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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Nov 25. 2020

배우에게 편집력이 중요한 이유.

배우는 시나리오를 해석해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개척한다.

배우는 시나리오속 텍스트를 해석해 보이지 않는 걸 개척한다. 그들은 언제나 텍스트 너머에 존재하는 ‘감성’과 ’ 이성’을 영상 속으로 끌고 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배우가 가진 편집력, 기획력, 묘사력이 어느 정도 숙달했는지 드러나게 된다. '비밀의 숲'에서 황시목은 가는 곳마다 철두철미하게 이성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는 최악상황. 각자만의 지옥을 끌어낸다. 조승우 배우는 넷플릭스와의 인터뷰 중 '비밀의 숲’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황시목을 '지옥에서 온 주둥아리’라고 말한다.

지옥의 주둥아리. 만나는 족족 사람들의 치부를 드러내게 하는 황시목. 조승우 배우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그의 감성과

'비밀의 숲'을 집필한 이수연 작가님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첫 드라마 첫 편집본을 보았을 때 제가 생각한 황시목을 조승우 배우가 완벽하게 구현해주고 있었습니다."이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영화와 드라마는 작품마다 고유한 감정과 정서가 있다. 이 두 가지를 어떤 방식으로 연기하는 일은 배우에게 주어진 과제다. 비록 카메라가 아주 잠시 스치고 지나간다고 해도, 그 스치고 지나간 지점. 예를 들어 아주 잠깐 나오는 눈빛, 소품들이 이야기 진행에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배우들은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최고의 롱테이크 신을 선보였던 ‘레버넌트’를 생각해보자. 

레버넌트의 롱테이크 샷. 어떤 배우는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은 아무런 연기도 하지 않은 건가?

레버넌트 각 장면에서 배우들은 그 신에 맞게 연기한다. 촬영감독이 롱테이크로 신을 찍는다. 하지만 배우들의 모든 연기가 영상으로 다 집히는 건 아니다. 배우가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순간에도 배우는 자신이 나오지 않는 상황 그 자체가 영화에서 의미가 없는 장면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레버넌트의 익스트림 와이드샷. 레오나르도 드 카프리오는 어떤 심정으로 저곳을 걸었을까?

모든 시나리 오안에 꼭 담겨야 할 생각. 영상이 향할 방향은 무엇일까? 대체로 그것은 배우 감정이다. 배우는 시나리오 속 인물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배우와 카메라가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정서가 연결되어있다면, 장면은 항상 설득력을 얻는다.

영화 상의원에서 옷은 소품이 아닌 주제를 드러내는 소재 그 자체다.

배우의 편집력은 영화(드라마) 구조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영화 '상의원' 같은 경우 기존 사극보다 옷이 더 강조된 영화다. 상의원이라는 장소 자체가 ‘옷’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존 사극보다 ‘옷’ 그 자체에 중심을 두면서도 옷의 세부사항들. 작은 디테일이 살아야 하는 영화다. 영화에서 옷이 중요하기에 미술과 촬영은 뒤로 물러서야 한다. 그렇다고 옷이 중심이 되는 건 아니다. 옷과 옷을 입은 인물도 같이 살아야 한다.

상의원은 마치 쉐프스테이블같이 옷을 매우 세밀하게 촬영하고 이를 통해 옷에 집착하는 욕망을 표현하고자 한다.

영화 '상의원'은 ‘옷’을 중심으로 ’ 인간’을 표현한다. 당연히 배우들도 ‘옷’이 가진 의미를 염두에 두고 연기를 펼쳐야 한다. 게다가 영화 자체가 ‘옷’과 ‘인물’이라는 두 가지를 중심으로 '질투'와 '열등감'을 표현하기 때문에 배경과 조명도 최대한 단순하게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상의원은 1.85대 1 비율을 사용했는데, 1.85:1 비율이라고 해도 인물과 지나치게 가까워져서도 안된다. 실제로 상의원은 이 같은 요소들을 매우 신경 쓰며 촬영했다.

천운에서 나오는 장영실의 발명품은 '천운' 영화에서 공간감을 만든다. 

냄새, 색깔 등 시나리 오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공간감. 이는 배우가 봐야 하는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시청자들이 느낄 영상을 통해 느낄 감각. 배우는 그 감각들을 매 순간 생각해야 한다. 시청자들은 오로지 배우를 보고, 그가 ‘표현’하는가에 따라 다음에 벌어질 이야기를 상상하고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 영역은 표현과 기획력을 넘어선 편집력의 영역이다.


배우는 이래야 한다는 말 자체를 '배우'가 버려야 한다.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능력, 샷 사이즈, 렌즈, 샷 리듬. 이것을 조율하는 건 감독, 촬영감독만이 아니라, 배우도 해야 한다. 배우가 감독 혹은 촬영감독과 소통할수록 그에 맞게 감정을 다듬고 잘라내며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오브제로 만들어 다 같이 영화라는 영상언어를 만들어야 한다.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이 감정을 더 세밀하거나 강조한다는 걸 안다면, 배우는 사전에 촬영감독에게 의도를 물어보고, 자신이 해석한 연기에 이를 더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우가 연기하는 모든 면면들은 감독의 의도와 이를 담아내는 촬영감독 영향을 받는다.

기교와 편집은 다르다. 기교는 기술이다. 반면에 편집은 기술을 넣고 빼는 ‘완급’이다. 기교가 있음에도 기교를 넣을 부분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는 판단. 그렇기에 배우의 기획과 표현력은 철저하게 편집력을 따라간다. 배우가 이러한 부분을 분명하게 포착한다면, 작품이 얻어내는 방향을 선명하게 대사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우가 하는 연기들은 카메라에 어떤 샷으로 담길지 촬영당시에는 모를수도 있다. 하지만 배우는 어떤 모습이든지 영상으로 딤길지 항상 예측해야한다.
단순히 쳐다보는 화면, 키보드자판. 카메라는 배우 모든 면면을 담아내고 이를 스토리로 엮는다. 배우에게 편집력을 중요한이유는 편집력이 이러한 디테일을 보도록 돕기 때문이다.

영화와 드라마에는 모든 파트에 조금씩 자기 몫이 있다. 각 파트가 중요하기에 버릴 게 없다. 감독, 배우, 조명, 미술 등 각자만의 언어가 있기에 그 언어의 합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맞추는 게 아니다. 각각 스스로 능력을 개발해서 자신만의 역량을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정말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이는 배우에게도 마찬가지다.

원더우먼 1984는 HBOMAX와 극장에서 동시 개봉한다. 출처: theverge

이제 글로벌 배급망이 더 중요해졌다. 1억 9500만 명에 달하는 넷플릭스 공급망에 들어간다는 건 배우, 감독, 제작사, 작가 입장에서 더 큰 가능성을 보는 일이다. 여기에 '뮬란'처럼 기존 스트리밍에 추가 가격을 부여하는 프리미엄 VOD( PVOD, Premium VOD) 개봉 방식과 '원더우먼 1984'처럼 HBOMAX와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방식은 앞으로 점차 늘어날 듯싶다. 이미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는 한국 내에서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동시 개봉 헸다.

tvN스타트업은 4%의 시청률과 달리 넷플릭스에서는 반응이 매우 좋다.

'시청률'에 집중하는 국내 기사를은 국내 시장을 반영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는 드라마와 영화 배급이 '유통'중심  아닌, '시간 점유'가 중심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면에서 카카오가 연애혁명을 포스팅할 때마다'목요일, 일요일 오후 8시', '카카오 세 번째 탭'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결코 우연히 아니다.

또한 영화배우들이 드라마로 '온다'는 관점도 틀렸다. 오히려 '배급망' 변화로 봐야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퀀즈 갬빗'은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다.  영상 콘텐츠가 플랫폼으로 가는 순간 시청자들은 드라마 혹은 영화의 '질'로만 판단한다. 출처: 넷플릭스

극장이 주요 배급망이었던 시절이 저물고, 넷플릭스(1억 9천만 명) 같은 시청자 시간에 집중하는 플랫폼이 생기면서, 영화를 만들던 감독들은 극장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줄고 있다. 자연스럽게 상영시간에 집착할 필요도 없어진다. 오히려 영화(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여 4,5시간으로 만들어도 된다. 플랫폼으로 가는 순간 시청자들은 드라마 혹은 영화의 '질'로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작품을 더 편하게 본다면, 그에 맞게 배우도 변해야 한다. 유통이 변하자 감독이 그 변화에 따라오고, 그 변화에 맞추어 배우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결국 산업이 어떻게 변할지 이를 언제나 읽어내는 구조 이해력이 뛰어난 배우들만 더 살아남을 거다. 구조 이해력이 뛰어난 배우들은 기획, 표현, 편집력을 바탕으로 더 경쟁력을 가질 테니까. 배우들도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기업과 유통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커리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거다.

tvN'스타트업'은 국내 시청률이 4,5% 이지만, 다음 지표로 나름 확인해볼 수 있다. 넷플릭스상에서는 반응이 정말 좋다. 물론 여전히 시청률과 배급은 드라마 흥행의 요소인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이를 가지고 배우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지표로 삼을 수 없다.

드라마가 '광고'라는 외부 요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고, 사용자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하자, 배우를 판단하는 기준도 점차 시청률보다는 관객들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출처: 넷플릭

예를 들어 tvN '스타트업'은 평균 시청률은 4~5%다. 시청률로만 접근한다면 스타트업 주연인 배수지 배우를 놓고 ’ 흥행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시청률은 국내 광고수익 및 국내 지표라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스타트업 같은  경우 ‘배우로서 배수지'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성격이 강하다. 다 1 화부터 지금까지 기획, 표현, 편집력이 꾸준하고, 흔들리지도 않으며 딕션은 매회마다 좋아지고 있다. 오히려 김해숙 배우와 같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만의 색깔을 충분히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히려 김해숙 배우님이 가진 편집력. 자신의 연기로 배수지의 연기를 살리는 모습에 감탄할 뿐이다.


만약 작품 시나리오가 엉망이면 그 배우가 엉망인 걸까? 그 안에서 배우는 작품 안에서 연기를 중심으로만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것 자체만으로 평가하고 측정해야 한다. 오히려 배우가 작품에 얼마나 녹아들었가를 따져야 한다. '배우에 대한 평가'와 '작품에 대한 평가'는 나눠야 한다. 

배우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건 무엇일까? 그건 자기 안에서 나온다. 그 안에서부터 기획, 표현, 편집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출처: 비티엔 유튜브

배우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건 무엇일까? 그건 자기 안에서 나온다. 그 안에서부터 기획, 표현, 편집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배우는 계속 관찰하고 생각해야 한다. 일상 속에서 감각을 열어놓고 살펴야 한다. 특히 현장에서는 상태가 중요하고, 내 주변 기운을 모아서 꾹꾹 누르고 이를 정제해 다듬어 관객에게 전해야 한다. 이는 관객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객들이 배우 연기를 날카롭게 잡아내고, 이를 건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관객과 시청자들이 배우의 인성과 역량을 짚어주고 더 성장하게 격려하는 문화가 생길수록 배우들은 더 책임감과 격려를 얻으며 성장할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세밀하게 깎아낼수록 더 빛난다. 애초부터 완벽한 다이아몬드는 없다. 원석만 있다. 그 원석을 다듬는 역할은 시청자와 관객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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