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은 사람들, 보기 참 어려워졌네요."
오늘 막 촬영이 끝난 후배의 한 마디였는데, 지난 여덟 계절을 돌아보면 어김없이 맞는 말이었다. 제주서 이사 온 친구의 아이에게 '서울 친구'라고 하면 손에 꼽는 수준이었고 나의 동생은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었으며 친구의 결혼식을 갔던 날엔 넓은 홀에서 모두가 띄엄띄엄 앉아 식사를 했다. 문을 닫는 가게들이 속출했으며, 주말이면 서울 인구 삼분의 일이 배달 서비스 라이더가 된 것만 같았다. 국가 간 여행이 금지되고 밤이면 집으로 가야 했다.
영화 연출과 시절에 썼던 시나리오라고 치면 너무나 비현실스러운 설정에 전문용어로 '빠꾸'를 먹을 만한 스토리였다. 하지만 이젠 그 설정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고 삶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죽 가버리면 정말로 교복이란 단어가 삐삐와 맞닿게 되는 것 아닐까. 정말로 교복 입은 사람을 본 게 언제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올해는 못 본 것만 같다.
무의식 중에 '하복'이란 말을 오랜만에 되뇌었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