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팽이인간 Nov 15. 2021

코로나 검사

빨리빨리 문화가 빛나는 순간


 지난주 금요일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확진되어 해당 학년 전체 학생들이 선제 검사를 하였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추가로 다른 학년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여 2, 3학년 전체가 전수검사를 했다. 월요일 아침,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등교시켜도 될까 고민하다가 학교 측에서 공지가 온 것도 없고, 우리 아이 학년인 1학년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이 아니었기에 등교를 시켰다.




오전 8시 40분, 아이를 등교시키고, 늦잠 자던 둘째가 일어나 떼를 부려서 달래고 씻기는데 씨름하느라 진땀을 다.


9시 9분, 학교 측에서 단체 메시지가 왔다. 1학년과 2학년에서 추가 확진자가 발생다는 알림이었다.

이를 어쩌나. 1학년이라니! 1학년이 80명뿐이 되지 않는 데다 아이들 학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어 걱정이 앞섰다. 형제자매들도 연결되어 있어서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핸드폰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학원과 엄마들로부터 카톡 창에 메시지들이 날아들고, 여기저기서 당혹스러운 전화들이 걸려왔다. 한참을 우왕좌왕하다가, 어지러운 머리를 가라앉히며 생각해보니 급식을 먹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시간을 보니 수업시간이라 담임선생님께는 전화할 수가 없어 교무실로 전화를 했다. 아이가 급식을 먹지 않고 하교를 하게끔 담임선생님께 메시지 전달을 부탁드렸다.


10시 17분, 학교에서 다시 공지가 왔다. 누적 확진자가 5명이 발생하여 보건당국에서 본교의 확산세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전원 귀가 조처(10시 30분) 및 25일까지 전 학년 원격수업으로 전환이 되었고, 1, 4, 5학년은 전원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아 담임선생님께 결과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10시 19분이었다. 부랴부랴 둘째의 옷을 마구 입히고, 나는 집히는 대로 입었다. 양말도 신지 않고 슬리퍼를 끌고 둘째를 자전거에 태워 밀고 나갔다. 학교에 가까워지니 고학년 아이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었다. 아이들은 수업이 일찍 끝난 것이 마냥 좋은지 서로 장난을 치고 해맑게 웃으며 지나갔다.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으니, 멀리서 아이가 뛰어온다. “뛰지 마~ 걸어와.”라고 말하고는 아이에게 다가가 가방을 받아 드니 묵직했다. 교과서와 미술도구 등 터질 듯이 담 가방은 앞으로 열흘을 꼼짝없이 집에서 보내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에 버금갔다.


집으로 가는 길. 둘째가 탄 자전거를 미는 첫째의 모습은 신이나 보였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깨에 멘 책가방이 더욱더 무겁게 온몸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정리하고 간식을 주고 정신을 차려보니 1학년 반 카톡 창에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집에서 가까운 진료소들과 그곳의 상황을 공유하는 내용이었다. 시간을 보니 바로 준비해 가면 점심시간과 겹칠 것 같아 아이들 점심을 먹이고 움직이기로 했다. 하지만 점심을 만들면서도 심란한 마음에 간장과 마늘을 너무 많이 넣는 실수를 했고, 아이들은 물을 몇 번이고 들이켰다.


오후 3시, 속속 올라오는 선별 진료소 소식을 보며 한산한 쪽으로 이동했다. 공원에 자리한 선별소에는 20~30명의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입구에서 QR코드를 통해 개인정보를 입력 후, 안쪽으로 들어가 본인 확인 후 진단키트를 받았다. 그리고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이동하여 키트로 입천장과 콧속에서 면봉을 사용하여 검사하는 것까지 총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검사는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져, 우리 뒤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는데도 줄이 길어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거실에 잠시 드러누우니, 굉장히 힘든 하루라고 느껴지며 피곤함이 몰려왔다. 아마도 아침부터 한 긴장이 조금 풀려서인가보다.




학교와 학원, 엄마들의 정보 공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빠르게 검사를 받고 심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코로나 선별 진료소는 어떠한가.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를 받으며 연신 놀라움이 들었다.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던 대한민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빛이 나는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그 빨리빨리 덕분에 단기간 내에 효율적인 방법으로 체계가 잡힌 것이 대단해 보였다. 의료진들 역시 수고로움이 눈에 보여 연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랜선 새벽 도서관’이라는 모임을 하고 있는데, 새벽에 기상해서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임이다. 그 안에 보건소 의료진이 계신데, 그분께서 예전에 하신 말씀이 있다.


“요즘 코로나가 확되면서 보건소에 사람들이 많이 몰립니다. 검사 후 자가격리가 필요한 분들에게 연락을 드리면 무턱대고 욕을 해대는 분들이 계세요. 여기 계신 분들은 안 그러시겠지만, 혹시나 보건소에서 연락이 가면 잘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이 메시지를 보는데 마음 한 곳이 따끔거리며 아팠고,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고마웠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곳에서 많은 분이 희생하시고 최선을 다해 본인의 일을 해나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러니 마스크를 잘 쓰고 손도 잘 씻고, 손소독제도 가지고 다니며 열심히 쓰자고 다짐했다.


방역수칙 따위 무시해버리는 몰지각한 사람들을 보며 지키는 내가 바보라는 생각은 하지 말고, 내가 지킴으로써 전국의 의료진에게 힘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렇다면 우리 모두 슈퍼 영웅은 아니더라도, 그 슈퍼 영웅을 만드는데 쌀 한 톨만큼의 지분은 있는 거라고 자부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불량품 탐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