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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인간 Nov 22. 2021

엄마 손은 약손


 몸살이 오려는지 으슬으슬 춥고 두통이 몰려왔습니다. 서랍에서 두꺼운 수면 양말을 꺼내어 신고 긴소매 옷을 덧입어 보았지만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거실 바닥에 누워 몸을 웅크리고 있자니 역시나 둘째가 달려듭니다. 


“일어나~ 일어나~ 아침이야~”

요즘 뒤늦게 말이 터진 둘째 아이는 뽀로로 말투를 자주 사용합니다. 뽀로로 속 캐릭터들의 말투를 따라 하며 바닥에 붙어있는 엄마의 머리를 두 손으로 들어 올립니다.


“엄마 아파~ 조금만 누워 있을게.”

“그럼 마사지해줄게~”

가끔 어깨가 아프다는 엄마에게 누나가 어깨를 주물러 주는 모습을 보고 떠올렸나 봅니다. 작은 손으로 목을 잡아 주무르고 팔다리를 빠르게 몇 번 쥐었다 놓습니다. 악력이 얼마나 센지 “악!”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목을 주무를 때는 “컥!” 소리가 나고요.


“와~ 고마워~”

건성으로 대답하는 나에게 다시 일어나라 합니다.


“엄마 추워~ 어떻게 하지?”

“내가 이불 덮어줄게~”

자신의 애착 이불인 얇은 이불을 가져와 엉성하게 덮어줍니다. 이불이 팔뚝 위에 대충 늘어트려졌습니다. 


그걸 보던 첫째 아이가 자신의 도톰한 이불을 가져와 목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덮어줍니다. 

“이렇게 덮어야 따뜻하지~ 엄마 어디 아파?”

“배랑 머리”


머리에 손바닥을 대더니 열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배 위에 손을 대고는 둥글게 문질러 줍니다. 자신이 아플 때 엄마가 해주던 대로 따라 하는 모양새가 제법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동생에게 말합니다.

“이렇게 배 문지르면서 노래 부르는 거야. 따라 해 봐. OO이 손은 약~ 손~!”


노랫소리를 듣고 있자니 졸음이 몰려와 눈이 감기려 듭니다. 불편했던 배도 조금은 나아지는 듯합니다. 




어릴 적 배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는 약손 노래를 하며 배를 문질러 주셨습니다. 엄마의 거칠한 손이 배에 닿으면 따뜻한 기운이 배에서부터 퍼져나가는 기분이 들어 좋았습니다. 신기하게도 한참 배를 문질러주고 나면 아픈 증상이 가라앉고는 했습니다. 손에 초능력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죠.


이 놀라운 경험은 10살 이전인 어릴 적에나 많이 접해보고, 그 후에는 건강했던 탓인지 커서인지 기억에 없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약손의 놀라운 효험을 다시 한번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첫아이를 출산할 때, 알레르기 체질에 약물 부작용도 겪은 몸인지라 무통 주사를 맞지 않았습니다. 진통을 생으로 느끼며 어찌할 바를 몰라 병원 침대에서 웅크리고 있을 때, 뒤늦게 연락을 받고 오신 친정엄마가 등을 천천히 쓸어주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옆에서 말 거는 것조차 예민하게 반응하고 짜증 나던 순간이었는데, 엄마의 손이 등에 닿자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며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그렇다고 통증이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극심한 진통이 약간은 나아지는 듯해 혼미하던 정신이 조금은 돌아왔습니다.


엄마의 따뜻한 온기와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목소리가 최고의 명약이었던 걸까요. 이 약손은 엄마가 해줄 때만 효과가 있습니다. 희한하죠. 


내 손도 두 아이를 출산하며 ‘엄마 손은 약손’이 되었습니다. 굉장한 능력이 생긴 듯합니다.

나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내 아이들의 배를 문지르며 엄마 손은 약손 노래를 부릅니다. 아마도 그것은 사랑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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