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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쌤 May 27. 2020

20) 캐나다 집이야기

              

캐나다에서 총 6년 살면서 이사를 5번 했다. 

홈스테이 집에서 3개월짜리 아파트로, 2개월 살았던 타운하우스로,  2년 정도 살았던 작은 주택, 1년 반 정도 살았던 다운타운 아파트, 

그리고 진짜 우리 집으로.


내가 사는 노바스코샤주의 핼리팩스에는 하우스라고 부르는 주택형태의 집이 대부분이고,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고층 아파트는 많지 않았는데 요즘 눈에 띄게 많이 짓고 있다. 

이곳은 전세 없이 자가 아니면 월세다. 


보통 보증금은 한 달 월세의 반절을 내는데 월세가 2000불이라 할 때 1000불만 내면 되니 한국의 보증금보다야 적은 액수지만, 월세의 금액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액수다. 

4인 가족 기준 적어도 1200불에서 2000불 정도를 내야 한다.(건물의 위치와 크기 등에 따라 가격은 상이하다) 

수도세, 전기세, 난방비, 인터넷 비용의 포함 여부를 잘 살펴야하고 , 이사 들어가기 전과 나올 때 주인이나 회사와 집 상태에 대해서 같이 체크한다. 


Realtor(부동산 중개업자)는 집의 매매만 거래하고, 월세를 소개하거나 하진 않는데 이건 주마다 상황이 다르다. 

나의 경우 이사 때마다 kijiji(한국의 교차로)에서 나의 조건에 맞는 금액과 동네, 이사 일등을 고려해서 주인이나 아파트 회사와 연락을 취했다.     


첫 번째,  아파트

침실 하나짜리 부엌 겸 거실 작은 공간에 1000달러 하는 것을 세입자가 또 세를 급하게 내놓는 sublet이어서 750달러에 저렴하게 살았다. 

곧 대학생이 될 큰딸에게 방을 주고 둘째와 내가 거실에서 생활했다.


그때는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살림을 사지 못하고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 살았다. 

부엌살림도 전에 살던 사람에게서 100불에 샀고, 사과상자에 상을 차려 먹다가, 30달러짜리 중고 커피 테이블이 우리의 식탁이자 책상이자 벤치가 되어주었다. 


온돌이 아닌 이곳의 방바닥은 얼음장같았고, 한창 겨울이던 3월에 이불만 깔고 자자니 너무 추워서 벽 쪽에 라디에이터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곳에 발을 얹고 자기도 했다.     



두 번째, 타운하우스 

유치원에 취업이 될 줄 알고 일 년 계약을 하고 이사를 간 곳은 약간 외곽의 타운하우스. 

예닐곱의 주택이 쭉 붙어있는 형태이고 3-40가구가 한 타운을 형성한다. 

900불 조금 안되던 복층에 방 2개짜리. 


세입자의 사정으로 늦은 오후에 집을 보러 갔는데, 복층에 작은 뒤뜰도 있고, 단독 세탁기에 저렴한 렌트비가 좋아서 결정했다.  


고양이 두 마리를 몇 년째 키웠던 집이어서, 방과 계단의 기존 카펫이 더러웠고, 털이 짧은 새 카펫으로 갈아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아직도 카펫 깔린 집을 선호하는 캐나다인들이 있지만, 나에게는 너무 비위생적으로 보였다. 


회사가 바꾼 카펫은 여전히 푹신한 털이 긴 카펫이었고, 무엇보다 계단의 카펫은 갈지 않아서 고양이 털이 수북했다.

다시 요구했지만, 아파트 회사는 관리인을 시켜서 진공청소만 했고, 역시 털은 남아있었다. 


이사 가보니, 햇빛이 안 들어 춥고 어둡고 거실 바닥엔 습기가 올라와서 비라도 오는 날이면, 발자국이 보일 정도로 바닥이 습했다. 

또 집에 비치되어 있던 세탁기는 어찌나 더럽던지 구석구석 닦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문제는 이 집에 이사 온 지 한 달 만에 외국인 고용 지원 규정이 어렵게 바뀌어서 유치원과 계약이 무산되었다. 

한국으로 가는 건 싫고, 유아교육대학으로 편입을 결정하게 되어서 이 집에서 이사 나갈 궁리를 해야 했다


8월 IELTS 영어시험 성적이 낮으면 한국으로 가야 하고, 6.0을 받으면 차가 없으니 학교 근처로 이사해야 했다. 

회사에 계약 만료 전에 이사 나가는 방법을 문의하니 3개월치의 렌트비를 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고양이 털 박힌 카펫과 어둡고 습한 집이 너무 싫어서 고민하던 차에 큰딸의 아토피가 악화되었다. 

설상가상, 건물 관리인을 시켜 열어 본 지하실에는 전에 세입자가 그대로 방치한 고양이 오물로 악취도 났다. 


이때 지인으로부터 의사소견서가 있으면 조건 없이 이사 나갈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의사에게 고양이 털이 박힌 카펫으로 아토피가 악화된 것 같다는 내용을 써줄 것을 부탁했고, 의사도 진찰 후 그럴 가능성을 인정하고 소견서를 써주었다. 

바꿔주지 않은 카펫, 지하실의 고양이 오물, 그로 인한 딸의 건강악화를 이유로 회사에 조건 없는 이사를 요구했고, 한치의 양보도 없던 회사는 의사소견서를 보더니 두말없이 OK 해주었다.    



세 번째, 주택

다행히 영어성적을 잘 받아서 미리 봐 둔 이 주택으로 이사가 결정되었다. 


인터넷 요금 외엔 난방, 물, 전기세 모두 포함해서 1000불인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너무 좋은 조건의 집이었다. 

일부 주택 월세는 겨울에 일정 온도 이상 높이지 못하게 하는 곳도 있는데 이 집은 그런 것도 없어서 정말 따뜻하게 살았다.

사이즈가 작긴 해도 침실 두 개에 거실, 식당(dining room), 부엌이 각각 있고 문은 없지만 dining room 공간을 내 침실로 썼다. 


다 좋은데 세탁기가 다른 옆집들과 공용으로 쓰며 쓸 때마다 2달러씩을 넣고 써야 했다. 

애완동물이 있는 이웃이어서 세탁기를 같이 쓰기 싫어서, 욕조에 빨래를 담가 불린 후 발로 밟거나 손으로 일일이 빨래를 했는데 나중엔 너무 힘들어서 둘째 딸에게 빨래 몇 개당 얼마 이런 식으로 용돈벌이를 시켰다. 



네 번째, 아파트

남편이 캐나다로 오게 되면서 한국에 있던 모든 옷들과 책, 일부 살림들이 오면서 그 작은 집이 더 작아져서 이사를 해야 했다. 


남편이 다닐 어학원과 가깝고 도서관에 가깝게 살고 싶던 내 희망대로 다운타운에 있는 아파트를 골랐고, 침실 2개, 욕실 2개에 1350달러. 

여기에 인터넷 80불. 

당시 내 월급이 2000달러였으니 월급의 대부분을 집세로 내는 것이다.


이 아파트는 특이하게 본인의 세탁기를 가져와서 설치해서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삼성 세탁기를 구입해서 우리만의 세탁을 하고, 공용 동전 세탁기는 쓰지 않았다. 


이사 전에 체크리스트 상에 깨끗하다던 오븐이 너무 더러워서 청소를 요청했는데, 관리인이 내 눈앞에서 청소를 하고 가도 오븐은 별 차이가 없었다. 청결의 기준이 우리와 너무도 다른 캐나다인들이 많다.


핼리팩스의 명물 water front와 도서관, 주말이면 신선한 먹거리를 살 수 있는 farmer's market이 가까운 건 좋았는데,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소음에 시달렸다. 


시내다 보니 대학가 학생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였고, 금요일 밤, 토요일이면 파티를 하는 집들이 있어서 새벽 세 내시까지 사람들 소리와 음악소리, 밑에 층에선 담배냄새가 베란다 창으로 올라왔다. 


한번 잠들면 세상모르고 자던 나조차도 잘 수가 없어서 건물에 상주하는 관리인에게 전화나 문자를 해서, 해결을 했는데, 나의 연락이 귀찮았는지 관리인은 경찰에 전화하면 출동해서 경고를 주니 그렇게 하라고 알려주었다. 


식당가가 많은 다운타운이어서 한 번은 우리 집에 쥐가 보였다. 

한국처럼 독한 약을 쓰는 게 금지되어서, 진드기와 쥐덫만 놓아주고 갔다. 



소음과 해충 그리고 비싼 월세로 오래 살집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고, 내 집을 사자고 결정할 즈음에 집에 문제가 생겼다. 

천정에 비가 샜다.


(모든 사진들 출처:수쌤과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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