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털을 잡아라_무림고수 K
새가슴 또는 유리 멘털, 요즘 시쳇말로는 순두부 멘털로 불리는, 내기만 했다 하면 남들 ‘도시락’ 신세가 되고 마는 가여운 우리 주말골퍼들을 위한 글이다. 음, 나도 종종 부침두부쯤 강도의 멘털이 되어서 탈탈 털리는 경험을 해봤으므로, 이 글은 나를 위해 쓰는 것이기도 하겠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는 구도와 종교적 깨달음을 서사로 한다. 성직자의 아들 싯다르타는 출가해서 탁발승으로 해탈에 이르는 고독한 길에 나선다. 불교의 창시자 고타마를 만나지만 ‘모든 이들은 각자의 깨달음을 통해서만 절대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뿐이었다. 방황과 고독에 시달리던 싯다르타는 속세에 발을 들여서 아름다운 기녀 카밀라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처음 만난 카밀라가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싯다르타가 답한다. “나는 사색할 줄 아오. 나는 기다릴 줄을 아오. 나는 단식할 줄을 아오.” 곧 명상, 인내, 욕망의 절제를 말한 것일 테다. 이 대목을 읽다가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이 세 가지야 말로 골프의 절대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 우리 주말골퍼들이 꼭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불세출의 골프 영웅들은 너나없이 멘털을 유독 강조했다. 잭 니클라우스는 “골프는 50%의 멘털, 40%의 셋업, 그리고 나머지 10%의 스윙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먼저 한 가지 밝혀둘 것은, 우리가 지금 여기서 골프 멘털의 중요성을 고찰하고 있지만, 멘털이라는 것은 셋업과 스윙 등 나머지 50%의 골프기술 기본이 잡힌 다음 단계의 이야기임을 절대 잊지 말기로 하자. 멘털로만 골프를 칠 수 있다면 지그문트 프로이트나 칼 구스타프 융 같은 타고난 심리학자들이 역사상 최고 골퍼가 됐어야 마땅하니까. J 같은 초심자는 멘털보다 스윙의 기본을 닦아야 할 때다.
여하튼 니클라우스는 골프 기술은 물론이거니와 극도의 압박감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메이저대회 최다인 18승 대기록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데, 그래서인지 누구보다도 골프가 멘털 스포츠임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톱클래스 투어프로들은 사실 골프 기술과 기량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골프에서 기술 이외의 요소라면 멘털 밖에 없다. 그래서 투어프로들이 대부분 전속 멘털 트레이너를 두고 있는 거다. 만약 30센티미터짜리 퍼팅 하나로 우승을 결정짓게 된다고 치자. 퍼팅 스트로크의 물리적 정확성이 중요할까, 아니면 집중력과 평정심을 유지하는 강한 멘털이 더 중요할까. 무게 추는 멘털 쪽으로 기울 것이다. 그 많은 스포츠 중에 멘털이 가장 경기력에 지배적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다.
샘 스니드는 “다양한 해저드 중 최악의 해저드는 두려움”, 진 사라센은 “좋은 골퍼는 볼을 치는 동안 좋은 일만 생각하고 서툰 골퍼는 나쁜 일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주말골퍼들은 첫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가면 OB가 나거나 토핑으로 10미터쯤이나 떼굴떼굴 굴러가 창피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떤다. 워터 포비아를 앓는 이는 왜 또 그리 많은가. 예를 들어 드라이브 샷을 30미터만 치면 워터 해저드를 넘길 수 있는데, 꼭 골프공을 물속에 넣고야 마는 골퍼들이 있다. 이제는 접시물도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작가 마크 트웨인은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 맞서고 저항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두려움에 맞설 용기가 가장 필요한 스포츠 역시 골프다. 그래서 게리 플레이어는 “강한 정신력 유무가 승자와 패자를 가름한다”고 강조했다. 대범하게 치면 첫 홀 티 샷도, 워터 해저드를 넘기는 샷도 훨씬 좋아질 게 분명하다.
톰 왓슨은 “생각이 많아지면 실수가 찾아온다”, 바비 존스는 “가장 좋은 스윙은 생각이 적을 때 할 수 있다”, 아치 호비네시안은 “골프가 어려운 것은 정지한 볼을 앞에다 두고 어떻게 칠 것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많은데 있다”라고 말했다.
자, 동반자들끼리 내기가 세게 걸렸는데 내기 금액이 두 배인 배판이 됐고, 하필 페어웨이가 좁은데 거리가 긴 홀이 나왔다고 치자. 티 샷을 앞두고 오만가지 생각이 날 것이다. ‘아이언 티 샷을 할까? 죽지만 않으면 최소한 보기는 할 거 같은데’, ‘아니야, 동반자들이 순두부 멘털이라고 비웃을 거야’, ‘그래도 뭐, 돈 잃는 거보다는 낫잖아’ 같은. 골프를 치면서 우리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상념은 스윙 템포와 리듬을 깨뜨린다. ‘절대 왼쪽으로 미스하면 안 되는데……’ 생각하면 공을 오른쪽으로 치려는 무의식이 작동해 이른바 깎아 치는 스윙이 될 공산이 크다. 생각은 몸을 굳게 만들고 결국 스윙 메커니즘을 망가뜨린다.
팀 페리스는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각 분야 구루들 대다수가 아침 명상을 즐긴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저마다 까닭 모를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그럴수록 내 마음 심연의 또 다른 자아와의 대화가 필요하다. 외부의 불안을 떨쳐낼 힘은 곧 나 자신한테서 찾을 수밖에 없다. 머라이어 캐리가 ‘히어로’에서 “결국 영웅은 내 안에 있다”고 노래한 것처럼. 타이거 우즈와 잭 니클라우스는 자신 안의 또 다른 강력한 자신을 찾음으로써 골프 역사상 가장 훌륭한 영웅이 됐다. 레프 톨스토이는 “모든 전사 중 가장 강한 전사는 이 두 가지, 시간과 인내”라고 말했다. 불안과 공포는 조바심을 부른다. 우리에게는 대범하게 참고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가장 적은 욕심을 가졌으므로 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다”라고 했다. 명상, 인내, 절제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덕목임에 틀림없다.
주말골퍼들이여! OB 좀 내면 어떤가, 또 설령 내기에서 좀 지면 어떤가. 마음 맞는 사람들과 녹색 잔디 위를 걷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힐링했다면, 돈 몇 푼 잃었다고 소인배처럼 가슴 아파하지는 말자. 음, 아프긴 아프다. 아프니까 주말골퍼다. 아, 그러고 보니 싯다르타가 말한 단식은 골프 못 치면 남들이 스킨스(홀마다 걸린 돈) 먹을 때 굶을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설파한 것이기도 하겠다.
To. 친애하는 독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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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무림고수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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