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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Jul 24. 2022

고마워, 친구야.


 오랜만이야, 친구야. 우리 4년 만이지? 


우리의 인연은 16살 때 시작해서 단 1년 함께 했을 뿐이지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고등학교를 각기 다른 학교로 진학하면서 1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들었고, 대학도 각자 다른 지역으로 다니니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 졸업하고는 각자 사회생활하느라, 결혼해서는 육아에 치여서. 우리는 자주 만나지 못했어. 그런데도 신기하게 오랜만에 봐도 어색하지 않았지. 바로 어제도 만난 사람처럼 말이야.


하지만 어제는 만나러 가는 길에 살짝 걱정이 되었어. 어색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우리끼리 만나는 게 아니라 가족들과 다 함께 만나는 자리여서 그랬을까?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분위기가 어색하면 어떻게 하지? 아이들끼리 잘 어울려 놀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한 거 같아.


구불구불 좁은 길을 돌고 돌아가니 네가 서 있었어. 쏟아지는 비와 함께 반갑게 맞이하는 너를 보니 마음이 놓이더라. 아이고, 아기가 언제 이렇게 컸대. 잘 키웠다. 정말 예쁘다. 웃는 모습이 너랑 똑같네. 아기였을 때 봤는데 ‘안녕하세요’ 하고 말을 하니 깜짝 놀랐다. 아이에게 함박웃음을 짓는 너를 보며 생각했어. 아이가 몰라보게 클 정도로 세월이 흘렀는데, 너는 그대로네. 우리 내일모레면 마흔인데, 내 눈에는 네가 아직도 16살 소녀로 보여. 너의 표정과 특유의 몸짓은 나이를 먹지 않았어.


16살 장난기 많은 소녀의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평소 말하기 힘들었던 고민을 줄줄이 말하고 있더라. 음식 준비하는 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상차림을 도우면서. 쉬지 않고 말했어. 나는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던 걸까. 


네가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인연의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인연의 끈도 두터워지고 있어. 이처럼 귀한 인연이라니.


나와 너의 추억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내가 잊고 지내던 추억을 네가 되살려 주고. 내 기억을 다른 시각에서 관찰한 너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가 아프도록 깔깔 웃을 수 있어 행복했어. 그렇게 웃던 나는 집에 오는 길에 목이 쉬었다는 걸 깨달았어.


헤어질 때 아쉬워서 집에 갈 채비를 하는 나의 행동은 매우 느릿느릿했지. 조심히 잘 가. 집에 가면 꼭 연락하고.라고 말하는 너를 꼭 끌어안지 않을 수 없었어. 두 팔로 너를 감싸 안고 등을 토닥이며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지. 사실 코가 매워지고 눈물이 찔끔 나오려는 걸 꾹 참았지 뭐야.


멀리 떨어져 살아 앞으로도 자주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치 어제도 너를 만난 것 같은 익숙함과 친근함을 느끼겠지. 이건 모두 네 덕분이야. 고마워,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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