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1년 2개월 정도 퍼피워킹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퍼피워킹은 선별된 안내견 후보견을 일반인의 집에 익숙해지도록
가정집에서 사회화를 돕는 일입니다. 신청 경쟁률이 높은데 지금은 5대 1이라고 합니다.
아주 어린 강아지 때 집에 데려옵니다. 그야말로 천방지축입니다. 물건 다 물어서 찢고 구멍 내고 대소변 아무 데나 보고 물기도 합니다. 어릴 때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모든 게 용서가 됩니다.
퍼피워킹에 선정되고 나서, 1년 뒤에 갈 녀석이라 사무적으로 대했습니다. 제가 유독 엄하게 교육했습니다. 설렘 이가 사람을 알아보는지 제 말은 그다지 안 듣긴 했습니다.
설렘이 돌려주러 가던 날 그래도 정이 들었는지 아쉬웠습니다. 퇴근하면 가장 먼저 현관에서 기다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반갑게 아침 인사하던 설렘이었습니다. 집에 많은 웃음을 줬습니다.
설렘이는 참 감정에 충실했습니다. 사료 주면 좋아하고 산책 나가기 싫으면 도망가고, 아무리 혼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다시 말성 피웁니다. 마음에 담아두는 감정이 없습니다. 그냥 다 표현합니다.
얼마 전 안내견 1차 시험에 통과했다는 기쁜 소식도 잠시 2차 시험에서 탈락했습니다. 안내견이 될 수 없었습니다. 안사람이 섭섭해했습니다. 그동안 드린 고생이 물거품이 돼서 많이 아쉬워하면서 신이 났습니다. 혹시 데려다 키울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죠.
저는 반대했습니다. 안사람이 살렘이 산책시키느라 발에 근육통도 생기고 애들이 크면서 집안일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물론 저의 귀찮니즘도 한몫했습니다. 설렘이 똥 그만 치우고 싶었습니다.
아쉽지만 설렘이를 보내주기로 하고 입양되기 전에 한번 보러 가기로 했는데, 글세 우리 주변 사람이 입양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종을 키웠던 처형이 키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면접을 보고 한 시간 정도 교육을 받고 왔습니다.
설렘이가 왔습니다. 집 거실에 있습니다. 아직 퍼피워킹 중인 거 같습니다. 오늘 처형 집으로 가지만 이제 우리 주변에 있고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설렘아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