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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Aug 11. 2023

도쿄는 포장 그 자체로 브랜드감도를 보여준다


시부야에서 다이칸야마로 넘어가는 길목. 조그마한 길목에 빨간색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브랜드인일까? 슈프림이다. 슈프림 다이칸야마점이다. 슈프림만의 빨간색. 슈프림을 아는 이들에게는 흥분을, 슈프림을 모르는 이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만큼 슈프림의 빨간색은 슈크림을 안정적으로 들어내는 중심축이다.


[이번글은 평소보다 사진이 2배정도 많습니다.]


브랜드는 저마다의 컬러 혹은 패키지로 자기 정체성을 드러낸다. 정체성을 드러내는 색깔과 패키징. 이것은 브랜드의 큰 무기다. 브랜드 컬러는 브랜드를 드러내는 중심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향이 상품진열. VMD에 드러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광고판으로 변한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포스팅으로 최대한 제품을 보여주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브랜드 형태를 그대로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사람들 삶에 어떻게 자리 잡는지 인터뷰 콘텐츠 등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포장'형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 그 자체를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가 우리 머릿속에 들어온다. 사람이 옷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일과 마찬가지다.


누군가 매콤한 떡볶이를 이야기하면? 우리는 그 떡볶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쫀득쫀득 씹히는 그 떡의 질감을 생각한다. 떡볶이를 떠올리다 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흐뭇한 표정이 가득해진다. 음식이 누군가의 언어로 표현되는 일처럼, 브랜드 포장형태는 브랜드를 표현하는 일이다. 동시에 그것은 정직해야 한다. 

내가 도쿄에서 본 많은 곳들이 포장 안에 실제제품을 정직하게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이번 글은 지금까지 글과는 약간 다르다. 특정 브랜드를 소개하기도 하고, ‘포장패키지’그 자체를 ‘범주화’해서도 이야기하려고 한다. 자 그럼 가보자.


1. 제품 그 자체를 정직하게 보여주자.

도쿄에 가면 가장 먼저 가는 장소 중 하나는 시부야 히카리에 지하 2층에 위치한 ShinQS이다. 이곳은 피에르에르메, 크리스토퍼미샬략, 사다하루 아오키, 토라야, 긴자웨스트 등 유명 디저트 셰프들의 가게에서부터 일본 전통과자까지 다양한 선물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리타와 하네다 공항보다도 이곳을 선호하는데, 같은 가격이더라도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ShinQS에는 많은 제품들을 과장 없이 진실되게 보여주는 가게들이 많기에 선물을 구매할 때 상대방의 취향을 고려하기에 매우 좋다. 또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디저트 샵인 피에르에르메조차도 도쿄에서 먼저 시작했을 정도로 도쿄는 디저트에 있어 파리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ShinQS에 입점한 일본 디저트 가게들은 화려함보다는 '보이는 그 자체'에 집중해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일단 크리스토퍼미샬략의 가게를 살펴보자. 그는 힐튼, 포숑, 피에르에르메에서 경력을 쌓은 디저트 셰프다. 파리에서 시작한 그의 가게는 현재 도쿄에도 여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크리스토퍼미샬략은 미니케이크나 구움 과자와 같은 제품들은 포장을 화려하게 하지 않고 최대한 제품 그 자체로 보일 수 있도록 진열했다. 특히 미니케이크는 재료와 구조를 그림으로 다시 한번 설명했다. 그림은 단조롭지만, 그 단조로움이 좋다. 

1927년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쿠키를 판매한 이즈미야도 자신들의 제품을 솔직하게 그대로 보여준다. 어떤 쿠키를 보는지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리프파이로 유명한 긴자웨스트와 양갱으로 유명한 토라야도 마찬가지다.

사다하루 아오키도 마찬가지다. 사다하루 아오키는 초콜릿과 마카롱을 그 자체로 충분히 볼 수 있게 진열했다. 구움 과자케이스를 보자. 구움 과자의 케이스는 '구움 과자'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보여준다. 또한 구움 과자케이스의 가운데를 투명하게 만들어, 과자를 받는 이들이 충분히 내부를 볼 수 있게 했다. 구움 과자를 사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모두 배려한 셈이다. 이와 다르게 케이크 혹은 마카롱케이스는 ‘사다하루 아오키’라는 브랜드가 돋보이게 디자인했다. 구움 과자케이스와 다르게, 디저트박스는 박스를 받는 이들의 ‘기대감’에 집중했다.

ShinQS의 식품관도 마찬가지이다. 라베유부터 모자. 라베유는 꿀 편집샵이다. 약 80 종류의 다양한 꿀을 판매한다. 이들은 직접 양봉가를 방문해 꿀을 선택하고 채밀한다. 라베유는 꿀을 솔직하게 그대로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는데, 브랜드 자체가 다양한 꿀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꿀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방법은? 유리병에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라베유는 꿀을 가장 꿀답게, 가장 자기 사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다음은 식품관에서 건조과일과 올리브를 판매하는 ‘파 이스트 바자르’다. 이곳은 건조과일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파 이스트 바자르'의 브랜드 핵심철학은 ‘이국의 문화’를 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파이스 바자르가 선택한 방법은 ‘그대로 보여주자’다. 


‘파 이스트 바자르’가 상품을 진열한 모습은 티르키예 혹은 중동지역의 시장 같다. 게다가 상품아래의 문양, 직원복까지 중동이미지를 고스란히 올렸다. 로고에는 아랍어도 적혀있다.  나는 ‘파 이스트 바자르’ 매장을 보자마자 ‘대추야자’부터 떠올랐다. 또한 가격도 30그램/50그램당 얼마인지 크게 표시해 가독성을 높였다.

다음은 와인편집샵인 이노테카다. 이노테카의 상징은 다양한 크기의 와인병이다. 이노테카는 다양한 와인은 물론 다양한 크기의 와인도 같이 판매한다. 이노테카의 특징도 상품진열이다. 어떠한 화려함과 과장 없이 상품을 있는 그대로 진열했다.


2. 디앤디파트먼트의 디 쇼쿠도 시부야점.


디앤디파트먼트는 시대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롱라이프 디자인을 전하고자 하는 브랜드다. 특히 한국에서는 특유의 ‘로고인 ‘d’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현재 디앤디파트먼트는 일본 47도의 음식을 선보이는 디소쿠도를 시부야점에서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는 제주의 식문화를 발굴하고이를 알기 쉽게 전하고자 하는 디앤디파트먼트 제주가 ‘d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디앤디파트먼트가 추구하는 가게 형태는 디앤디 본점보다는 호텔까지 운영하는 디앤디제주다.

시부야에 위치한 ‘디 쇼쿠도’[일본말로 ‘식당’이 ‘쇼쿠도’다]에서는 상품을 ‘형태’ 그대로 진열했다. 비슷한 종류의 제품을 함께 진열한 덕분에, 소비자가 제품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독성이 높은 패키지등을 집중배치해 ‘롱라이프’를 다루는 디앤디파트먼트만의 뉘앙스도 살렸다.


3. 시세이도 팔러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인 시세이도는 서양의 문물을 소개하기 위해 시세이도 팔러를 만들었다. 이러한 방향성은 소다수판매에서 서양 양과점과 경양식레스토랑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시세이도 팔러가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성과들은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이라는 시세이도의 브랜드가치를 채우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시세이도는 화장품을 통해 외면의 아름다움을 다루었고, 시세이도팔러는 '음식'이라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기반을 다루고 있다.

사진에서 디저트를 담은 상자들을 보자. ‘상품’ 그 자체를 같이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상품이 박스 안에 어떻게 포장되는지도 보여준다. 밀키트도 마찬가지다. 제품 사진을 보자. 시세이도 팔러만의 고유한 느낌의 패키지로 만들었다. 그들의 패키지 디자인은 화려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결코 제품을 ‘과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포장형태는 언제나 제품형태와 결을 같이한다.

시세이도 팔러는 ‘시대’에 맞게 새로운 디저트와 음식을 선보이면서도 자신들이 걸어온 다양한 경험들을 지속적으로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시대와 '결'을 함께하는 패키지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시세이도팔러의 상품 패키지는 단순히 '상품'을 담는 그릇으로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상품 패키지브랜드가 축적한 가치를 시대에 맞게 변주하는 중요한 '도구'로 바라본다. 


4.Snow Peak LIFE BIOTOPE STORE.

Snow Peak LIFE BIOTOPE STORE 후타고타마가와에서는 스노우피크 최초의 가구 브랜드 ‘TUGUCA’를 취미, 홈 오피스, 패밀리 스페이스라고 하는 3개의 생활공간에서 전시하고 있다. 각각의 코너에서는 ‘TUGUCA’와 스노피크 품을 기반으로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제안한다.

츠타야가전에 자리한 스노우피크는 다른 어떠한 것도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스노피크. 자신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스노우 피크가 캠핑브랜드로서 ‘자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과장도 하지 않는다. 자기다움을 그냥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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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자. 먼저 스노우 피크는 포장된 제품 패키징을 놓았다. 그 옆에 실제 제품을 놓았다. 단순히 제품을 진열한 정도에서 멈춘 게 아니다. 실제로 캠핑을 나갔을 때, 스노피크 제품 그 자체를 매장에 놓았다. 텐트, 의자, 컵등 어떠한 과장도 없다. ‘스노피크는 이렇습니다.’라고 잔잔하게 전할뿐이다. 캠핑텐트도 캠핑백에 놓았을 때 모습을 고스란히 진열해 놓았다. 방문객들은 그저 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캠핑스타일과 비교하면 끝이다. 다른 건 필요 없다. 상품진열자체가 제품과 포장형태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품포장에서 브랜드의 결을 발견할 수 있다.


도쿄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패키지 감각 혹은 상품 진열 방식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주된 목표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이는 일본의 오미야게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오미야게 문화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기념품 문화다. 여행이나 출장 시 지역에서 구매한 선물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전통이다.


오미야게는 다양한 지역 특산품이나 소장 가치가 있는 물건이 많은데, 이러한 선물 주기 문화로 인해 가격대에 맞춘 다양하고 아름다운 선물 포장 문화가 발달했다. 각 브랜드와 상점들은 이를 소중하게 여김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도쿄에서 상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일은 ‘자신만의 감각’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 감각들이 쌓여서 자신이 만들 브랜드 혹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브랜드에 필요한 감각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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