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상품진열은 무엇이 다를까?
시대에 따라서 공간은 끊임없이 변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스타일과 컬러 등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리다. 유리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생산크기도 다변화되면서 큰 유리창을 활용한 공간들이 생겨났다. 무엇보다도 유리창은 ‘상점’만의 이미지를 보다 손쉽게 사람들에게 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유리창을 통해 제품을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뉴진스나 르세르팜의 스타일은 마치 엄마옷장이 딸의 스타일을 완성시킨 느낌이다. 마치 1990년대에 유행한 ‘감각’을 23년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했다고 할까? 분명히 익숙하면서도 다르다. 과거를 빌려 현재를 판매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를 다시 현재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지금 시대는 ‘경계’가 없다.
공간은 밖에서 흘러오는 유행을 따라가기 이전에, ‘나다움’을 흔들어 깨워야 한다. 내가 누구인가? 나만의 고유한 개성을 찾아야 한다. 자기다움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은 ‘나다움은 무엇인가?’가 먼저다. 내가 원하는 공간은 나다움을 드러내는 공간이기에, 공간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진지하게 나다움을 표현해 줄 수 있는 공간. 그것은 옷일 수도 있고, 화장, 주방기구, 감각일 수도 있다. 이런 노력 없이는 우리가 만드는 공간은 언제나 한결같이 세상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스타일은 상품진열에도 나타난다. ‘상품’을 심미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말이다.
버미큘라 플래그쉽 스토어는 이미 여러 번 이야기했다. 하지만 오늘 다룰 부분은 상품 ‘배치’에 관해서다. 버미큘라는 주물냄비와 프라이팬을 같은 크기, 다른 크기, 배열, 색등으로 나누어서 제품을 배치했다.
사진을 보자. 검은색 주물냄비는 검은색끼리 모아 배치했다. 흰색 주물냄비는 흰색끼리 모아 놓았다. 혹은 크기별로 나누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원형주물냄비, 원형 주물냄비 받침대, 원형 그릇과 컵등. 서로 연관된 제품을 통일함 있게 배치해 제품의 심미성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통일감 있는 배치는 묵직한 ‘쇠’의 느낌을 잔잔하게 전한다.
덴마크 디자인은 독자적이면서도, 주거공간에 다른 제품과 물 흐르듯이 어우러지는 현실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덴마크브랜드인 헤이도 마찬가지다. 특히 헤이는 생활 방식을 담을 수 있는 디자인이야말로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오랜 시간 꾸준히 사용하는 가구들이 이미 그걸 증명했다고 여긴다.
헤이는 지금 시대에 필요한 가구. 나무로만 가구를 만드는 게 아닌,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소재들도 사용해 가구를 만든다. 헤이는 실용성과 심미성을 둘 다 잡으려고 한다. 이러한 브랜드의 방향은 헤이매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버미큘라가 주물냄비와 프라이팬 등 자사 제품배치로 심미성을 높인 것과 다르게, 헤이는 가구진열장에 상품들을 통일성 있게 배치해, ‘가구’의 심미성을 은은하게 표현했다. 의자는 의자들끼리 배치해 헤이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도록 했다.
의자배치는 이케아와 비슷하다. 새로운 건 없다. 진열장에는 거치대의 심미성과 실용성을 모두 돋보이게 하기 위해 패키지들을 형태별로 모아 좋았다. ‘이 진열장은 이렇게 활용할 수 있구나!’라고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은 제품을 보면서 헤이의 가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납이 가능한지를 알 수 있다. 심미성은 덤이다.
작은 책상과 소파를 놓아 소품도 만들었다. 여기에 화분도 같이 놓았다. 제품 활용도를 더 세밀하게 전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헤이만의 심미성이 돋보이는 것도 덤이다. 무엇인가 멋져 보이도록 연출한 흔적은 없다. 물 흐르듯이 공간과 어울리는 가구. 사람과 가구간의 관계를 매장에서 생각해볼수있도록 했다. 이러한 부분은 헤이매장의 공간디자인을 맡은 스키마 건축사무소 덕택이다. 헤이가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했다. 헤이 그 자체. 헤이다움을 고스란히 전한다. (헤이,시보네는 추후 다룰예정이다. 열심히 작업중!)
시보네는 편집샵이다. 시보네는 이러한 자신들의 위치를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다른 편집샵과 다르게, 시보네는 ‘쇼룸’을 중심으로 상품을 배치한다. 쇼룸 안에서도 상품 하나하나의 형태. 그 형태를 통일성 있게 배치해 심미성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단순한 배치가 아니다. 다른 제품 간의 맥락과 색깔까지 모두 고려한다.
이솝제품부터 보자. 시보네는 이솝 제품을 통일성 있게 배치해 이솝의 갈색병이 가진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했다.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으면, 이솝매장과 동일하게 여길 만큼 이솝브랜드의 심미성을 고스란히 살렸다. 여기에 진열장 소재를 나무를 사용해 이솝만의 아우라를 끌어냈다.
다음은 그릇진열이다. 시보네는 그릇도 형태들끼리 모았다. 원형은 원형 그릇끼리 모았다. 그 옆에는 곡선제품들만 따로 모아놓았다. 특히 발뮤다 더팟의 원형충전포트와 스테인리스 원통을 같이 놓아 두 제품의 심미성을 모두 살렸다.
잇트릿소일(eatrip soil)은 오모테산도의 골목 뒤에 레스토랑인 ‘eatrip’을 운영하는 노무라 토모리가 오픈한 식료품점이다. 이곳에서는 그녀가 레스토랑에서는 할 수 없었던 시도 중 하나. ‘음식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음식의 순환을 실현하는 장소를 만들자’라는 노무라 씨의 생각이 담겨 있다.
잇트릿소일에서는 일본 전국에서 노무라 씨가 만난 야채, 유기농 씨앗, 가공 식품, 조미료, 서적, 그릇을 판매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생산자를 초대한 워크숍 ‘eatrip seed club’ 개최해 생산자의 열정과 삶들. 그에 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이전에 소개한 미나페르호텐 엘레바 1과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와 비슷하다.
잇소일트립은 조미료를 포함한 다양한 식료품을 다루기에 원통형 제품이 많다. 잇소일트립은 원통제품으로 배치하면서 자칫 평범한 제품배치와 비슷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잇트립 소실은 원형통에 손으로 쓴 네모난 메모지를 붙여 디스플레이를 모두 통일시켰다. 단순히 종이 포스트잇 혹은 메모지만 붙였을 뿐임에도, 디스플레이가 풍성질뿐만 아니라, 제품의 심미성도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종이포스트잇에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 더했다. 그 자체만의 잇소일트립이라는 브랜드를 전한다. 이러한 모습은 디앤디파트먼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은 얼마든지 디자인도 바꿀 수 있다.오프라인은 일단 ‘나다움’이 있어야 한다.음악, 조명, 상품진열, 벽, 가구등 나를 알아야이것들을 제대로 고를 수 있다.챗봇과 랜딩페이지디자인, 퍼넬설계로 사람을 유입시키는온라인과는 성격이 다르다.온라인에서 편리함은 오프라인에서의 수고스러움을 대체하고 있다.특히 기술 보급과 동시에 가장 서먹해진 부분은 공간에서의 만남이다.일하는 방식과 행복의 형태가 바뀐 탓도 있다.과거에는 사람들이 직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저녁에는 집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거나, 온라인으로 일을 처리한다.또한,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방식도 바뀌었다.
사람들이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것을 통해 행복을 느꼈지만,이제는 온라인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그렇다면 오프라인은 쇠퇴하고 온라인이 주도하는 세상으로 완전히 개편되어야 한다.하지만 오히려 온라인으로 성장한 브랜드들은 오프라인으로 나오고 있다.기존 브랜드들도 팝업 혹은 협업을 통해 브랜드 성격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접점을 찾고 있다.그렇기에 개인 혹은 브랜드가 공간을 만드는 일은 그 안에 ‘나다움’이 묻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고,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경험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개인 혹은 브랜드가 공간을 만들 때는, 그 안에 자신의 개성을 담아야 한다.그래야 사람들이 그 공간에 와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오늘 살펴본 브랜드들의 사례는 도쿄에서 발견한 아주 작은 일부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