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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이 Nov 19. 2020

7-03. 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을 받은 이유

원자 모형의 진화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실험은 16년 후 비록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안겨 주었지만, 그때까지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에겐 빛이 입자라는 생각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다. 그들의 경직된 마음에 다시 한 번 결정적 한방을 준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아서 콤프턴의 실험이었다. 콤프턴은 빛과 전자를 충돌시켰다. 그랬더니 빛의 진동수가 변화했다. 이건 빛이 파동이라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왜냐하면 파동은 물체에 부딪히면 회절을 할 뿐 진동수(또는 파장)이 변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반면 빛을 입자라고 생각하면 콤프턴의 실험 설명된다. 입자끼리 부딪히면 당연히 두 입자의 운동량은 변한다. 전자가 입자이므로 빛도 입자라고 가정하면 빛의 진동수가 변한 것을 에너지(=운동량)의 변화로 이해하면 된다. 콤프턴이 그 변화량을 계산한 결과 운동량 보존 법칙이 성립함을 밝혔다. 그때부터 물리학자들은 빛이 입자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빛의 정체에 대해선 혼란스러워하는 하는 반면, 물질이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은 과학계에 상식으로 정착되었다(물질이 원자로 구성됐다는 생각이 완전히 굳혀진 건, 당시 기준으로 백 년 정도 밖에 안 됐다). 하지만 원자 자체의 구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질량이 원자의 몇 천 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전자의 존재는 조지프 톰슨에 의해 밝혀진 상태였고 그 전자가 원자의 구성 성분 중 하나라는 것 또한 알려진 사실이었다.


원자가 물질의 최소단위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러니 과학자들은 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밝혀내야 할 과제를 새롭게 떠안았다. 조지프 톰슨은 전자가 음전하를 띠는 한편 원자 자체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므로 원자의 본체는 양전하를 띠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므로 양전하를 띠는 원자의 몸체에 음전하를 지닌 전자가 산발적으로 분포하는 형태로서의 원자를 구상했다. 마치 머핀에 초코알갱이가 여기저기 콕콕 박혀있는 형태와 흡사했다. 전자와 원자 몸체는 전기적으로 반대이니 전자기적 인력으로 서로 붙어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이내 어니스트 러더퍼드에 의해 무너졌다. 러더퍼드는 아주 아주 얇게 편 금박에 알파선을 쏘는 실험을 시행했다. 실험하기 전 예상은 알파선이 금박을 뚫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혹은 알파선이 휘더라도 아주 미세한 각도로 휘어야 옳았다. 왜냐하면 알파선은 양전하를 띠고 질량이 전자의 만 배는 족히 넘기 때문이다. 톰슨 모형이 맞는다면 금박 원자의 양전하는 원자의 본체에 넓게 퍼져 있으므로 양전하끼리의 전자기력은 매우 약할 것이고, 알파선에 비해 질량이 만 배 이상 가벼운 전자와도 큰 상호작용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실험 결과에는 의외의 반응이 포함됐다. 만 번 중에 1번 정도 꼴로 금박을 맞은 알파선이 거의 180° 가까이 튕겨져 나가는 것이었다. 이 현상은 적어도 톰슨 모형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러더퍼드는 수 만 번의 알파선 발사 시행과 그에 따른 반사각을 일일이 다 계산해서 새로운 원자 모형을 제시했다. 그것이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태양계 모형이다. 양전하를 띠는 원자핵이 태양처럼 원자의 중심에 위치하고 그 주위를 행성들처럼 전자가 공전하는 형태다.


하지만 이 모형은 만들어지자마자 반박의 위기에 처할 것임을 당시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전자가 가속운동할 경우 반드시 전자기파를 방출하여 스스로의 에너지를 잃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는 1/100만 초 이내에 원자핵으로 고꾸라져(원자핵은 +전하이고 전자는 –전하이므로 전자기적 인력에 의해 질량이 가벼운 전자가 원자핵으로 추락한다) 원자의 형태가 파괴되고 만다. 이것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잘못된 예측이다.


닐스 보어는 막스 플랑크의 이론대로 에너지가 불연속적인 입자라면, 물체의 운동량 또한 불연속적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전자 회전 운동량의 최소 단위로 플랑크 상수를 적용했다(이것이 물리학계에 플랑크 상수가 나타난 세 번째 사건이다). 그렇게 되면 전자는 특정 궤도들로만 운동할 수 있고, 존재 가능한 최소 궤도가 존재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런 말이다. 에너지를 1개 가진 전자가 원자핵과 가장 가까운 궤도를 돌 것이고, 에너지를 1개씩 더 가질수록 전자는 원자핵으로부터 멀어지며, 그 멀어지는 거리는 일정하다. 전자가 에너지를 가질수록 원자핵에서 멀어지는 이유는, 에너지를 가질수록 운동량이 커지므로 원자핵과의 인력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어의 생각이 옳다면, 전자가 원자핵으로 추락해서 붕괴하는 현상은 불가능해진다.


보어는 거기서 더 나아가, 전자가 각 궤도로 이동함에 따라 방출/흡수하는 전자기파의 에너지를 계산했다. 그 에너지를 플랑크 상수로 나누면 전자기파의 진동수가 도출된다. 그때까지 과학자들의 뇌를 괴롭히던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각 원소들은 반드시 특정한 진동수의 전자기파만을 방출한다는 것이었다. 그 현상은 보편적으로 관찰되는데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보어의 계산을 적용해보니, 수소 원자의 전자가 궤도 이동을 하면서 방출할 수 있는 전자기파의 진동수가 정해졌음이 밝혀졌다. 수소 원자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의 특정 진동수는 보어의 계산과 일치했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원소들은 일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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