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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Jun 09. 2023

주물냄비도 라이프스타일이다.

다이칸야마 버미큘라 플래스십 스토어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로 가는 길목. 나는 언제나 다이칸야마 역이 아닌, 에비스역을 지나 다이칸야마로 가다 보면 ‘미나 페르호넨’ 매장이 나온다. 저 멀리 카페 미켈란젤로가 보인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에 거의 다 왔다는 말이다. 갑자기 낯선 검은 건물이 내 눈앞에 보인다. ‘뭐지? 4년 전에 없었는데?’자세히 보니 익숙한 글씨다. ‘VERMICULAR’ 맞다. 일본의 유명한 주물냄비 브랜드. 내가 본 공간은 버미큘라의 플래그십 스토어였다.

다이칸야마에 위치한 버마클러 하우스

주물냄비 브랜드 ‘버미쿨라’를 만든 회사는 일본의 아이치 도비. 1936년 창업한 주조물 업체로 선박과 크레인에 사용되는 유압부품이라는 정밀 부품을 생산하는 작은 공장. 하청업체였다. 아이치도비가 훗날 ‘버미쿨라’라고 불릴 주물냄비 개발을 시작한 시기는 2007년 당시는 리먼 쇼크이었다. 그 당시 아이치도비의 실적은 좋은 편이었다. 기술력에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기복이 심한 하청업체로서는 회사미래가 성장할 수 없진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버미큘라를 만든 아이치도비는 선박과 크레인에 사용되는 유압부품을 만들던 회사였다.

그들은 ‘우리 기술을 직접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우리만 만들 수 있는 세계 최고 기술의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버미큘라 냄비의 시작이었다. 아이치도비가 ‘주물 냄비'가 만들게 된 이유는 큰돈을 투자해 새로운 공장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아이치도비는 어딜 가면 볼 수 있는 동네의 작은 공장이었다. 다만 아이치도비는 자신들의 기존기술과 공정을 살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아이치도비는 작은 공장임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무쇠를 녹여 들을 만드는 '주조공정’과 주조로 완성된 철의 주물을 정밀하게 깎아내는 ‘정밀가공기술'. 이러한 장점을 살리면 세계 최고의 주물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엔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할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주물의 특징을 조사했다. 주물이 조리도구의 재료로 매우 적합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특히 캠핑에서 많이 사용하는 ‘주물냄비 인 더치오븐'은 맛있는 요리가 가능하고, 유럽의 주물 냄비는 그 제품을 이용한 레시피 북이 서점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다. 그 당시 아이치도비는 '주물’을 산업 기계부품 소재라는 의식이 높았다. 정말 주물을 이용하면 맛있는 요리가 가능한 거야?"라는 의문도 있었다. 그들은 실제 해외의 다른 주물 냄비를 구입해 조리를 해보았다. 주물냄비로 만든 요리의 맛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아이치도비가 버미쿨라라는 주물냄비브랜드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은 주물 법랑 냄비가 왜 ‘세계최고의 냄비’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실제로는 무수분 조리가 가능한 ‘고급 스테인레스제 냄비' 가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오히려 주물 냄비는 ‘뚜껑과 본제의 밀폐성이 나쁘기 때문에 무수분 조리가 어렵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제품의 낮은 완성도가 있었다. 그들은 두 가지 제품을 놓고 음식을 만들었다. 영양소 잔존율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무수분 조리를 한 음식이 현격히 뛰어나다는 점을 발견해다. 또한 주물 법랑 냄비가 스테인리스 냄비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더 잘 우려내고 있었다. 그들은 생각했다.

“세계 제일의 냄비는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냄비다. 소재의 맛을 최고로 끌어내는 것, 게다가 사용하기 편리하다면? 분명 고객이 원하는 그런 제품이 나올 거다.” 버미큘라의 윤곽이 잡힌 순간이었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제품이 완성되는 대에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주물에 ‘법랑’을 입히는 방법을 터득할 때까지 1년 이상이 걸렸다. 그다음 밀폐성을 높인 주물냄비를 만드는데 또 1년 반이 걸렸다. 작은 동네의 공장에서 개발팀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완성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주물냄비에 투자를 계속하면서 개발하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법랑은 금속 재질의 표면에 유리질을 입혀 만들어진 것으로 냉장, 냉동은 물론 오븐까지 사용이 가능하며 직화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버미큘라" 플래그십 스토어의 공간감: 갈색이 이끄는 아늑함"

버미큘라 플래그십 스토어는 갈색이 주도하는 아늑한 분위기다. 따뜻한 갈색 계통의 색상을 매장에 사용해 방문자들에게 아늑함과 편안함을 전한다. 갈색은 자연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며, 스토어 내부에는 갈색 나무로 만들어진 가구와 집기들이 배치되어 있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이곳은 일본 특유의 밀집된 상품진열과 아늑함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버미큘라 자체가 주물냄비를 다루기 때문에, 금속성이 매우 강하다. 그러나 이는 버미큘라가 의도한 것이 아니다. 주물냄비 자체가 비교적 투박하고 강한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스테인리스 같은 소재는 금속성을 상쇄하면서도 공간에 우아함을 더할 수 있다. 그러나 주물냄비는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지 않다. 이러한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한 버미큘라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나무를 사용하여 공간을 깔끔하게 조성했다. 또한 직선보다는 곡선을 주로 사용하여 공간 자체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이렇게 조성된 공간은 마치 누군가의 주방에 들어온 것처럼 편안하다

스토어 내부에서는 갈색과 검은색을 많이 사용했다. 특히 검은색은 주물냄비의 손잡이와 뚜껑과 어울려 공간에 무게감을 부여한다. 버미큘라가 주물냄비를 다루다 보니, 매장 안의 검은색은 대부분 철이다. 갈색 나무는 검은 철의 차가움을 환기시키며, 버미큘라 스토어 안에 아늑함을 더한.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플래그십 스토어 전체가 금속 주방 기기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공간이 무거울 수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버미큘라는 식물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버미큘라 플래그쉽은 주물냄비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아늑하고 조화로운 공간을 구축했다.

나무와 검은색 요소를 활용하여 공간에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화분을 통해 무게감을 줄여 가볍고 쾌적한 공간을 완성했다. 이러한 디자인 요소들은 전체적으로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며,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과 휴식을 선사한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스토어를 방문한 것이 자신의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또한, 갈색이 주는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는 고객들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전한다. 또한, 갈색이 주는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는 고객들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전한다. 이는 버미큘라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원형 화분이 조성하는 공간의 부드러움"

금속성이 강한 공간은 계절감이 약하다. 약한 계절감으로 인해 공간은 차가움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식물을 사용하여 계절감을 충분히 공간 안으로 가져온다. 이를 공간 브랜딩의 한 요소로 사용한다. 일본에서 정원 예술이 발전한 영향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정원은 자연을 편집하여 만든 공간이다 보니, 식물을 공간에 적절하게 활용하는 일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버미큘라 플래그십 스토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버미큘라 플래그십 스토어는 식물을 통해 자연적인 요소를 공간에 녹여내어 계절감을 표현한다. 식물의 위로 뻗은 형태와 동그란 화분들은 공간에 부드럽고 자연스러움을 넣는다. 특히 원형 화분을 대거 활용한 조화로운 디자인은 원형 화분은 버미큘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조성된 공간에서 부드러운 느낌을 만들어 공간각도와 모서리를 완화시킨다. 벽에 설치한 식물들도 스토어 안에 계절감을 넣는다. 게다가 식물들은 공간 내부에서 부드러운 곡선과 조화로움을 만들고, 이곳에 오는 고객들에게 포근하고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전한다.


“직선이 은은한 공간감을 선사하는 버미큘라 플래그십 스토어의 구조"


버미큘라 플래그십 스토어는 직선이 강하다. 이는 버미큘라의 철학과 제품을 강조하면서 고객들에게 주방에서의 경험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실제로 매장 안에는 주방이 설치되어 있다. 버미큘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의 직선 구조는 고객들이 스토어를 방문하면서 주방의 기능성과 디자인적 요소를 경험하고, 버미큘라 제품들과의 일상적인 연결고리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상품진열장은 버미큘라 주물냄비의 심미성을 강조하고, 주방에서 시각적인 경험을 제시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다양한 옵션과 아이디어를 전한다. 전열장 옆에서는 버마쿨러 레시피북이 놓여있기도 하다.

제품 진열장을 보자. 프라이팬, 그릇, 컵 등이 배치되어 있다. 이 공간은 고객들에게 버미큘라 제품이주방에서 어떤 모습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레이터와 프라이팬의 배치도 보자. 그 아래 주물냄비의 배치도 주방 공간을 최적화하기 위한 섬세한 계획을 알려준다. 더불어 고객들에게 '버미큘라가 주방에서 어떤 모습인가?'와 '주방 동선에서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이처럼 버미큘라 플래그십 스토어는 상품 진열에 그치지 않는다. 제품 보관과 주방 인테리어까지 고려한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안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버미큘라 플래그십 스토어의 제안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버미큘라와 연관된 콘텐츠를 담아내기 위한 공간구획.”

브랜드공간의 핵심은 이러한 공간을 어떻게 나누었는가가 아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에 맞게 어떻게 브랜드 감각을 공간에 담아냈는가가 핵심이다. 공간 속 감각이 버미큘라 브랜드정체성을 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버미큘라 플래그십 스토에서 주목해서 볼 공간은 라이브러리다.

 'ㄱ'자 형태로 배치되어 있는 책장. 좌석은 바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다. 이 공간에서는 요리에 관한 책들이 주로 놓여있는데, 책장을 등에 지고 책을 보면 곧바로 버마큘라 제품이 눈에 들어온다. 버미큘라는 자체 레시피북도 발간하고 있는데, 이 책도 바에서 볼 수 있다. 고객들은 이 라이브러리에서 버미큘라 레시피북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리 책을 통해 다양한 레시피를 찾아볼 수 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각 요리에 맞는 제품들을 스토어 내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하에 내려가면 델리공간이 있다. 이곳에서는 버미큘라제품으로 만든 음식도 먹어볼 수 있다. 아쉽게도 나는 이 델리가 종료한 뒤에 방문해서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난 이곳에서 버미큘라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살펴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물론 버미큘라 제품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담 살롱 드 로페 긴자와 같은 편집샵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편집샵에서 접하는 버미큘라와 버미큘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의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 편집샵에서는 편집샵에 ‘관점’에 기반한 버미큘라 제품을 볼 수 있다. 이와 다르게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버마쿨라라는 브랜드 그 자체를 볼 수 있다. 즉, 버미큘라가 어떤 감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도구로서의 냄비와 음식을 만드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냄비는 다르다.”

냄비는 주방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도구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냄비를 단순히 요리도구로만 생각한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허나 냄비는 단순한 도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단 냄비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냄비 불을 조절하면서, 식재료에 맞는 올바른 온도 조절을 하면서 음식이 맛있게 조리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냄비는 재료들이 혼합되고 조화롭게 섞일 수 있도록 돕는다. 각종 재료들이 함께 어우러져 음식의 맛과 향을 돋보일 수 있게 해 준다. 냄비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 그 ’ 자체’로도 의미를 가진다. 냄비는 음식을 만들기 위한 인내와 집중, 예민한 감각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꼭 요리사가 아니더라도, 요리를 하를 과정에서, 우리는 냄비와 함께 식재료를 다루며 올바른 조리법과 시간을 선택해야 한다.버미큘라는 다이칸야마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냄비가 가진 이러한 특징을 더 전하기 위해 레스토랑,델리카슨,쿠킹클래스를 운영한다.

버머쿨라 하우스에서는 주물냄비를 라이프스타일로 전하기위해 다양한 콘텐츠와 감각을 선보인다.

냄비는 음식을 만들기 위한 창조적인 과정의 열정과 사랑을 담아내는 매체가 되기도 한다. 냄비로 만든 음식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나누면서 우리는 소중한 시간과 추억을 만들지 않는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주방에서 함께 요리를 하고 함께 식사를 하는 만으로도 사람들 간 소통과 유대감도 생긴다. 불편을 마다하면서도, 캠핑을 가는 이유도. 그 과정에서 유대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냄비는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도구이자, 매개체다. 따라서 우리는 냄비를 단순한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중요성과 함께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상기시키는 상징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기에 도구로서의 냄비와 음식을 만드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냄비는 각각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를 통해 요리의 본질적인 가치를 깨닫고,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더욱 느낄 수 있다. 우리가 더 훌륭한 주물냄비를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동시에 이러한 가치를 만드는 일 역시 브랜드와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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