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가득히 비치는 빛은 하루를 편안하게 만든다. 장소와 상관없이 빛은 늘 우리를 어루만진다. 공간에서 마찬가지다. 공간에서 '빛'은 언제나 우리가 공간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 몰입은 놀라움 혹은 즐거움. 편안함일 수도 있다. 이건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어느 지점부터 브랜드도 마치 사람 같아서 브랜드들도 공간에 빛을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무언가 특별한 건 아니다. 마치 우리가 각자만의 다양한 빛을 집안에서 조명으로 만들어 나를 표현하듯이 브랜드도 동일하게 '빛'을 사용해 공간을 만든다. 이건 서울이 아닌 도쿄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현재 세계 위스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산토리. 아마도 카발란과 산토리는 2000년대에 위스키계의 찾아본 축복일지 모른다. 산토리에게 있어서, 그들의 심장은 단연코 야마자키에 위치한 야마자키 증류소. 하쿠슈양조장은 야마자키 증류소 이후 생긴 2번째 증류소이자, 산토리 위스키의 다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하쿠슈 양조장이 생기기 이전에는, 오직 야마자키 양조장에서만 위스키를 생산했다. 아무래도 산토리는 양조장이 한 곳이다 보니 여러 양조장을 가진 다른 위스키 브랜드들과는 달리 원액을 교류하면서 다양한 위스키를 실험해 보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산토리에게 있어서 하쿠슈 양조장은 산토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했던 곳이다. 동시에 지금의 히비키 위스키도 하쿠슈 양조장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다.
강렬한 존재감의 야마자키 증류소와 다르게, 하쿠슈 양조장은 브랜딩이나 공간에 멋을 낼 이유가 딱히 없다. 그렇기에 하쿠슈 증류소는 기교가 없다. 그렇다고 하쿠슈 양조장의 존재가 야마자키보다 덜한 건 아니다. 오히려 산토리는 하큐슈 양조장의 여러 공간 안에 빛을 다채롭게 사용해 '산토리'라는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힘을 넣었다.
또한 산토리는 하큐슈 양조장이 위치한 미나미 알프스가 가진 웅장함. 빛, 바람을 증류소 공간에 더 그윽하게 표현하기 위해 천장을 높게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빛과 조명은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온다. 창문을 통해 주변 풍경을 끌어와 야마자키 증류소와는 다르게 입체감을 넣었다.
네스트로브는 의류용 봉제공장을 운영하던 ‘넥스트’ 사가 2005년에 만든 브랜드다. 네스트로브는 일본산지와 공장기술을 계승해 나가기 위해서, 천연 소재를 사용한 옷을 일본에서 나온 재료로만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옷을 만들기 위해 원사를 뒤집어 꼬았다. 그 후 원사로 만든 원단을 재단하고, 꿰매어 옷을 완성시킨다.
네스트 로브가 신경 써서 만든 원사는 방적 공정에서 생산된 실을 정련, 표백, 염색등. 기타 가공을 하지 않은 상태의 실이다. 즉, 원사는 옷을 만드는 구조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트렌드에 맞추어 빠르게 옷을 만드는 SPA브랜드와 달리, 그들은 재료구조부터 편안한 옷을 위해 고민하면서 천천히 만든다. 그들의 브랜드에 슬로 메이드가 붙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 같은 자신들의 철학을 어떻게 보다 직관적으로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을까? 바로 빛이다. 그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철학을 공간에 담아내기 위해 아늑한 빛을 이용했다. 시부야 파르코에 위치한 매장사진을 보자. 그들은 매장 안 아늑한 조명을 사용해 옷의 금속 질감을 강조했지. 또한 빛은 그들의 제품과 원단을 잘라낸 천 조각으로 만든 오브제를 부각한다. 여기에 다소 두꺼운 철로 만들어진 행거. 도버스트리트 마켓이 사용한 철파이프와는 묵직함이 다르다. 오히려 단단하고 두꺼운 철은 옷의 질감을 강조한다. 이로 인해서 공간감을 더더욱 견고해졌다.
KINTO는 일상이 더욱 풍요롭고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최고의 테이블웨어를 만들고자 한다. 그들은 만들 때 편리함과 아름다움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킨토는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일수록 사람들이 그 제품에 애착을 갖고 오랫동안 사용한 사실을 알았다. 동시에 그러한 제품들이 대부분 감각적이고 세련된 공간을 만든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KINTO 제품은 유리, 도자기, 스테인리스, 목재 등 다양한 소재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제품이 온전히 사람들에게 전해질수 있도록 빛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매장을 꾸몄다. 커다란 유리창으로 빛이 가득 들어오게 해 킨토제품의 감성을 극대화했다. 그렇다고 킨토가 빛만 사용한 건 아니다. 제품의 심미성을 더하기 위해 유리를 다채롭게 사용했다. 여기에 크고 박은 꽃과 식물들을 더해 따뜻한 계절감을 브랜드에 더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킨토제품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킨토만의 간결하고 아름다운 직선과 곡선을 볼 수 있는 이유도 세밀하게 만들어진 공간구성 때문이다
긴자는 도쿄에서 '번성함'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지역이다. 무엇보다 이 지역은 도쿄에서 성공을 상징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많은 상업시설들은 공간 안에 고급스럽지만 과하지 않게 만들려고 엄청나게 노력한다. 도큐그룹이 운영하는 도큐플라자도 마찬가지다. 도큐는 '긴자'라는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아늑한 조명 빛을 크기만 다르게 하면서 도큐플라자 전층에 적용했다. 8,9층에 자리한 롯데면세점을 제외한 도쿄플라자 긴자의 모든 곳은 전구색 조명을 다양하게 조절해 다양한 느낌의 아늑함을 표현했다.
때 마침 도큐플라자 긴자에 입점한 ‘LightUp/Zekoo’이 리모델링을 위해 공간을 전부 비어둔 상태였다. 나는 덕분에 도큐플라자 천장의 전기시설 및 배관시설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보자. 도큐플라자는 빛이 은은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배관시설 자체도 검은색으로 처리한 걸 볼 수 있다. 보통 노출 콘크리트와 배관들이 원래색인 회색 혹은 흰색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도큐플라자 긴자 자체가 처음부터 공간을 의도적으로 검은색을 사용했을 거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위에서 알아본 공간외에도 수많은 도쿄브랜드들이 빛을 공간을 다듬어낸다. 무엇보다도 이제 브랜드공간은 브랜드철학,콘텐츠들을 포함해 브랜드의 모든것을 담아내야한다. 그렇기에 '빛'을 이해하는건 브랜드철학을 어떻게 이미지화할지를 고민하는 일과도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