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함빵이 알려주는 기쁨.
오전 11시 부근, 서울숲 근처 빵집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빵이 나오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길을 가득 채우는 빵 냄새. 성수 베이킹 스튜디오, 밀도에는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더 많다. 성수 베이킹 스튜디오 앞 테 디스 오븐 앞에 서서 빵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요즘은 크림이 잔뜩 들어간 빵이 유독 눈에 많이 들어온다. 형형색색 크림과 다양한 맛들 실제로 맛도 좋다. 꾸덕한 크림과 쫄깃한 빵이 실패할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 크림이 들어가다 보니 맛도 화려하다. 또한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소금 빵도 인기다. 아무리 달콤하고 사뿐한 ‘도넛’ 혹은 매머드 같은 빵도 자주 먹으면 그 맛에 종종 무덤덤해진다. 이건 빵의 문제가 아니다. 취향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다. 크림빵을 많이 먹다 보니 같은 종류의 빵에 대한 감각이 ‘잠시’ 무뎌졌다고 봐야 한다.
종종 ‘담백함’ 그 자체가 생각날 때가 있다. 특히 담백한 샤워 도우 혹은 치아바타는 그 자체로 기분이 좋다. 빵을 찢어 먹어 입에서 살살 녹여먹는 맛. 발사믹 오일이 있으면 담백한 맛은 더 풍성해진다. 걱정 없이 담백함을 맛볼 수 있는 빵집을 안다는 사실. 무엇보다 그런 곳을 늘 가슴속에 기억하는 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만일 성수동에서 그런 곳을 찾는다면? 보난자 베이커리가 정답이다.
4년 전인가? 나는 샤워 도우 빵을 만들기 위해 발효종을 키웠다. 그 과정에서 한국에서 유통되는 많은 밀가루 제품을 사용해보았다. 겉으로 보이는 밀가루 그 자체 맛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발효종에 밀가루를 먹이고 나면 전혀 달랐다. 각 회사별 밀가루마다 세밀하게 느낌이 달랐다. A회사의 밀가루로 발효종을 먹이면 고소했다. B회사는 새큼한 맛이 더 강했다. 신기했다. 겉으로 보이는 밀가루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알았다. 그 이후 빵이나 디저트를 먹고 나면 ‘어디가 더 맛있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빵이 표현하는 기분. 결이나 감도를 따진다.
에르제의 크러핀은 크로와상의 아랫부분을 머핀 틀에 넣어 만든 모습이다. 여기에 크림을 채웠다. 반면에 킵햅의 바닐라 캔디 크러핀은 원형틀을 사용했다. 킵햅은 크러핀치고는 몸통이 둥글다. 크러핀 안에서도 위에는 커스터드 크림. 아래는 소금 캐러멜로 크러핀을 채웠다. 에르제는 버터 풍미와 고소함이 강했다. 킵햅은 버터 풍미와 빵 결에 집중했다. 에르제는 차분했고, 킵햅은 세심했다. 당연히 빵 맛도 달랐다.
보난자 베이커리 입구 작은 간판에는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하여 장시간 저온 숙성한 빵이라고 적혀있다. 보난자는 버터, 설탕, 우유, 계란을 사용하지 않은 프랑스 전통 방식으로 빵을 굽는다. 빵은 12, 3, 6시에 나온다. 갓 나온 빵을 먹고 싶다면 시간을 맞춰서 가면 된다. 빵 가격도 좋다. 100% 통밀빵이 4,500원으로 가장 비싸다. 그 외에는 평균 3천 원대. 합리적인 가격이다.
빵돌이와 빵순이들에게 제일 기분 좋은 순간은 매장 안에 있는 빵 중에서 먹어보고 싶은 빵을 최대한 가득 포장해 한 움큼 들고 나오는 순간이다. 보난자는 이게 가능하다. 가격이 많이 오른 빵값을 생각하면 보난자는 광명이다. 게다가 보난자는 빵 종류도 많지 않다. 마음이 더 즐겁다.
보난자는 올리브 치아바타와 나초코다. 올리브 치아바타는 밀가루에 덮여있다. 뭔가 투박하다. 하나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보난자는 그런 곳이다. 치아바타를 뜯는 순간 섬세하고 부드러운 결과 그 안에 촘촘히 박힌 올리브에 눈을 뗄 수 없다. 촘촘하게 박힌 올리브는 먹을수록 그 향이 입 안에 가득 찬다.
올리브향이 코를 강타한 뒤, 담백한 맛이 입안에서 소용돌이친다. 그냥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여기에 다른 토핑을 얹어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 만일 집에 슬라이스 한 햄이 있다면? 보난자의 올리브 치아바타는 최고 조합이다. 만일 식사 대용으로 빵을 찾는다면 보난자 베이커 리를 반드시 빵집 리스트에 넣어야 한다. 나는 F45성수에 가기 전에 보난자 빵을 자주 먹는 편이다. 속이 든든하고 편하다.
이번에는 나초코다. 빵 이름이 ‘I’m Choco’다. 초콜릿을 빵에 넣으면 초콜릿 풍미가 빵에 퍼지는 건 당연하다. 에르제의 발로나 깜빠뉴는 ‘카카오 풍미’가 빵에 골고루 퍼져있다. 손이 심심치 않게 묻어나는 초콜릿은 먹는 맛도 쏠쏠하다. 하지만 보난자 나초 코는 그렇지 않다. 초콜릿 풍미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오히려 빵맛이 더 두드러진다. 고소한 빵. 나초코는 담백함을 고스란히 지킨다.
초코빵이 담백하다고? 초코가 적은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초코를 반으로 가르는 순간, 이미 수많은 초콜릿이 가득 나온다. 초콜릿과 빵이 거의 완전하게 분리된 덕분에 빵의 담백함과 초콜릿의 풍미를 모두 음미할 수 있다. 담백한 빵이 가진 본래의 향도 지켰고. 달콤함도 지켰다. 이러한 빵은 손쉽게 맛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