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은사
근래, 참으로 오랜만에 학부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마무리하던 밤, 저는 한 사람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제게 처음이자 마지막 성적장학금을 안겨 주셨던 분, 바로 김철규 교수님이었습니다.
2018년, 저는 김철규 교수님 수업을 들으며 제 인생 첫 성적장학금인 ‘진리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사회학을 심화 전공하면서도 장학금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터라, 그 소식을 들었을 때의 놀라움과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교수님 수업의 연장선으로, 중국 난징과 푸단대학교 연수에 참여해 발표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한 발표였지만, 그 자리는 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저는 처음으로 “내 의견이 이렇게까지 경청받을 수 있구나”라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시기에 받은 ‘진리장학금’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너의 공부를 인정한다”는 교수님의 조용한 응원이었습니다. 부족한 저를 믿고 뽑아 주셨다는 생각에, 그 순간만큼은 스스로를 조금은 자랑스러워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졸업 후의 제 삶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회사 세 곳, 병원 다섯 곳, 그리고 긴 영어 강사 생활을 거치며, 그때그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어떤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염증성 질환을 얻게 되었고, 입·퇴원을 반복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은 정리해서 카카오 브런치 스토리에 남겨 두었습니다. (관련 글: 인문학의 본질)
몸이 아프고 마음이 지치면서, 저는 다시금 “내가 정말로 공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는 늘 사회학이, 그리고 대학 시절의 스승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저는 다음 학기에 김진영 교수님과 함께 공부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상담을 통해, 제 입학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 바로 장학금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함께 듣게 되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에 있어, 장학금의 유무는 제게 꽤 큰 변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로지 돈을 위해 장학금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공부의 길로 들어서려면, 최소한의 기반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이 있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저는 용기를 내어 김철규 교수님께 메일을 드렸습니다.
메일 안에는
제가 OO학번 제자라는 소개,
20OO년 교수님 수업을 듣고 ‘진리장학금’을 받았던 기억,
중국 난징과 푸단대학교 연수에서 발표했던 이야기,
졸업 이후 회사를 거치고 병원과 학원에서 일해 온 시간들,
그리고 최근 다녔던 회사에서의 경험, 브런치 스토리에 정리해 둔 글까지
제가 걸어온 길을 간단히 정리해 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한 가지를 여쭈어 보았습니다.
“혹시 제가 장학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을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교수님께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았기에, 여러 번 문장을 고쳤습니다. 최대한 예의를 갖추면서도, 제 형편과 진심을 숨기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메일의 끝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부족한 제자의 사정을 읽어 주시기만 해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메일을 보내고 나서야, 저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제가 김철규 교수님께 여쭌 것은 ‘장학금 여부’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요.
어쩌면 저는,
한때 제 가능성을 믿어 주셨던 분께
다시 한번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고백하고,
괜찮다고, 다시 시작해도 된다고 말해 주는 누군가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스승이란, 제자에게 그런 존재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인생의 방향이 흔들릴 때마다
문득 떠올리게 되는 이름.
이번 글은, 그분께 메일을 보내기까지의 과정을 찬찬히 되짚으며,
다시 공부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한 제자의 작은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