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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Feb 13. 2018

정성이 깃든 탄탄멘.

나키류, 두 번째 미슐랭 원스타 라멘.

공항에서 도착한 후에 처음으로 먹는 식사는 언제나 기대가 된다.


전날 야간비행과 공항에서 노숙까지 한 나 자신에 대한 소소한 보상이다.

첫 식사는 고르는 일은 경건한 의식 같다고 해야 할까?

날은 쌀쌀하고 속은 뭔가 따뜻한 국물을 원했다.

그래서 선택한 메뉴는 바로 '라멘'

일단 먼저 미슐랭 원스타인 '츠타'에 가서 예약표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옆동네는 오카츠에 갔다.

"오카츠 역에 뭐가 있냐고요?" 

"2017년에 미슐랭 원스타를 받은  두 번째 라멘집'나키류'가 있어요.

눈이 내려서 오카츠역에는 녹지 않은 눈이 가득.
오카츠역은 트램역도 있어서 트램이 지나가는 선로도 있어요.
영업시작전에 도착했습니다.
가게 앞의 메뉴판.유일하게 읽을 수 있는게 탄탄멘.주문을 어떻게 하나 걱정이 한가득.

나키류는 오카츠 역에서 

구글 맵스로 5,6분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나는 구글 맵스가 길을 잘못 알려주었는데 

나중에 더 빠른 길을 찾아냈다.

하지만 도착시간은 10시 14분 영업은 당연히 하지 않았다. 

영업 시작은 오전 11시 30분부터이다.

나키류 찾아가는길(제가 나리쿠라고 하는데 헷갈려서 그래요.)
외진곳에 있지만 구글맵스로 쉽세 찾아갈 수 있어요.

주변에 사람은 아무도 없어서 기다릴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딱히 갈 곳이 없어서 그냥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대부분 오전 11시에 영업을 시작한다.

아침 7시에 오픈하는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도 있지만 

오카츠에서 다이칸야마까지는 적어도 30분은 걸린다.

그렇다고 날씨가 추우니 

오전 8시에 영업을 시작하는 블루보틀 신주쿠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올까 하는 생각도 했다. 

여러 생각을 하면서 가게 앞에 의자에 앉아있었다.

갑자기 사람들 몇 명 온다. 그리고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Is this  Start line??"이라고 말하더니 줄을 서기 시작한다.

내가 도착한 뒤 10분 뒤 상황이다. 

뜻하지 않은 1등.

순식간에 생긴 줄은 '그냥 기다리자!'하는 

굳은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일본 맛집은 확실하게 맛있지만 

줄은 항상 길어서 밥 먹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오전타임과 오후타임으로 나눠져 있어서 오전시간 줄이 너무 길다면 오후시간을 도전을 추천.

뜻하지 않은 1등이 되어서 'CLOSED'라는 가게 안내판이 'OPEN'으로 바뀌기를 기다린다.


줄이 길어지기 시작하고 10시 40분 정도 되니 

가게 직원분이 나와서 인원을 체크하기 시작한다.

나는 길어지는 줄에 놀라면서도 안도하고 있다.

가게 직원분은 이게 일상인지 무덤덤하지만 

웃는 표정으로 인원을 체크한다.

누군가에게는 긴 줄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이 되는 시간이다.

같은 상황도 사람마다 다른 법. 이것이 여행이 주는 묘미가 아닐까 한다.

줄은 도로 건너편으로 이어진다. 이때가 대략 11시 정도.



추운 날씨에 사람들은 모두 덜덜덜 떨고 있는 와중에 

직원분이 한 번 더 나와서 나에게 웃으며  메뉴판을 줍니다.

와! 영어다. 주문에 걱정은 없겠네요.

탄탄멘은 '카에다마'로 나머지는

 '오오모리'로 국수 양 추가가 가능하다.

'카에다마'는 '사리 추가인가?'라고 스스로 추론한다.

하지만 오오모리는 무엇인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어서 11시 30분이 되기를 기다란 간절한 소망을 모아봅니다.

전날 서울의 추위는 영하 16도이고, 도쿄는 영하 1도입니다. 

저에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뒤에 2등으로 온 사람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왔다고 하면서 

저에게 너무 춥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서울은 지금 영하 16도야 영하 16도!" 이랬죠.

그러자 그들은 저에게 엄지 척합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오전 11시 30분이 되고 

저는 1등으로 가게에 들어갑니다.

1등으로 가게에 들어왔는데 이게 오묘하게 뿌듯합니다.

분주하게 라멘을 준비하는 가게 직원분들.

내가 주문한 메뉴는

 '탄탄멘+카에메다+차슈 3개 추가'

자판기에서 뽑은 티켓을 하나씩 확인해가면서 조심스레 직원분에게 넘긴다.

차슈는 꼭 추가해야 한다. 

차슈가 마치 프로슈토만큼 부드러워서 먹기 아까울 정도다.'

한 사람씩 정성스레 주문을 받고 있는 

가게 직원 분은 차분하게 손님들을 맞이한다.

'카에메다'(사리추가)는 처음에 주문을 받지 않고 

절반 정도 먹은 후에 직원분에게 주면 된다.

하지만 주문 즉시 라멘이 나오지 않는다.

주분이 들어가면 그때부터 조리를 시작하기 

때문에 자리에 앉더라도 더 10분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


탄탄멘이 나옵니다. 

기다렸던 님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츄릅! 떨리는 손과 입에 고인 침을 한데 모아 "꿀꺽!"하고 넘깁니다.

이 탄탄멘은 보자마자 

홍콩에서 먹은 탄탄멘이 기억 속에서 사라집니다.

1시간 30분 가까이 식사를 하고픈 소망을 모아서 일단 사진부터 찍고 봅니다.

음식은 사진을 찍으면서 눈으로 먹고, 향을 맡으면서 코로 먹고, 입으로 먹습니다.

이 순간 오감을 모두 집중하는 시간이죠.


탄탄멘이 나왔다

1시간 30분을 기다린 탄탄멘이다.


프로슈토만큼 부드러운 차슈에 깜짝 놀랍니다.

츄릅 후루룩!

1시간 30분의 기다림은

10분도 되지 않아서 국물만 남은 그릇이 됩니다.

'이런... 너무 빨리 먹었어...' 

맛있는 시간이 끝난 슬픔이 급격하게 몰려옵니다.

이 순간이 '카에마다' 티켓을 직원에게 넘기는 순간입니다.


오호! 카에마다! 그냥 곱뺴기다. 

곱빼기를 곱빼기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곱빼기로 두 그릇을 먹는 느낌입니다.

이미 먹고 남은 국물은 새로운 면과 간 차이가 납니다.


'카에다마'티켓을 직원에게 주면 1인분 정도 면을 줍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남은 국물과 

간이 맞도록 추가로 나온 면에 간이 되어있다는 사실입니다.

라멘을 먹는 사람을 한번 더 생각하는 사장님 배려에 감동합니다.

면 가운데 간을 하기위해서 소스를 뿌려놓았습니다.
다시 한번 탄탄멘을 먹습니다.

국물은 서서히 줄어들고 마지막 면을 입에 넣는 순간,

행복했던 탄탄멘과의 시간과 이별이 찾아온다.

오랜 기다림 속에 마주한 탄탄멘이 

이토록 맛있는 음식이었다는 사실에 참으로 감사했다.

가게 앞을 나오면서 더욱 길어진 줄을 보면서 이상하기만큼 묘한 뿌듯함을 느꼈다.

끊임없는 주문에도 하나씩 하나씩 정성스레 만들어서 주문을 해도 나오는 시간이 걸립니다.

오카츠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때마침 트램이 지나간다.

도큐 도오코선이나 오다큐 선도 도심을 지나간다.

하지만 일반 지하철 열차보다 작은 트램은 옛 유물 같은 느낌을 풍긴다.


트램이 지나가는 동안은 길이 막힌다. 

트램이 지나가고 나서는 선로 위를 자유롭게 지나갈 수 있다.

JR 야마노테선이 지나가는 철로 아래로는 

트램이 지나가는 선로와 오카 츠마에 역이 있다.

철로가 도심을 지나가는 모습만으로도 서울과 다른 모습이다. 

그 모습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 된다.




나키류

1. 감칠맛 5/5

벨벳 같은 탄탄멘 국물은 감칠맛이 폭발합니다.

국수는 졸깃하고 차슈는 입에서 부드럽게 맴돕니다. 

감칠맛은 폭발합니다. 나키류 탄탄멘은 먹고 난 뒤에 

다른 국물류 음식 맛이 약하게 느껴질정도로 진한 감칠맛입니다.

2. 간 3/5

간은 아주 좋습니다.

적절하게 싱거우면서 쫍쪼릅합니다.

탄탄멘 자체가 매운맛도 있어서 한국인 입맛에 잘 맞습니다.

3. 가격 4/5

가격은 기본 탄탄멘이 850엔입니다. 대략 8500원꼴입니다.

도쿄 물가를 고려한다면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4. 양 4/5

오오모리 혹은 카에다마를 시키면 

성인 남자 1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1. 라멘을 좋아하시는 분

일본은 역시 라멘입니다. 

다양한 라멘 종류 때문에 

하루 세끼를 라면으로 모두 먹을 수 있습니다.

라멘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가보시기를 권합니다.


2. 먹방 투어를 선호하는 분들.

여행에서 사진 다음으로 많이 남는 일이 바로 '먹는 일'입니다.

여행에서 관광이 아닌 오로지 그 나라 음식에 집중하시고 싶은 분에게

이곳은 아주 흡족할 장소입니다.


3. 인내심이 강하신 분.

최소 1시간 30분은 

기다려야 하는 가게입니다.

줄 서는 일이 싫은 분들에게는 

절대로 권하지 않습니다.

인내심이 강하고 맛집은 줄을 

서더라도 꼭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신 분들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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