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이 선보이는 편집력. 도어투성수.
이제 브랜드가 전하는 취향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감각에 따라서 브랜드를 조합해 취향을 만든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사람들이 취향을 선별할 수 있는 공간. 선별 가능성을 공간에 만들면 된다.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이러한 취향을 데이터로 쉽게 모을 수 있다. GS25는 이렇게 자신들이 축적한 데이터, 경험, 유통 등을 모두 사용해 '도어 투 성수’를 만들었다.
'도어 투 성수'는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자체 브랜드 및 단독 운영 상품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다. GS25는 ‘편의점의 새로운 길을 연다’는 의미를 담아 ‘도어 투’라는 이름을 붙였다. 165㎡ 규모를 가진 이곳은 GS25의 프리미엄 플래그십 스토어 전용 브랜드 ‘도어 투(DOOR to)’의 1호 매장이다. GS리테일은 이곳에서 최근 MZ세대를 타깃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낸 그들의 전략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한다.
GS25의 원두커피 ‘카페 25’. 차별화 와인인 ‘넘버 시리즈’. 품절 대란을 일으킨 ‘원소 주’, 버터 맥주를 한데 모아 판다. 뿐만 아니라, ‘노티드’ ‘슈퍼 말차’ 등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브랜드와 협업한 상품도 만날 수 있다. 현재 슈퍼 말차와 협업한 말차웨하스를 판매 중이다. 또한 12월 15일까지는 블랑제리 뵈르 외 버터 맥주 협업 스토어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버터 맥주 팝업은 11월 30일 종료 예정이었으나, 15일까지 기간이 연장되었다.]
GS25는 ‘도어 투성수’를 우수 파트너사를 지원하는 팝업스토어로도 적극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도어 투성수 기획 단계부터 가시성이 가장 높은 매장 전면 중심부에 대형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팝업스토어 운영을 위한 전용 시설도 완비했다.
내부 공간 자체를 여유롭게 만들어 팝업스토어가 도어 투 성수의 분위기를 삼키는 것도 줄였다. 이러한 모습은 오프라인 공간 플랫폼. 변화한 리테일 상권을 어떻게 공간으로 해석해야 할지를 보여준다. 브랜드와 브랜드 간 연결을 지향하는 도어 투 성수는 유통을 하는 기업이 어떤 ‘공간’을 지향하는지에 대한 GS만의 대답이다. 이런 관점에서 도어 투성수는 GS리테일이 생각하는 ‘가장 가까운 미래의 편의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도어 투성수는 시간대에 따라 매장 콘셉트를 바꾼다. 운영 방식도 시간대별로 다르다. 낮에는 원두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카페 콘셉트이다. 이를 위해 도어 투에 성수에서는 직접 디저트를 만들어 판매한다. 그렇다고 베이커리를 크게 운영하는 건 아니다. 쿠키, 와플, 휘낭시에, 크림빵 등. 트렌디한 디저트를 중심으로 판매한다. 도어 투성수 매장 안에서 아우어, 쿠켓, 매일유업 등의 디저트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또한 펀스토랑 등 식사를 할 수 있는 제품도 다수 판매한다. 이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염두로 한 상품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매장에서 만든 제품과 가성비가 좋은 제품. 이 두 가지를 배치해 ‘편의점’의 특징도 놓치지 않고 있다. 밤에는 맥주, 와인 등을 판매하는 펍으로 분위기를 바꾼다. 성수의 낮과 밤 분위기가 다르다는 점을 반영한 전략이다. 이러한 공간 흐름은 ‘옛것과 새로움’ 공존하는 성수와도 무척 잘 맞는다.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매장 콘셉트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부분은 조명, 바닥 타일, 벽돌, 천장이다. 매장 전체를 관통하는 전구 색조명은 '도어 투 성수'를 아늑하게 만든다. 이 아늑함은 퇴근길에 맥주와 와인을 간단하게 즐기는 이들을 편안하게 만든다. 또한 좌석 바닥과 벽에 벽돌을 사용하고 천장도 비슷한 색으로 통일했다. 이 부분은 도어 투 성수 공간 전체의 아늑함을 더욱 살린다.
도어 투성수는 운영 콘셉트를 강조하기 위해 출입문을 두 개로 나눴다. 매장 왼쪽과 오른쪽에 두 개다. 왼쪽 출입문으로 입장하면 원두커피와 매장에서 직접 구운 디저트가 진열된 공간이 나온다.
왼쪽으로 들어오는 이들이 어떤 공간인지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왼쪽 문 옆 오른쪽’에 ‘caffe&dessert’라는 안내판을 붙였다.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면 와인코너가 바로 나온다. 왼쪽과 마찬가지로, 오른쪽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어떤 공간인지 곧장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왼쪽 벽에 ‘wine&pairing’ 안내판을 붙었다.
도어 투성수는 이곳에 방문하는 사람들 라이프 스타일에 필요한 최소한의 상품을 두려고 노력한다. 편의점 브랜드인 GS25를 잃지 않으면서도, 같은 결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 이를 위해 GS25는 ‘상품’을 선별하는데 공을 들였다. [성수 근린공원 근처에 GS25 매장이 한 곳 있다.]
GS리테일은 단순히 편의점에만 어울리는 상품을 고른 건 매장이 아니다. 선별한 상품과 공간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이렇게 잠시 쉬고 가라’라고 제안한다. 편의점이 상대적으로 약한 ‘공간 제안’을 강화했다고 보는 게 더 옳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선별해서 추천할 수 있는 편집력’이 필요하다.
지금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가진 콘텐츠를 분해하고 조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도어 투 성수'안의 제품은 일반 편의점과 큰 차이가 없다. 단지 공간과 그에 맞추어 상품을 콘텐츠같이 편집해서 집어넣었을 뿐이다. 예를 들어 ’ml’ 단위로 파는 맥주와 와인. 에스프레소&커피&라떼]로 분류된 CAFE25다.
이곳에서는 와인과 맥주를 ‘ml’로 마실 수 있기에, 도어 투 성수에서 와인과 맥주는 상품이 아닌 ‘경험’으로 바꾼다. 우리는 맥주와 와인을 추천하는 GS리테일의 감각을 보는 셈이다. 이처럼 커머스가 만든 ‘공간’이 플랫폼이 되려면 ‘편집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간이 미디어 같은 성격을 가질수록 공간 자체의 집중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F45에서 운동이 끝난 후 도어 투 성수에서 쉬고 간다. 가는 길목에 자리한 디올 성수를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그렇다면 편의점에서 ‘과연 어떻게 생활 제안을 해야 할까? 감각과 센스에 기대어, 브랜드 개성을 전면으로 드러내는 공간들은 점점 더 천편일률적인 체인화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GS25 같은 편의점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개인 직감과 빅 데이터, 본사 진영과 체인점같이 상반된 모습이 가능하다. 도어 투성수에서 다룬 버터 맥주[팝업 매장은 15일까지 연장], 원소주는 언뜻 보기에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요소로 보인다. 하지만 '고객과 공간을 잇기 하기 위해'요소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간 성격은 더 분명해졌다. 오히려 오프라인은 온라인 외의 직감, 논리, 감각, 데이터 등을 모두 요구하고 있다. 모순되어 보이는 것들이 공존하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이 가속화된 덕분에 오프라인의 결. 그 감각들. 현실 공간에서 리얼한 감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어내야 한다.‘온라인 판매’로만 생활 제안을 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생활을 제안할 때는 실제 사람 감각 혹은 센스를 생생하게 전달해야 하는 점이 증요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