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편 2

대천항에서

by 조 용범

참 오랜만에 마주한 낙엽색의 스산한 바닷가였는데 곧 겨울이 오기 전이었다. 저녁이면 세상의 모든 곳이 잠깐 회색이 되었다가 밤이 되는 날의 반복이었고, 그날도 다섯 시 즈음부터 그러하였다. 남국에서부터 실려온 짭짤한 바람을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다 보면, 비로소 간단한 길거리용 음식을 파는 노인의 가게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안엔 세 가족이 태양을 바라보며 단란하게 서 있다.

그리곤 포장마차로부터 걸어와 문득 천 원짜리를 내미는 꼬마 여자아이가 있다.

"저.. 잔돈이 떨어졌다고 해서 그런데, 오백 원짜리 두 개 있어요?"

그렇게 따끈한 어묵을 하나 먹고, 지는 석양따라 퇴근하려는 어린 천사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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