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도즈 도넛의 필링.

모든 감각은 언제나 사람에게서 시작한다.

by 경험을전하는남자

오버도즈 도넛 크기로 말하자면 가로는 7CM. 세로는 2cm 정도다. 노티드 도넛보다 더 크다. 크림도 더 많다. 설탕이 솔솔 뿌려진 노티드와 다르다. 오버도즈는 글레이즈로 도넛을 덮었다. 크림이 앙증맞은 게 튀어나온 게 노티드의 특징이라면? 오버도즈는 글레이즈를 보는 재미다.


크림을 풍성히 품은 도넛의 풍채는 실로 대단하다. 나이프로 도넛을 자르는 순간, 아름다운 도넛이 가진 자태는 사라진다. 글레이즈도 부스러진다. 통통한 도넛은 속절없이 크림을 토하며 무너진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무너짐은 다음을 위한 ‘포석’이다. 무너진 도넛. 아름다운 그 자태가 사라지자마자 나오는 풍성한 크림. 이는 우리를 미소 짓게 만든다. 도넛 크림의 향은 말할 필요가 없다.

레몬 페스티벌을 보자. 글레이즈 위에 박힌 말린 레몬. 그 레몬향과 레몬 커스터드가 레몬의 숲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 초대에 응하는 순간, 도넛은 이미 입안에서 사라졌다. 조금씩 도넛 주변을 베어내어 먹는다. 씹으면 씹을수록 도넛의 빵만을 세심함과 고소함을 세밀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빵 부분만 따로 먹어야 하는 이유는 크림을 더더욱 기대하기 위함이다. 도넛의 중심. 도넛은 뭐다 뭐니 해도 크림과 입안에서 녹는 쫄깃함이다. 크림이 가까워질수록 달콤한 크림 향이 서서히 코를 자극한다.

오버도즈 도넛의 시그니처인 피스타치오&라즈베리.

오버도즈의 시그니처인 피스타치오&라즈베리. 도넛 위는 라즈베리 글레이즈다. 그 위에 고소한 피스타치오 가루가 같이 뿌려져 있다. 라즈베리 글레이즈 위의 향이 사라질 무렵 피스타치오 향도 난다.

글레이즈를 조금스럽게 한입 베어 보면 라즈베리 향이 퍼진다. 입으로 도넛을 먹는 순간 피스타치오 크림이 입안으로 흘러들어온다. 크림을 몇 번이나 먹어도 매번 고소함이 다르다. 라즈베리맛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라즈베리의 상큼함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피스타치오 크림 안에 숨겨진 라즈베리 잼은 혀 안을 세밀하게 강타한다.

라즈베리는 과육도 맛있고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도 즐겁다. 상큼함은 딸기보다 한 수 위다. 이 같은 라즈베리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라즈베리 도넛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러한 생각이 들 때 고소한 피스타치오 크림 안에서 라즈베리 쨈이 혓바닥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그 순간 미소가 절로 나온다. 그제야 알게 된다. 이 도넛이 오버도즈 넛을 대표하는지 말이다.

크림과 도넛 반죽의 차이. 이 두 사이 간 균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넛의 맛은 크림과 반죽 간 질감의 균형. 이 두 사이간 균형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맛있는 도넛을 맛봤을 때의 기쁨은 아주 각별하다. 특히 크림이 풍성하면서도 쫄깃한 도넛을 맛봤을 때의 기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오버도즈 도넛이 만든 도넛 안에는 오버도즈만의 감각이 있다. 감각의 시대는 비단 '브랜드'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감각은 언제나 사람이다.

성수동의 빵은 우리가 느끼는 사소한 질문 ‘이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는 질문. 이에 대한 답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변주. 다양한 감각. 성수동의 빵은 단순히 '빵'이 아니라, 빵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면에서 오버도즈 도넛은 도넛과 크림 간 균형. 도넛을 어떻게 예쁘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또 다른 감각을 보여준다. 오버도즈 도넛이 만든 도넛 안에는 오버도즈만의 감각이 있다. 감각의 시대는 비단 '브랜드'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감각은 언제나 사람이다. 이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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