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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이 May 10. 2018

1-10. 종 간 교배가 불가능한 진짜 이유

 유전자도 몰랐던 진화론의 아버지

창조론자들의 셋째 의문은 이것이다. 본능도 자연선택의 대상인가. 다윈뿐 아니라 진화론자들의 답변 또한 예스다. 현대 진화생물학자 중 가장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의 의견을 들어보자. 그는 벌집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모든 벌이 동일한 형태와 재료의 벌집을 만들지 않는다. 벌은 종에 따라 각기 저마다의 재료로 전혀 다른 모양의 벌집을 만든다. 가령 호리병벌은 이름이 시사하듯 진흙으로 호리병 모양의 집을 만든다.


뿔가위벌은 작은 돌조각을 붙여서 단지 모양의 집을 짓는다. 재밌는 건 하나가 아닌 4개의 집을 만들어 입구를 모두 진흙으로 덮는다는 점이다. 완성된 집을 보면 주변의 암석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그래서 천적이 집 내부의 알과 애벌레를 전혀 발견할 수 없다. 말벌의 경우 신경계가 성장하면서 다리와 턱 근육이 특정한 방식으로 함께 발달한다. 그렇게 발달한 다리가 특정한 운동으로 진흙을 모으고 그것을 이어서 붙이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보는 말벌집의 형태가 된다. 그 모양은 신의 조화가 아니다. 똑같은 레고 조각을 동일한 각도와 방향으로 계속 이어붙이면 저절로 나오게 되는 구조적 결과물이라는 말이다.


다른 개미의 일개미를 노예로 부리고 사는 아마존 개미나, 거미줄을 치는 거미의 행태 또한 위와 같은 방식으로 설명 가능하다. 뻐꾸기의 양육 행태 또한 진화의 결과물이다. 뻐꾸기는 부모가 직접 기르지 않고 아예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낳는다. 그렇게 태어난 뻐꾸기 새끼는 그 둥지 주인이 (남의 자식인지도 모른 채) 키우게 된다.


그래서일까. 뻐꾸기는 보통 5개 정도의 알을 낳는데 5개 모두 색과 무늬가 다르다. 새의 종에 따라 알의 색과 무늬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둥지 주인이 자신이 낳은 알과 모습이 다른 알은 떨어뜨려 깨뜨릴 테니 말이다. 뻐꾸기 알의 겉보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5개 중 최소 1개의 알은 생존할 확률이 높다. 알을 몰래 낳은 어미 뻐꾸기는 나중에 자신이 낳은 알이 잘 지내나 순찰(?)하는데, 만약 알이 하나도 남지 않을 경우 그 둥지의 원래 알을 다 떨어뜨려 버린다. 해당 둥지의 어미새가 알을 구분하는 섬세한 시각을 가졌을 테니 뻐꾸기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어미새의 능력이 후세에 물려지는 것은 뻐꾸기의 번식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어미 뻐꾸기가 그 새의 알을 모두 죽임으로써 우수한 시각 능력이 유전되는 것을 (의도했든 아니든)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더 흥미로운 건 갓 태어난 새끼 뻐꾸기가 몸부림을 심하게 쳐 주변에 있는 둥지 주인의 알들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덕분에(!) 홀로 살아남은 새끼 뻐꾸기는 양부모(?)의 양육 하에 식량을 독점하며 건강하게 자란다. 뻐꾸기의 그와 같은 습성들은 당연히 사후적인 교육이 아닌 유전자에 새겨진 습성에 따른 행동 패턴이다. 다른 여러 가지 행동 패턴이 자연 변이를 통해 생겨났겠지만 그중 위와 같은 행동이 뻐꾸기의 생존과 번식을 더욱 유용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뻐꾸기들의 본능이 그런 것이다.


넷째 반론은, 종 간 교배는 왜 불임을 낳는가, 하는 점이다. 이 질문에 이미 유전학자들은 완벽한 답변을 제시해 놓았다. 체세포분열의 경우 분열 전에 염색체를 복제하는데, 생식세포의 경우 감수분열을 하기 때문에 염색체 복제 과정이 생략된다. 한 개의 세포 안에 2n개의 염색체가 있는데 만약 체세포경우와 똑같이 분열 전에 염색체 복제 과정을 거친다면 엄마에게 2n개, 아빠에게 2n개를 받아 총 4n개의 염색체를 갖게 될 것이다. 당연히 그 자식은 태어날 수 없다. 복제없이 2n개의 염색체가 n개씩 나뉘어져야 엄마·아빠에게 각 n개씩 염색체를 받아 부모와 똑같이 2n개의 염색체를 가진 생명으로 태어난다.


하나의 염색체 안에는 수없이 많은 염기가 줄지어 섰다. 그런데 염색체 전체 수뿐 아니라 하나의 염색체 안에 줄지은 염기의 개수 또한 생물종마다 다르다. 호랑이와 사자는 감수분열시 염색체가 정확히 반으로 쪼개진다. 그 반반의 염색체가 만나 라이거를 탄생시키지만, 그 라이거가 성체가 되어 감수분열을 하면 염색체는 정확히 반으로 쪼개지지 못하고 제멋대로 나뉘어진다. 만약 라이거에게 세포당 2D개의 염기가 있다면, 어떤 생식세포는 D+a개의 염기를, 다른 생식세포는 D-a개의 염기를 가지게 되고, 또 어떤 생식세포들은 D+b개, D-b개 등 염색체마다 가지고 있는 염기의 수는 제각각이게 된다, 그래서 암컷 라이거와 수컷 라이거의 생식세포에서 얻은 수정체의 염색체 속 염기의 수 또한 제각각이게 된다. 자연히 그 수정체는 발생하지 못한다.


마지막 다섯째 반론은, 이주하기 어려운 다른 지역에 비슷한 생물이 분포하는 건 왜일까, 하는 점이다. 현재의 진화론자들은 다윈의 의견에 거의 동의하면서 몇 가지 사소한 추가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하나는, 원래 동일한/가까운 지역이었으나 종분화 이후에 지리적인 원인으로 지역이 격리되는 경우가 있다는 대답이다. 또 하나는 해당 생물종의 뛰어난 이주 능력이다. 조류는 말할 것도 없다. 흥미롭게도 1995년 카리브해의 앙길라 섬에서 나무 조각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녹색 이구아나 15마리를 발견한 사례가 있다. 그런 식으로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얼마나 많은 이동 사례가 있었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중요한 다른 답변으로, 생태학자들은 유럽과 호주에는 비슷한 포유류가 단 한 종도 발견된 적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외딴 섬에서 포유류를 발견한 사례는 아예 없다. 만약 신이 생물을 창조했다면 왜 각 대륙마다 서로 다른 포유류를 살게 했을까. 창조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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