즈가 가진 톤 앤 매너가 극대화된다. 영상은 부드럽고 긴장감도 충분하다. 샷 설계도 익스트림 와이드샷에서 익스트림 클로즈업샷까지 리드미컬하다. 동시에 드라마가 추구하는 '톤 앤 매너' 그리고 배우들 비주얼까지 모두 잡는다. 아우라가 강한 수지 배우도 이 장면에서는 그 아우라가 튀어나오지 않고, 서달미 그 자체로 변한다. 딕션도 완벽하다.
드라마 중간 틈틈이 사용하는 B 카메라는 영화에서 필요로 하는 콘티를 보충하거나 다큐 혹은 역동적인 느낌이 넣는다. 특히 1화에서 한지평이 서달미를 따라가는 장면은 다이내믹한 느낌을 넣는다. 7화에서 남도산이 서달미를 만나는 장면은 다큐 느낌을 강하게 만든다. 또한 A, B 카메라에 각기 다른 렌즈를 사용해 배우들 아우라를 끌어내거나 통제하기도 한다. 특히 1화에서 사용한 이 장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툭 던져진 듯한 와이드샷이 갑자기 미들 샷으로 변한다. 서달미를 바라보던 한지평은 원덕을 발견한다. 이후 부드럽던 장면은 갑자기 역동적으로 변한다.
배우의 자연스러운 감정이 전달되는 클로즈업샷은 작품 안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1화에서 유년시기 '서달미-원인재'가 나온 후 곧바로 이어지는 클로즈업 중심 샷은 이야기 플롯을 끌어오고 배수지 아우라가 발생하는 면을 최대한 제거한다. 이처럼 촬영과 비율은 드라마 스토리텔링에서 변주를 주며 드라마 내력을 강화하기도 한다.
때때로 배우가 가진 강력한 아우라. 그 자체가 드라마 시나리오 전개에 필요한 '정서'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3화에서 나온 이 장면은 드라마에서 필요한 ‘정서’을 수지 배우 본인이 가진 아우라로 그냥 채운다. 2.35대 1 비율, 흰색톤, 상대적으로 낮은 색온도가 만들어내는 컬러는 수지가 가진 ‘아우라’을 더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3화 안에서 이 장면이 지향하는 영상미를 더 끌어올린다.
배테랑 배우들은 시나리오의 내력을 살리는 역할을 맡는다. 대체로 이들은 철저힌 캐릭터 묘사로 드라마 스토리를 탄탄하게 만든다. 대체로 이러한 배우들은 편집력이 매우 뛰어나다. 엄효섭 배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미 tvN의 구미호뎐에서도 준 빌런 역할을 하고 있다. 적지 않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엄효섭 배우는 맡은 드라마 안에서도 짜증을 유발하거나. 악역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이를 매우 충실하게 해내며 드라마 퀄리티를 높인다.
김해숙 배우는 스타트업에서 드라마의 정서를 끌어내는 역할을 만든다. 김선호 배우와 김해숙 배우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서사와 감정을 다루는 부분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 이 상황에서 드라마 서사가 많이 진행되는 편이다. 이는 초반 1화, 모든 이야기 시작이 이 두 사람에게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서이숙, 송선미, 김희정, 김원해 같은 베테랑 배우들은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 안에서 외력과 내력을 자유자재로 완급을 조절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비주얼이 강한 4명의 주연배우들의 연기를 언제나 드라마 내력으로 끌고 온다. 완충 장치하고 할 수 있다.
이미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8화에서 배수지 배우가 가진 아우라를 강한나, 남주혁, 엄효섭 배우가 연기로 누르고 '서달미'만 드라마 안으로 끌고 온다. 엄효섭 배우가 이 장면에서 이야기 흐름을 단단하게 잡아주는데, 이 덕분에 '서달미' 캐릭터 묘사가 보다 돋보이게 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장면들은 이야기 플롯이지만, 이 같은 배우들 배치는 극이 안정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한 연출 장치다.
드라마는 스토리나 배우 연기를 기술적으로 돋보이게만 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도록 재밌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렇기에 영상은 스토리나 배우들의 연기를 표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영상 촬영은 기술이며 , 스토리와 배우 연기를 담아내는 창의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엔지니어링이다.
영상은 시나리오라는 '텍스트'를 시각디자인으로 옮기지만, 동시에 ‘배우’라는 한 인간을 시각디자인으로 옮기기도 한다. 특히 카메라. 영상을 담아내는 도구는 ‘배우’가 가진 시각요소만 가져옴으로써, 그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다.
같은 배우라도 연기가 문제가 없음에도 카메라에 따라 ‘연기’가 밋밋해 보이기도 한다. 드라마 장면 장면들을 완벽하게 컨트롤할지 혹은 흘러가는 대로 재미있게 보여주는 방식이 오히려 배우 연기나 스토리를 더 매끄럽게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오히려 의도적인 촬영이 배우만의 룩을 줄이면서 연기만을 뽑아내기도 한다. 오히려 드라마 현장에서 어떤 부족함이 있다면 화면 구성 혹은 후반 작업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스타트업은 배수지 배우를 비롯한, 남주혁, 강한나, 김선호 배우가 가진 내력과 외력을 잘 활용하고 있다.
중요한 건 드라마를 통해 그 시나리오가 가진 장점을 더욱 부각하는 일이다. 이런 면에 촬영은 매우 실제적이다. 촬영이 누군가를 도와주는 단순한 서브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촬영은 적극적으로 배우가 연기에 나서게 돕는 가장 앞에서 작업하는 작업이다. 즉, 드라마를 단단히 지탱하는 내력이다.
우리는 언제나 이야기를 갈망하고 어디선가 이야기를 하거나 듣는다. 그중에서도 드라마 혹은 영화는 이야기에 가장 쉽게 몰입할 수 있는 매체다. 우리가 꼭 드라마와 영화를 내력과 외력을 구분해서 볼 필요는 없지만, 이 두 가지를 의식하면서 보면서 이야기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