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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인간 Nov 13. 2021

확진자


 평온한 금요일 오후, 작은 마을이 불안한 긴장감으로 어수선했다. 아이들 하원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은 삼삼오오 모여 각자의 정보력을 모아 풀어놓았고, 아이들을 인솔하러 오신 태권도 사범님들도 모두 얼굴빛이 어두웠다. 마침 바람도 차가워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이 줄어든 데다, 분위기까지 안 좋으니 공원에는 비가 내려 떨어진 낙엽만 수북이 쌓여 나뒹굴 뿐이었다.


흐린 하늘에 바람도 불고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습한 물기를 머금은 공원을 훑으며 친한 엄마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자기. 그 소식 들었어?”

“아, 학교에서 공지 온 거 봤어요. 6학년에서 확진자 나왔다면서요.”

“그 아이 동생 있으려나?”

“글쎄……. 학교는 왜 이런 걸 빨리 안 알려주는지 모르겠네. 불안하게.”

“동생이 있었다면, 학교에서 파악하고 알려주지 않았을까요? 외동이나 형이나 누나가 있을 거 같은데.”

“큰일이다~ 동네도 좁아서 애들 학원에서 동선 많이 겹칠 텐데.”     


코로나19가 터지고 지금까지 우리 마을에서 아이가 확진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6학년 학생 한 명이 확진되었다만 알렸을 뿐, 그 아이의 형제자매나 다니학원에 대해서는 공유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모두 불안한 감정에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던 엄마들은 여기저기 자신들이 뻗을 수 있는 정보망을 총동원하여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고, 궁금해하던 정보를 일부 얻을 수 있었다.

“그 아이 2학년 동생이 있대. OO태권도 다니고.”

“6학년이면 다른 학원도 다닐 텐데?”

“아직 그것까진 모르겠다. 큰일이네. 그 태권도 애들 많이 다니는데....”

“그래서 동생은 음성인 거예요?”

“결과가 오후에나 나온다는 것 같던데. 정확하진 않네.”


OO태권도는 많은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곳이다. 초등학교래봤자 이곳 한 곳이 전부이니, 걱정이 몰려왔다.    



 

그날 저녁, 엄마들 대화방에 메시지가 오고 갔다.

“2학년 아이 확진이래.”

“왜 학교에서는 조용하지?”

“그러게. 퇴근해서 그런가. 그래도 얼른 동선 파악해 공유해야 할 텐데.”

“학원은 어디 다닐까. 왠지 피아노랑 미술도 다녔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완벽하지 않은 정보로 인해 불안함은 증폭되었다.

    

학교에서 2학년 학생의 확진 소식을 알리는 공지는 다음날 오전에 도착했다.



     

사실 처음 6학년 학생 확진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렇구나….’ 하고 별생각이 없었다. 작년 같았으면 많이 불안해했을 터인데, 오랜 기간 지속하는 상황으로 인해 그 불안감이 반감되어 있는지라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 ‘6학년은 1학년이랑 층이 다르니 괜찮겠지 뭐~’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2학년 학생이 확진되었다니,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2학년이면 1학년이랑 학원이 많이 겹칠 텐데. 큰일이네. 동선은 언제 나오는 거야. 자가 격리하는 애들 많이 나오겠는데. 왜 학교랑 보건소 정보가 엄마들보다 늦는 거냐고!”

불안해하며 남편에게 말하자,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위드 코로나잖아~ 이제 어쩔 수 없어.”

“위드 코로나는 얼어 죽을! 그래도 애들이 걸리면 안 되지!”

    

이런 남편과 나의 대화에 간식을 먹으며 책을 보고 있던 아이가 끼어들며 말했다.

“근데 코로나 걸린 언니·오빠 심심하겠다. 집에서 못 나가잖아. 아프면 어떻게 해?”

   

아.... 그러네. 확진자 소식에 내 아이와 겹치는 동선은 없는지 알아내는 데에만 급급했던 마음이 무안해지면서, 확진 학생의 상태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이면 좋으련만.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은 확진 학생과 그 가족들일 텐데 말이다.    



 

코로나 초반에는 확진자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사실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하지만 확진자의 동선이 세세하게 공개되면 사람들은 벌떼처럼 달려들어 비난하기에 바빴다(이렇게 된 데에는 나름 그만한 이유가 있지만 굳이 거론하지는 않겠다). 그러니 요즘은 동선을 공개하지 않아 비난은 줄었지만 그만큼 불안함은 커졌다.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방역 기준이 많이 완화되었다. 모두가 방역수칙을 잘 지켜야겠지만,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러니 이젠 누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온 것만 같다.


부디 이 상황이 종료되어 몇 년 후에는 술잔을 기울이며, '그때 그랬었지'라고 회상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모두의 건강이 안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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