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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Jul 05. 2023

식물은 공간의 완성도를 어떻게 높일까?

완성도 높은 공간은 무엇일까?


공간이 개성을 가지고 있을 때, 선명한 색깔을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그 공간을 ‘완성도’가 높은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식물은 공간 완성도를 어떻게 높일까?  식물은 우리가 공간을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무인양품을 식물을 적지적소에 배치해 쇼룸을 비롯해 공간전체의 완성도를 높였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와 같은 스포츠에서는 '스포츠 시력'은 특히 중요시한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공간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순식간에 파악한다. 그 정보를 정확히 포착하여 느낀다. 이를 공간감이라고 한다. “공간이 따뜻하다. 공간이 너무 무미건조하다? 여기는 너무 시원해!” 이런 표현 모두 공간감에 대한 반응이다.

동체시력은 우리가 공간감을 느끼는데 큰 영향을 준다.

움직임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은 '동체 시력'이라고 한다. 동시에 많은 정보를 포착하는 '순간 시력'과 함께 언급되는'주변 시력'도 있다. ’ 주변 시력’은 한 곳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넓은 범위를 동시에 파악하는 시야를 말한다. 물은 공간 안의 가구, 창문, 기둥, 계단 등 여러 요소에 계절감을 전하고, 사람들이 공간 안에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다음 순간을 추측하게 만든다. 즉, 식물은 ‘주변 시력’에 영향을 미친다. 

불가리호텔은 꽃꽂이와 화분 조명만으로 불가리 브랜드의 감도를 전한다.

식물이 완성도를 높인다는 말은 생소할 수 있지만, 식물은 공간 안에서 다양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집중하게 만든다. 어떤 면에서 식물은 인간의 주변시력을 가속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말이다. 도쿄는 이러한 식물을 활용해공 간 완성도를 높이는 경향이 강하다. 나는 도쿄에서 이러한 경향을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 상품을 배치해야 하는 공간일수록 ‘식물’을 활용하여 공간 완성도를 높이는 경우가 많았다.


1. 무인양품 플래그쉽 스토어 긴자.

무인양품은 사람들이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무인양품은 사람들이 적은 물건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무인양품은 긴자점에 놓은 식물을 통해 사람들이 적은 물건으로도  충분히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것을 쇼룸에 반영했다

무인양품 긴자점 1층. 상품이 정말 많다. 2019년과 비교하면 이게 좀 줄어든 거다


2019년보다 제품양은 줄었지만, 무인양품 긴자점은 제품으로 넘쳐난다.

특히 무인양품 플래그십 스토어 긴자점은  무인양품의 브랜드 철학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제품도 많지만 사람도 많다. 특히 식료품과 베이커리가 함께 있는 1층은 다른 층보다 유독 사람이 많다. 사람과 상품이 많다 보니 공간이 답답하다. 그 답답함은 사람들이 무인양품에 대한 경험으로 이어지기 쉽다.  또한 상품이 많은 경우 공간 자체가 단조롭거나 빽빽하게 느끼기 쉽다.

무인양품은 쇼룸에서 제품 진열장까지 식물을 적지적소로 배치해 플래드십 매장에 걸맞는 공간을 만들었다
무인양품은 제품만 가득찬 공간이 단조로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식물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무인양품은 이 문제를 식물을 통해 해결했다.  식물을 적절히 배치해 공간에 여유와 생기를 불어넣었다. 식물은 공간을 단조롭게 만드는 상품들의 빈틈을 채워준다.  또한 식물은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어 사람들이 편안하고 여유롭게 느끼도록 한다.


2. 불가리호텔 도쿄 라운지

불가리는 브랜드이미지 때문에 공간을 고급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불가리 호텔 & 리조트는 2023년 4월 4일에 문을 열었다. 불가리 호텔 & 리조트 컬렉션의 여덟 번째 호텔인데, 불가리의 현대적인 감각을 선사하고자 한다. 불가리호텔은 ‘불가리’라는 럭셔리브랜드에 맞게 공간을 깔끔하게 만들었다.  불가리호텔이 식물을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라운지 주변이다. 내가 본 공간도 불가리 호텔 라운지뿐이다. 불가리호텔 라운지를 한번 살펴보자.

불가리는 식물로 이런 방식으로 사용했다.

불가리호텔의 느낌은 이 사진하나로 말할 수 있다. 우아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공간. 동시에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 불가리는 이러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식물로 기품이 있으면서도 절제가 있는 모습으로만 사용했다. 불가리 호텔에서는 식물로 하나의 보석같이 정갈하고 강단이 분명하다.

불가리호텔 라운지. 식물이 없다 보니, 싱그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불가리는 야외 라운지와 유리창, 도쿄풍경을 라운지에 끌어오는 것으로 라운지 분위기의 완성도를 높였다.

라운지 주변을 둘러보면, 불가리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공간 하나하나를 매끄러우면서도 고급스럽게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공간디자인이 강하다고 해도 그 안에 식물이 없으면? 답답하다. 이 답답함이 공간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당연하다. 불가리가 이것을 모를 리가 없다. 불가리 호텔자체가 고층 빌딩 일부에 있기 때문이다. 지상과의 접점이 전혀 없다. 빌딩구조상 금속이 많기에, 계절감을 넣기 위해 식물을 적지적소에 배치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동시에 창문을 통해 도쿄주변의 녹음을 가지고 와야 한다. 즉, 불가리는 야외 라운지와 유리창, 도쿄풍경을 라운지에 끌어오는 것으로 라운지 분위기의 완성도를 높였다.

빌딩 고층에 위치한 불가리호텔 도쿄에서 식물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은 야외뿐이다.

하지만 불가리는 라운지 안에 화분을 놓지 않았다. 라운지 바깥에 화분을 배치해 ‘계절감’을 유리창으로 가져오는 방법을 택했다. 리운지밖에서는 도쿄시내전경을 볼 수 있다. 고쿄의 녹음이 불가리 호텔 야외라운지의 화분들과 맥락이 이어진다.  이 덕분에 고쿄와 마루노우치지구의 풍경이 단연코 일품이다. [참고로 높이는 시부야 스카이와 비슷하다] 그렇기에 야외 라운지의 식물은 창문으로 보이는 야외의 고쿄와 마루노우치의 녹음을 끌고 오는 매개체다.

불가리호텔에서 식물들은 강렬하기보다는 ‘불가리’라는 브랜드를 표현하기 위한 디테일이다. 이곳에서 식물들은 세밀한 오브제들로 존재한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이런 거다. 식물을 공간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공간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동시에 주인공이 아닌 보이지 않는 조연으로 공간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불가리 호텔은 이것을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공간 중 하나다.


3. 살롱 아담 엣 로페 도큐플라자 긴자&뉴우먼스 신주쿠점

살롱 아담 엣 로페는 음식, 식재료, 의류, 주방기구까지 전부 취급하는 편집샵이다. 이들이 지향하는 방향은 ‘부드럽고, 편안하며, 강하게, 우아하게, 순수하게, 나 자신으로. 센스가 좋은 신선한 매일을 보내는 것. 센스가 좋다’라는 아이디어를 전하자’다. 이러한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아담 살롱 엣 르펜  도큐플라자긴자와 뉴우먼스에 매장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앞서 살펴본 무인양품긴자, 이데, 불가리호텔과 다르게, 이곳은 공간완성도가 떨어지는 지점에 식물을 채워 넣는 방식을 택했다. 아담엣로페는 물건과 물건사이에 적절하게 거리를 두는 편이다. 식물은 언제나 상품과 상품사이의 흐름이 이어지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아담엣로페의 ‘제안’이 생명력을 얻는다. 이 방식을 통해 공간과 상품진열 간 디테일을 모두 잡았다.

살롱 아담 엣 로페 뉴우먼스점은 식물을 통해 공간완성도를 세밀하게 높였다.

아담엣로페 뉴우먼스지점을 보자. 이곳에서는  의류 매장과 ‘bake&tea’를 연결하는 계단 중간에 식물을 배치해 공간을 부드럽게 연결해 공간과 공간사이의 완성도를 높였다. [살롱 아담 엣 로페는 의류뿐만 아니라, 음식브랜드도 가지고 있다. 이는 살롱 아담 엣 로페글에서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도큐플라자 긴자점을 보자. 아담엣로페는 '살롱 긴자사보'와 마주하는 벽에 식물을 배치해 '사보'와 벽을 만들었다. 또한 통로와 진열장을 마주 보면서 화분과 마른 꽃다발을 배치해 공간과 공간의 ‘대비’시켰다. 이를 통해 상품진열장의 단조로움을 깨기도 한다. 식물을 오브제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물건을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아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부러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보다 넓은 세계가 보인다. 식물은 우리가 공간을 보다 더 넓게 보게 만든다. 공간 안에 물건이 많을수록, 우리는 어느 순간 물건에 둔감해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 공간에 익숙해진다. ‘무언가 익숙해지는’ 시점에 식물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그 순간에 식물로 인해 마음이 편안해진다. 공간에 익숙해질 때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가 나오면? 우리는 공간 안에서 새로움을 인식한다. 식물은 언제나 이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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