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위에서

아웃라이어와 회귀분석

by 이태이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한창 상승 중인 차트를 보고 있으면, 얘가 언제 고꾸라질까 두려워 들어가기 꺼려진다. 마찬가지로 한창 하락 중인 차트를 보고 있어도, 이 녀석의 사전에 '상승'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을까, 이대로 지하 2층 3층 곤두박질 치는 거 아닐까, 싶어서 또 진입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횡보하는 종목은? 역시 어렵다. 언제까지 횡보할지, 그 횡보의 끝이 하락일지 상승일지 쉬이 점칠 수 없는 노릇. 결과적으로 상승하는 차트도, 하락하는 차트도, 횡보하는 차트도, 모두 저마다의 이유와 두려움으로 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이평선이 정배열일 때 진입하라고들 말한다. 이평선이 정배열이라는 건 캔들이 한창 상승 중이라는 말이다. 반대로 역배열일 때는 매수를 주의하라고 이른다. 이평선이 완벽한 역배열일 때는 이미 한창 하락 중일 때다. 저 가르침의 의미는, 상승하는 종목이 더 상승할 확률이 높고, 하락하는 종목은 계속 하락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분명 머리로는 아주 잘 알고 있지만, 감정은 지식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게 여기서 더 오른다고? 여기까지 떨어진 종목이 과연 다시 살아서 부활한다고? 이런 양가적이고 부정적인 마음이 먼저 알람을 울리고 만다.


기술적 분석 중에는 이격도라는 개념도 있다. 이격도는 주가와 이평선 간의 거리를 뜻하는데, 이격도가 너무 벌어지면 주가는 다시 이평선 가까이 되돌아간다는 발상이다. 주가는 단기적으로는 단기 이평선을 중심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장기적으로는 장기 이평선을 기준으로 오르내린다. 통계학에도 기본적으로 회귀분석이라는 개념이 있다. 회귀분석의 기본 원리 또한 동일하다. 평균으로부터 끝없이 멀어지는 데이터 값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결국 평균을 향해 회귀한다.


부모가 자식을 낳았는데 자식 키가 190cm라고 가정하자. 그 자녀가 커서 자식을 낳으면 190cm가 넘는 자식을 낳을까? 보통은 그 자식의 키가 그보다는 작을 것이라 예측한다. 이렇듯 일상에서의 데이터도 끝없이 발산하는 일은 드물고 평균을 기준으로 오르락 내리락 한다.


역사학에서도 위와 같이 상반된 2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진보사관이고 다른 하나는 순환사관이다. 진보사관이란, 역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우상향한다는 관점이다. 세상은 어떻게든 늘 발전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일시적이고 미시적으로는 퇴보한다고 느껴지는 때도 있겠지만 결국은 발전하게 된다고 본다. 확실히 현대 사회는 과거 사회보다 물질적/경제적으로는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지금의 우리는 과거의 왕이나 귀족보다도 훨씬 더 호화롭고 윤택하게 살고 있다.


경제적 차원뿐이 아니다. 문화/예술 차원에서도 다양해졌고, 학문적으로도 저 정교해지고 복잡해졌다. 정치적으로도 신분제는 사라지고 인권, 기본권 개념이 정착했다. 성평등도 현재진행 중이다. 간혹 환경적인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위생 차원에서 본다면 100년 전의 세계는 그야말로 시궁창이었다. 의학적으로도 각종 병을 치료하고 수술할 수 있게 되었고, 영양학적으로도 풍족해져 덕분에 기대수명은 3배 가량 높아졌다.


그에 반해 순환론자들은 위와 같은 논의는 표면적일 뿐 본질이 아니라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 울타리 안의 구성원들만 사랑하고, 울타리 바깥의 외부인들은 위험 분자로 간주하며 적대심을 표한다. 갈등과 전쟁은 여전하고 오히려 과학기술 덕분에 스케일이 더 화려하고 웅장해졌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학문적으로 발전하고 예술적 감수성이 깊어졌다 해도 인간들은 늘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그에 대한 반성 또한 되풀이된다. 어디든 다 사람 사는 세상 아니겠나. 모든 문명은 흥망성쇠를 거치며 그 루틴을 피해가지 못한다.


근래 한국증시에 실망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투자자라기보다는 재테크나 저축의 개념으로 주식을 했던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장기투자자이고, 따라서 그들은 넣어두면 꾸준히 우상향 하는 종목을 찾는다. 하지만 끊임없이 우상향하는 종목은 없다. 지수 또한 끊임없이 우상향하지는 않는다.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다.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고, 설렘이 있으면 공포가 있다. 지수를 보면 한국증시는 오랫동안 횡보 구간에 갇혀 있다. 그 속에서 개별적인 종목들은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물론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중이 되어서 넓게 보면 결국 지금 이 순간도 우상향하는 과정의 일부였던 거라고 말이다. 어쩌면 정말 큰 상승세 안에서의 작은 파도일 뿐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의 관점에 의하면, 단기투자자들은 월척이 오고 있는데도 해변가에서 조개나 주우며 횡재했다고 기뻐하는 바보들일 수도 있다. 혹은 반대로 저 멀리 해일이 오는데 해변가에서 한가로이 조개나 주우며 우쭐대는 나르시시스트일지도 모를 일이다.


Q. 될놈될. 상승하는 차트는 계속 상승한다. vs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상승하는 차트는 조만간 하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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