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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인간 Nov 02. 2021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여행의 기간과 상관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항상 아쉬운 마음이 함께 합니다. 딱 하루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조금만 더 걸어볼까 주위를 기웃거립니다.


집으로 가는 동안 언제 떠날지 모를 다음 여행지를 생각해봅니다. 예전에는 마냥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위주로 생각했다면, 아이들이 있는 지금은 거리가 너무 멀지 않으면서 자연에서 뛰어놀 수 있는 곳을 찾아봅니다.


집과 가까워질수록 점차 피로가 몰려옵니다. 꾸벅꾸벅 졸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고개에 화들짝 놀라 깨어 바라본 익숙한 동네 풍경이 반갑습니다. 내가 없는 사이 우리 동네가 잘 지내고 있었나 찬찬히 바라보면서 새삼스레 동네 구석구석이 예쁘고 정겹게 보입니다. 환영해 주는 이가 없어도 길가의 가로수와 집 앞의 놀이터가 나를 반겨주는 듯합니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공기에 마음이 편안해지며 ‘역시 우리 집이 최고’라는 말을 연발합니다. 양손에 든 짐을 그대로 내려놓고 침대로 다이빙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짐을 풀어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세탁할 것은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아둡니다.

어느 정도 정리를 하고 나면, 술은 단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는데 왠지 해장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여행의 여독 풀이 해장을 위해 동네 짬뽕집에서 짬뽕을 포장해와 먹으며, 여행 중 찍은 사진을 훑어봅니다. ‘오~ 이건 잘 찍었는데?’, ‘아~ 여기 진짜 좋았는데, 다음에 또 가야지.’라고 생각하며 웃어봅니다.


식사를 끝내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던 다음 여행지에 대해 떠올려 봅니다. 그리곤 거실 벽면에 작게 붙어 있는 지도를 보며 거리를 가늠합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쉬움을 한껏 끌어안고 오다가, 다음 여행지를 생각하며 아쉬움을 덜어내고 그 자리를 설렘으로 가득 채웁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여행 전까지 이 설렘을 느낄 수 있다니!

역시 여행은 설렘이 다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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