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놈만 팬다

무죄 추정의 원칙과 통계적 오류

by 이태이

근대국가의 사법 체계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실제 재판에서 저 명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어쨌든 국가의 법적 정신은 그러하다. 저 원칙이 의미하는 바는,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유죄로 잘못 판결되어 억울하게 처벌 받는 사태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당연히 판결에서의 죄 유무와 실제 죄 유무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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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무죄 추정의 원칙'의 의도는 X2의 사례를 최소화하자는 목적이다. 실제로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유죄라고 잘못 판결 내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착오만큼은 없어야 한다는 의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X2를 낮추면 그만큼 X1의 비율은 커진다. 애먼 녀석이 걸러지지 못하도록 거름망의 구멍 크기를 키우면 걸러야 할 녀석 또한 빠져나가듯 말이다.


이는 통계학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개념이다. X1을 1종 오류, X2를 2종 오류라 부른다. 1종 오류는 귀무가설이 참임에도 그를 기각하는 오류이다. 반면 2종 오류는 귀무가설이 거짓임에도 그것을 기각하지 않는 오류를 일컫는다. 모든 세팅이 똑같다면, 1종 오류와 2종 오류를 한꺼번에 줄이는 마법이나 기적 따위는 있을 수 없다. 한쪽을 줄이면 반드시 한쪽은 늘어나게 되어 있다. 수학적으로 그러하다. 따라서 실험설계자는 1종 오류와 2종 오류가 발생할 확률을 적절하게 황금 비율로 조정할 줄 알아야 한다.


차트를 처음 제대로 공부할 때는 엄청나게 많은 종목들이 때깔 좋아 보인다. 솔직히 지금도 좋아 보이는 종목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그나마 처음에 비해서는 '좋아 보이는' 차트의 수가 상당히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일 다수의 차트 사이에서 선택을 갈팡질팡한다. 물론 내가 고민했던 다수의 차트들은 당장은 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실에서 처참한 피드백을 매일 확인하건만 매수의 시간이 오면 어김없이 수많은 차트들 사이에서 머리를 움켜잡으며 고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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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할 때마다 고뇌에 빠지는 이유는 바로 X1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얘는 안 오를 거 같은데, 하고 2군으로 빼놓은 애들이 다음 날 오르는 걸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린 기분이 이런 걸까. 움켜잡은 파랑새를 놓치면 이런 낭패감이 들까. 그럴 때마다, 오를 종목은 절대 놓치지 않겠어! 하는 각오와 결단이 불타오른다.


당연하게도 X1을 줄이려 노력하면 할수록 X2는 커진다. 오를 것 같은 종목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집념은, 오르지 않을 종목조차도 오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게 만든다. 마치, 범인을 한 명도 내 손으로 놓치지 않겠다는 정의에 불타는 형사가 애먼 시민을 범인으로 몰고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므로 초보투자자일수록 명심해야 하는 원칙이 바로 '무죄 추정의 원칙'이다. 투자자라면 X1을 줄이는 것보다 X2를 줄이는 것이 근본 과제이다. 상승하지 않을/하락할 종목을 상승할 것이라 오판하여 매수하는 실수야말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생각해 보면 너무 간단한 산수 아닌가. 오르지 않을 종목을 오를 거라 판단하여 매수하는 오류(X2)와 오를 종목을 오르지 않을 거라 추론하여 매수하지 않는 오류(X1) 중 치명적인 잘못은 단연코 전자이다. 전자는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에 반복되면 시드 자체가 줄어들고 결국엔 쪽박 차고 시장에서 퇴출되고 만다. 반면 X1의 실수를 반복해봤자 이익도 손실도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시드를 고스란히 지킬 수 있다. 적어도 낙오자가 될 우려는 없다.


주식 투자의 가장 기본은 지속가능성이다. 지금의 방식으로 앞으로도 계속 주식투자를 할 수 있을까. 그 답에 조금이라도 망설임이 깃든다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다면 분명 나는 지금 위험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이다. 운에 매달려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그랬다가는 손실은 피할 수 있겠지만 이익은 볼 수 없지 않냐고. 주식 투자의 목적 자체가 수익을 보기 위함인데 손실을 피하려다 이익마저 놓치면 어떡하냐고 말이다. 이것도 잘 생각해야 한다. 만약 내일 실제로 상승할 종목이 10개라고 가정하자. 물론 최고는 딱 저 10개를 가릴 줄 아는 능력이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신의 눈을 가진 투자자는 없다. 이때 저 10개 중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고 과욕을 부리면, 매수 후보군에는 오르지 않을 종목 수십 개가 포함된다.


그런데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한 번에 10개를 다 매수하지 않는다. 아무리 분산 투자를 원칙으로 한다고 해도 데이트레이더가 한 번에 10개를 매수하는 건 비상식적이다. 분산 투자를 고려하더라도 최대 3-4개, 평균적으로는 두 종목 내외가 적당하다. 그렇다면 어차피 모든 종목을 전부 매수하지 않을 거라면 굳이 다 찾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것이야말로 강박 아닐까.


그러므로 내일 오를 종목이 10개라 하더라도 나는 그 중에서 확실히 3개만 가려낼 수 있다면 충분하다. 나머지 7개를 놓치더라도 빡세게 촘촘하게 필터링해서 3개만 가려내어 그것만 매수할 수 있다면 감지덕지 아닌가. 대신 오르지 않을 종목을 오를지도 모른다는 어설픈 추론은 금물이다.


따라서 투자자라면 X2라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X1의 확률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투자자의 배포라고 일러두면 어떨까.


Q. 성공 확률과 성공 수익을 키울 수 있다면, 다소 높은 리스크 따위는 감안할 수 있는 모험심이 필요하다. vs 성공 확률과 성공 수익이 줄더라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면, 그러한 안정지향적인 방향을 택하는 것이 오래 갈 수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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