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받아들이기

평생 봐도 백 번도 못 볼 벚꽃

by 몽돌

며칠 동안 벚꽃을 실컷 보았다. 주말에는 일부러 기차를 타고 벚꽃 명소를 찾아갔다. 때마침 찾아온 강풍 덕분에 벚꽃비를 제대로 맞았다. 주중에는 퇴근 후 시간을 내어 근처 벚꽃길을 찾아가 걸었다. 가로등 옆에서 하얗게 빛나는 벚꽃은 탱글탱글하고 탐스러웠다.


벚꽃이 필 때면 지금은 먼 타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 친구가 생각난다. 대학생 시절 벚꽃이 흐드러질 때면 꼭 중간고사 기간 즈음이었다. 놀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책상에 앉을라치면 친구는 ‘앞으로 매해 벚꽃을 보아도 백 번도 보지 못할 것이다’라며 우리를 벚꽃과 음주의 세계로 꼬드기곤 했다. 그때 본 전공책은 다 잊었지만 매해 취중에 봤던 벚꽃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휴직과 복직 후에도 여전히 고민은 계속된다. 고민 A가 고민 A”로 변한 정도. 사회생활 속에서 일정량의 고통과 슬픔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잠깐 멈춰 서서 벚꽃을 보고 있으면 그 순간은 좋다. ‘슬픔이 없는 십오 초’, 그 십오 초의 여유가 다시 살아갈 힘을 준다.


<붓다처럼 살기>의 두 번째 장은 ‘좋은 일 받아들이기’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부정적 성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뇌는 똑같은 강도의 부정적 자극과 긍정적 자극이 주어졌을 때 일반적으로 부정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10개의 좋은 일과 1개의 나쁜 일이 있으면 1개의 나쁜 일만 확대해서 받아들이는 식이다. 실제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기더라도, 그 좋은 일을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뇌는 그 좋음을 쉽게 잊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릭 핸슨은 일상 속에서 사소하더라도 좋은 일이 있을 때, 10초만 시간을 들여 그 좋은 느낌에 머무르라고 조언한다.


과거의 일이든 현재 일어나는 일이든 좋은 일이 있으면 그 일에 대한 좋은 '느낌'을 음미해 보세요. 삶에서는 좋은 일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꽃이 피고, 누군가 내게 친절을 베풀고, 목표를 달성하기도 하지요. 그런 사실을 알기는 하지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부터 그것이 좋다는 사실을 느껴보세요.


휴직 중에 새롭게 만난 사람 중에, 인생의 모든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누리며 밝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다. 독서 모임 중에 그녀는 본인만의 은밀한 의식 Ritual을 고백했는데, 일상 속에서나 여행을 갔을 때 너무 좋은 순간이 있으면 잠깐 눈을 감는다는 것이었다. 몇 초라도 눈을 감으면 그 순간의 느낌, 냄새, 촉감 등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몇 배로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당시에는 그게 뭐야- 라며 웃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행복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고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좋은 경험이 마음 속에 스며들게 하고 그 느낌을 인식하세요. 좋은 경험이 마음 속에 스며들 때의 느낌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추운 겨울날 뜨거운 코코아를 마실 때처럼 따뜻한 기운이 가슴 속에서 퍼져나간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황금색 꿀이 소화관을 타고 내려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동료들과 시덥잖은 농담을 하며 웃고 떠들 때, 사무실 창가에 무심하게 가득 쏟아지는 햇살을 볼 때, 모든 미션을 해치우고 또각또각 걸어 퇴근하는 내가 문득 대견하게 느껴질 때- 나도 잠깐 그 좋음 속에 머물러 본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순간은 좋다. 괜찮다.


오늘 퇴근길에는 여느 때처럼 바삐 걸어가다 문득 꽃향기가 나서 멈췄다. 남의 집 담장 옆에 붙어 서서 세상에서 가장 여유로운 사람인 것처럼 까치발을 하고 꽃나무의 향기를 맡았다.


봄이다. 앞으로 백 번도 남지 않은 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기 편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