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인왕산. 오랜만에 시간을 거스르고 정상에 앉아 서울을 내려 봅니다. 불빛이 평소보다 적은 것이, 겨울이 깊어갈수록 이 도시도 서서히 결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지나가는 한 해를 돌이켜보면 바이러스의 유행과 그로 인한 경기 침체를 견디는 것의 연속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어려운 시기인 것은 맞으나, 겨울이 지나고 도약할 날이 올 때까지 잠시 웅크려 발톱을 거두는 계절 이리라. 분명 그렇게 믿습니다. 우백호의 화강암 목덜미에서 바라본 것은 줄어든 불빛이 아니라 우리에게 남아있는 불씨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