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이론의 꿈과 만날 수 없는 세계
과학, 특히 물리학의 최종 꿈은 통합 이론을 정립하는 것이다. 우주의 탄생과 별의 탄생부터 원자의 특성과 구조, 나아가 생명체의 작동 원리까지, 한 큐에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거대 이론을 완성하는 것이 과학의 목표이다.
어느 정도 진척은 되고 있다. 일단 세상은 기본 입자와 그것들 사이의 힘, 그에 따른 운동으로 설명 가능하다. 분야별로 유체역학, 동체역학, 열역학, 무기화학, 유기화학 등으로 나뉘지만, 그것을 꿰뚫는 근본적인 세계관은 동일하다. 가령, 열역학에서 말하는 열이나 에너지란, 실은 입자들의 운동량에 다름 아니다. 온도라는 것이 실은 속도와 같은 운동량이라는 뜻이다. 질량, 에너지, 힘, 운동량은 서로 다른 독립적인 변수가 아니라 실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통약 가능한 변수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물리학은 여전히 거대한 벽에 부닥쳐 주춤거리고 있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갭을 메우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다. 우주에는 근본적으로 4가지 힘이 있는데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이 그것들이다. 상대성이론은 중력에 대한 이론이다. 양자역학은 나머지 세 힘에 대한 이론이다.
상대성이론으로는 전자기력, 강력, 약력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양자역학으로는 중력을 파악하기 힘들다. 그 말인즉, 상대성이론은 미시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강력과 약력은 미시세계에서만 발휘되기 때문이다. 미시세계란 원자 크기 이하의 세계를 말한다. 그래서 블랙홀의 한가운데나, 빅뱅 초기의 특이점 등에서는 상대성이론 방정식을 쓸 수 없다. 그랬다간 결과값이 무한대가 나와버린다.
반대로 양자역학은 거시세계에서 부정확하다. 양자역학의 수식으로는 행성의 공전궤도라든가 근일점 이동, 효율적인 로켓 궤도 등을 계산하기 까다로우며 그 오차는 고전역학이나 상대성이론보다 훨씬 더 크다. 양자역학에서는 플랑크 상수를 전제하기 때문에 입자나 에너지를 비롯해 시공간까지 모든 물리적 변수를 불연속적인 디지털값으로 이해한다.
상대성이론은 거시세계를 다루는 아날로그적인 세계관이고, 양자역학은 미시세계를 취급하는 디지털적인 세계관이다. 언젠가는 두 이론이 하나가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근래 1~2년 사이에 내 주변인들은 대부분 미국 증시로 넘어갔다. 한국 증시에 남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그렇게 넘어간 대다수의 사람들은 중장기 투자 포지션을 취한다. 단기 투자를 하는 이들은 진즉에 암호화폐 시장으로 떠났다.
미국 증시로 넘어간 이들은 거시적인 분석에 능통하다. 세계 경제의 전체적인 사이클을 기본으로 국제 정세라든가 섹터별 추세를 늘 주시한다. 물리학으로 치면 상대성이론에 비견한 만하다. 반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이들의 특기는 단타이다. 스캘핑이나 데이트레이딩을 하는 그들은 확률 싸움에 강하고 순간적인 상황 판단이 빠르다. 지금 당장 거대 자금이 어디에 쏠리는지 언제 빠질지 등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물리학에 기대자면 양자역학과 흡사하다.
흥미로운 건 그 둘의 세계관은 합쳐질 수 없다는 점이다. 거시적 분석으로 중장기 투자를 하는 투자자와 미시적 분석을 통해 단타를 하는 트레이더는 결코 화해할 수 없다. 그 말인즉, 거시적 분석과 미시적 분석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단일한 투자법은 도출될 수 없다는 뜻이다.
거시적 분석의 몇몇 부분과 미시적 분석의 면면을 두루 참고해서 투자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엄밀히 말하면 아전인수식 활용에 불과하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다양한 투자법에서 내게 필요한 부분들을 도구처럼 두루 다룰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다만 양측을 전부 아우르는 정합적이고 일관된 투자 방법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알고 보면 이 세상은 수많은 세상으로 이뤄져 있거든. 내가 사는 세상과 니코 엄마가 사는 세상은 많이 달라." 분명 같은 세상에 사는데도 닿을 수 없는 세상이 무수히 많다. 1억 명의 투자자가 있으면 1억 개의 투자법이 있다. 어떤 투자법은 나의 것과 겹치거나 닿아 있지만, 다른 투자법들은 결코 나의 투자법과 공존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그런 세상을 들여다볼 수는 있지만 무리하게 내 세상과 조우하게 할 필요는 없다.
Q. 고수라면 서로 다른 투자법도 하나로 꿰뚫을 수 있어야 한다. vs 모순되는 여러 투자법을 무리하게 포섭하려다 억지 논리를 펼치게 될 수도 있다. 고수라면 자신의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