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쌤 May 25. 2020

2020년 이야기-무료지만 답답한 캐나다 의료시스템

나는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었고, 딸들은 공부 스트레스 없이, 여성으로서의 편견이 적은 선진국에서 키워보고 싶어서 캐나다에 왔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극적으로 편입해서 영주권까지 받았고, 가족 모두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취업하는 운도 있었으며, 내 기대대로 공부 스트레스와 편견이 적은 나라 맞았다. 


그래서 아주 오래오래 있다 65세 되면 연금도 받고, 꼬부랑 할머니 돼서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면 한국에 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건 내가 아프기 전 이야기.    


지난 3월 코로나가 한참이던 한국을 다녀오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탓인지 이상 증상이 생겼고, 2개월 동안 지속되어도 나의 family doctor(주치의)는 이렇다 할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내 주치의는 위를 의심하다가 내가 요구한 췌장효소 수치 검사의 결과가 높은 걸 발견했지만, 유산균과 근이완 제등의 약을 사 먹어보라고 조언했다. 

구글 서칭을 통해서 내가 추측해 낸 폐경 관련성 여부 판단을 위해서 혈액검사를 다시 요구해서, 호르몬 수치가 높은 걸 발견했다. 의사는 내 나이도 모르고 이 가능성은 아예 생각하고 있지 않았었다.


현재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검사는 간 전문의 1월부터, 복부초음파 3월부터, 심전도 5월 초부터이다. 


한국에서라면 하루 이틀이면 끝날 이 검사들을 몇 개월씩 기다리며, 나의 불만과 불안도 커가면서 캐나다 의료시스템을 정리해보았다.


국가가 통제하는 의료시스템

노바스코샤 주의 경우 시민권자, 영주권자, 취업비자가 있는 사람은 MSI(Medical Service Insurance)라는 국민의료보험으로 무료 진료 및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약값과 치과는 제외다. 여기에 유학 오는 학생들은 사보험을 들어야 한다.

치과와 약값 등 보장이 안 되는 일부 영역을 위해서 개인 사보험이나 직장에서 일정 비율로 지출되는 직장 의료보험 등이 있고 이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소아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피부과,이비인후과 이런 게 없이 family doctor clinic, walik in clinic, 안과와 치과, 몇 개 안 되는 종합병원이 있다. 


Family Doctor Clinic (가정의 / 주치의 의원)

MSI를 받으면 자신의 진료 기록을 일관되게 관리해 줄 family doctor(가정의)를 찾아야 하는 데, 캐나다 의사 수가 부족해서 많은 사람들이 family docotor를 구하지 못하고 walk-in clinic으로 가고 있다. 

아프다고 바로 갈 수도 없다. 전화나 방문으로 예약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가야 하며, 의사가 바쁘면 한두 시간 기다려야 한다. 

간단한 문진만 하고 처방전을 주며, 혈액검사, 초음파 등의 검사, 전문의 소견서를 받기 위해서는 이 의사를 통해서 해야 한다.     

            

한 clinic 안에 작은 진료실이 여러 개 있어서 내 순서가 되면 이 방에서 의사를 기다린다. 사진출처:구글 이미지



Walk-In clinic (의원)

family doctor가 없거나, 있어도 본인의 family doctor의 예약이 밀린 경우, 당일 진찰을 위해 가기도 한다. 

기본적인 검사 의뢰는 여기서도 할 수 있다. 의사 여러 명이 시간을 정해 근무하며, 계약이 끝난 의사는 병원을 떠난다. 

방문하여 접수하고, 상황에 따라서 한두 시간 기다리다 진찰을 받게 되거나, 정해준 시간에 가서 진찰받기도 한다.     


ER (응급실)

응급실의 기준에 의해서 응급이 아닌 경우,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큰아이가 이마를 철조망 못에 긁혀 살짝 찢어진 일로 응급실에 갔을 때, 바쁘지 않을 때여서 두어 시간 만에 의사를 만났고, 5분의 면담 후 파상풍 주사와 간단한 밴드 같은 것을 붙여주고 끝이었다. 

MSI 기간 연장을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가게 되어서, 그날 청구받은 진료비는 950불. 

다음 날 연장한 msi를 가져와서 증명하겠다고 설명한 후 ER을 나오고, 다음날 바로 조치를 취했다.    


핼리팩스 다운타운에 있는 응급실, 사진출처:구글 이미지



전문의(Specialist) 

가정의 의사도 부족한 판에, 전문의 수는 더 부족하고 그래서 몇 달에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딸은 family doctor가 소견서를 써준 후 6개월 후에 피부과 전문의를 만났고, 정형외과 전문의는 대기 중이라는 연락 후 기다리는 중에 전문의를 만나야 할 상황이 종료되었다. 


검사

초음파는 최소 한 달 이상, CT나 MRI는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혈액검사는 family doctor나 walk-in의 의사가 검사 신청서를 써주면, 그걸 가지고 검사소나 종합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는다. 

결과는 검사 신청서를 써 준 의사에게 통보되어 다시 이 의사를 만나는 약속을 잡고 만나거나 전화로 결과를 듣는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서 혈액 검사소에 가는 것조차도 예약을 하고 가야 하고 결과 확인도 더 느려졌다.     


치과

스케일링의 경우 350불 정도의 비용이 나오는데, 나의 경우 직장 의료보험 (한 달에 약 150불)으로 커버된다. 

스케일링 때 치위생사가 한 명만 배치되어, 내가 기구를 손에 들고 있다가 직접 입안의 액체를 흡입한다. 

충치 치료 300-500불 선이고, 보험으로 커버되지 않으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안과 

보험이 없는 성인의 경우 시력검사에 100불 안팎을 내야 한다. 

안경도 한국보다 훨씬 비싸서 안경 알만 200 여불, 테도 쓸만한 건 100 여불 또는 그 이상, 주문하고 받는데 2주 정도 소요된다. 


한국에선 동네 안과에서도 하는 백내장 수술을 1년을 대기해서 종합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고, 현재는 응급수술로 분류되지 않아 대기 시간이 더 길어졌다. 


우리의 경우, 큰아이가 망박 박리로 수술을 받았다. 진찰과 수술 모두 무료였고, 한국에서는 일주일 정도 입원하던 수술인데, 여기서는 수술 후 바로 퇴원, 그리고 다음날,  3일 후, 한 달 후 이런 식으로 최소한의 진료만 허락되었다.    


약값

약값은 사보험, 직장 의료보험이 없다면 100프로 내야 한다. 이런 보험 없이는 안약 하나에 30여불한다. 보험이 있을 땐 5-10달러 정도 냈었다. 한 번은 보험이 있어도 연고 하나에 30불 정도를 낼 정도로 캐나다 약값은 비싸다.

최소한의 약만 주고, 비싼 관계로 한국 교민들끼리는 한국에서 가져온 약들을 서로 팔거나 교환해서 약을 구하기도 한다. 


이밖에

피부과는 전문의를 통해서, 산부인과는 종합병원에만 있고, 뼈에 이상이 생겼다면, 응급실로 가거나 가정의학과 의사를 통해서 소견서를 들고 X-Ray를 찍는 곳으로 가야 한다.     


장점

단순한 감기에서 암치 료까 지도 무료다. 간병인제도 없이 간호사가 간병한다. 

과잉진료나 과잉검사는 결국 국가 재정을 낭비하는 일이므로, 절대 있을 수 없다. 

웬만하면 약을 처방하지 않고, 꼭 먹야할 약만 처방하니 약물 오남용이 없다. 

오랜 대기시간으로 의도치 않은 자가 치유를 경험할 수도 있다.   


단점

내가 아플 때 원하는 의료를 빨리 받을 수 없다는 점은 심리적으로 상당한 불안을 초래하며, 실제로 병이 악화되거나 장애를 얻기도 한다. 

의사를 만나고 검사를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엄청 길어서 아예 의료시스템 이용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사기업이 운영하는 병원 시스템에서 고가의 비용을 들이거나, 해외 원정 치료를 가기도 한다. 

실제로 아무 연고도 없는 한국에 가서 현금으로 치료받고도 빠른 치료로 만족한 캐나다인의 예가 있다. 

실력이나 야심 있는 의료진들은 더 좋은 수입과 환경을 찾아 다른 나라(주로 미국)로 간다. 

경쟁이 없다는 것은 자칫 수준의 평준화 내지는 하향을 초래할 수 있다. 

꼭 필요한 검사기계만 있고, 있는 것도 굉장히 낡아 보인다. 

우리나라와 같은 예방차원에서의 선별검사가 없다. 내가 요구해도 해당하는 나이가 아니라면 거절당한다.         


무상의료 시스템이

언뜻 듣기엔 이상적인 듯하나 응급이나 말기 환자가 아닌 경우, 이용이 불편하거나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    

캐나다인들도 반 자조적인 농담으로 여기서는 아프면, 의사 기다리다가 죽거나 기다리다 낫는다고 한다.    


코로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전쟁이다. 

이번 일로 경제적인 타격을 입은 국민들에게 일인당 월 2 천불씩 정부지원금을 주면서도, 정작 아픈 사람들은 병원 가기가 더 힘들어진 지금 상황은 아이러니한다. 


이번 사태로 의료인력과 응급상황 대처능력 부족이 증명되었으니, 제발 의사 수도 늘리고 사설 의료시스템의 허용 확대로, 한국처럼 본인이 의료비를 일부 지출하더라도 좀 더 빠르고 정확한 진료를 받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19) 기러기 아빠 날아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