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발견한 한끗 다른 상품진열 디테일 및 공간활용
브랜드가 급진적인 변화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브랜드가 지금까지 유지한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브랜드가 쌓아놓은 ‘감각의 감옥’에 갇힌 셈이다. ‘감각의 감옥’에 갇히는 이유는 브랜드 스스로가 감각적으로 길들여진 면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감각적 타성을 깨부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이걸 함부로 막 해서도 안된다. 브랜드가 급격하게 변하면? 오히려 사람들은 그 변화를 낯설어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브랜딩을 고민하는 이유도 이 타성에 젖어버리는 순간 브랜드가 위기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브랜드도 한 명의 사람과 같다. 늘 같은 스타일은 언제 어디서나 통하지 않는다. 온라인과 다르게, 오프라인은 브랜드로 하여금 ‘제한된 공간’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도록 요구한다. 이건 비단 브랜드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개인이 만든 공간도 마찬가지다. 브랜드와 개인이 만든 공간을 굳이 ‘나누는’ 일이 의미가 있을까? 브랜드 자체도 사람이 만들었는데 말이다.
오히려 브랜드는 늘 조그마하게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감각적 자유를 찾아야 한다. 그 시작 중 하나는 죽은 공간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일이다. 죽은 공간 안에서 브랜드의 자기다움을 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공간이 브랜드가 되는건 새로운게 아니라, 이제서야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애초부터 브랜드가 사람에서 시작되었으니까.
[이글도 분량이 많아 두개로 나누어서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전문은 9월1일까지 보실수 있습니다. 이글의 전문은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에서 확인하실수 있습니다.]
https://contents.premium.naver.com/freeoos/expicksnote/contents/230811140659705dd
일본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오가타 신이치로는 ‘분위기’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일본미학을 공간으로 표현한다. 그는 일본을 상징하는 어떠한 소품 없이 오로지 분위기만으로만 연출했다. 그의 브랜드인 레스토랑 야쿠모사료, 화과자 브랜드인 히가시아를 비롯해 이솝나카메구로와 교토매장등 모두 고요하고 차분한 일본미학을 공간에 담아냈다.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도 마찬가지다. 그는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에서 ‘죽은 공간’을 활용해 일본의 독특한 고요함을 ‘죽은 공간’을 활용하여 표현했다. 그 주인공은 화장실 벽이다. 그는 화장실 벽 일부를 안에 공간을 만들어 수건을 넣었다. 덕분에 화장실의 죽은 공간을 살려냈다. 뿐만 아니라, 죽은 화장실벽의 수건들은 직선미를 선보인다. 이러한 공간 활용은 그의 레스토랑인 야쿠모사료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이솝 교토지점과 같이 직물 천을 활용하여 유리창과 같은 죽은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면서 일본미학을 담아냈다.
다음은 히가시야맨마루노우치의 사보다. 오가타 신이치로는 차를 마시는 사보에 나무 벽에 찻잔 진열장을 만들었다. 이 진열장 자체가 애초에 죽는 공간이었다. 오가타 신이치로는 벽안에 진열장을 만들었고. 그곳에 자기와 유리그릇을 놓았다. 그릇을 비추는 아늑한 빛은 사보 안에 차분함과 고요함을 집어넣는다. 이와 같이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는 ‘죽는 공간’이 브랜드감도에 맞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 중 하나다.
온라인과 다르게, 오프라인공간은 무한대로 확장이 불가능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될만한 모든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 츠타야는 도쿄에서 이런 걸 가장 잘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츠타야도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같이 롯폰기서점에서 죽은 공간을 대부분 진열장으로 사용했다.
사진을 보자.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창가쪽 공간. 그 자체는 그저 죽어있는 공간이다. 상품이 없을 경우를 상상해 보자. 그저 계단옆 창문일 뿐이다. 그러나 츠타야는 계단으로 올라가는 창가. 완전히 죽는 공간에 상품을 진열했다. 당연히 그 근처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은 상품을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여기에 스타야는 책 진열장으로 동선까지 만들어 창문의 진열된 상품이 하나의 구역으로 만들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츠타야는 사람들이 개인공간으로 쓰는 곳에 책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여기에 진열된 책들은 공간을 아늑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츠타야 서점이라는 ‘서점’ 분위기를 더 강화시킨다.
미야시타파크 스타벅스매장은 간판을 컨테이너박스 한 구석에 달았다.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인 후지하라 히로시는 는 스타벅스 미탸시타파크점을‘주유소’ 콘셉트로 만들었는데, 이 콘셉트에 맞추면서도, 공간이 죽는 부분을 스타벅스 간판을 만들어서 공간 전체가 살아나게 만든 셈이다. 후지하라 히로시의 이 같은 공간활용은 단순히 죽은 공간을 활용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죽는 공간 자체를 ‘콘셉트’에 맞게 활용하면 공간의 감도. 브랜드의 감도가 더 세밀 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야시타 파크 간판도 마찬가지다. 간판을 벽에 붙이기보다는 매달아 ‘오브제’ 성격을 더해 주변에서 미야시타파크를 더 잘 볼 수 있게 했다. KITH도 마찬가지다. 미야시타파크의 쇼핑몰인 레이어드 미야시타 1층에 자리한 KITH는 큰 유리창 뒤에 신발을 일렬로 배치해 KITH만의 감각을 더했다.
위의 사진은 미야시타파크는 아니지만 다이칸야마역 근처에서 우연히 본 신발가게이다. 이 신발가게는 유리창 바로 뒤에 유리를 붙여 신발을 진열했다. 신발도 진열행태를 비슷하게 만들어 통일성을 넣었다. 다음은 슈프림 다이칸야마 점이다. 슈프림다이칸야마점은 크기가 상당히 작은 편이다. 슈프림은 통유리창을 사용해 슈프림 제품이 모두 보이게 했고, 그 중간에 슈프림의 상징이기도 한 스케이드보딩의 POV영상을 함께 넣었다. 어떻게 보면 슈프림은 죽은 공간자체를 또 다른 진열장으로 사용한 측면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