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병에 걸린 청개구리

숨은 보물 찾기와 미인 선발대회

by 이태이

옷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집어든다. 마침 뒤에 있던 점원이 말한다. "어머~ 손님! 눈썰미 있으시다. 그 옷 요즘 제일 잘 나가요." 이때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역시 나야!" 하면서 구매욕이 뿜뿜대는가. 아니면 같은 옷을 입은 누군가를 공공장소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마주칠 상상에 치를 떨며 옷을 던지듯 걸어놓는가.


나는 완벽하게 후자인 사람이다. 홍.대.병. 10대 어느 시기부터 쭈욱 그래 왔다. 남들이 두루 좋아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뭔가 나만 아는 것, 나만 좋아하는 것을 찾으며 탐닉해 왔다. 아이돌 음악보다 인디 음악을 좋아하고, 웨이팅하는 식당은 안 가고, 철학책을 읽어도 한국에서는 아무도 안 읽는 라캉 따위를 읽는다.


남들이 다 가는 편한 길로 가는 게 싫다. 나만 아는 길을 찾든가, 길이 아닌 숲을 길로 만들고 싶다. 나는 이런 것도 안다구, 나는 이런 것도 할 줄 안다고, 너넨 모르지? 못하지? 하는 뒤틀린 인정 욕구가 가득하다.


그런데 나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주식 투자를 하기에 가장 최악이다. 많은 이들이 초보 시절에 흔히 저지르는 실수인데, 나 또한 나만 아는 종목을 발굴하겠다고 열을 올렸었다. 지금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국민주는 거들떠도 안 보지만, 투자 초기에는 훨씬 심했다. 흔히 말하는 소형주를 넘어 동전주나 잡주를 주로 매수하고 다녔다. 그러면서 남들이 삼전 운운할 때 나는, 무슨 드레스룸에 모셔 놓은 명품 리미티드 컬렉션 바라보는 기분으로 매수한 듣보잡 종목들을 보며 나의 탈지구적 안목에 자화자찬하곤 했다. 그러고 정말 나는 지구로부터 쫓겨날 뻔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주식은 관심을 받아야 가격이 올라간다. 관심을 받아야 매수세가 강해진다. 아무도 모르는 주식은 아무도 사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리 없다. 개미들이 꼬이지 않으면 세력들도 순전히 자신들만의 힘으로 급등을 실현시킬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력 또한 차트를 이용해 개미투자자들을 유혹한다.


개미를 매료시키는 세력의 플러팅을 봐도 나는 그 시그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건 페이크일 거야. 개미를 유혹해서 절망에 빠뜨리기 위한 악마의 속삭임이야. 속으면 안 돼. 그러다 다음 날 급등이라도 하면 배가 갈라질 듯 아프다.


반대로, 누가 봐도 하락 신호일 때는 매수할 때가 많다. 훗 이런 데에 속는 건 초짜들이지. 나 같은 중급들은 더 이상 이런 얕은 수에 속지 않아, 하면서 매수하고는, 다음 날 사형선고 받은 죄수마냥 절망한다. 급락이다. 쉽게 말하면 청개구리 심보이고, 좋게 포장하면 지나치게 수를 많이 계산하는 탓이다.


차트 분석에서도 명백한 시그널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쪽이 맞을 확률이 높다. 세력들은 개미들이 소폭의 수익을 가져가더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급등을 시켜야 목표로 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준다고 할 때 네! 하고 받아가는 고분고분함이 통할 때가 많다.


주식 투자는 숨은 보물 찾기가 아니라 미인 선발 대회이다. 경제학의 혁명적 아버지였던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주식 시장의 독특한 특성을 미인 선발 대회에 빗대 말한 적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미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을 뽑지 않고 남들이 두루 미인이라 생각할 참가자를 뽑는다고 말이다.


대통령 선거도 비슷한 메커니즘을 따른다. 내가 진짜 싫어하는 사람이 당선되는 것만큼은 피하기 위해, 이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뽑을 거야, 하는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덕분에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사실상 양당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걸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 좋다고 생각하는 비밀의 종목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남들도 모두 좋다고 판단하는 핵인싸 종목을 골라야 한다는 걸. 이왕 고를 거면 2등 3등주가 아니라 대장주를 택해야 한다는 걸. 그래야 그 종목을 사고 싶은 투자심리가 커지고 팔고 싶은 욕구는 줄어든다. 그때 가격이 오른다. 혹여나 세력의 야바위라 하더라도 역시 개미들의 각개전투 물량공세는 필요하기에 유혹적인 차트가 더 잘 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니 주식 투자할 때만큼은 적당히 남들처럼 생각하는 타협이 필요하다. 너무 꼬아서 생각하지 않는 올곧은 마음을 지킬 것.


Q. 남들이 뭐라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행복이다. 그러니 남들이 가지 않는 나만의 길을 찾는 데에 삶의 기쁨과 행복이 있다. vs 모두가 좋아하지 않는 것들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러니 괜한 오기 부리며 고생하지 말자.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하는 게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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