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서 부정적이게 될까, 부정적이어서 우울해지는 걸까?"
날짜 : 2025. 07. 01 ❘ 요일 : 화요일 ❘ 날씨 : 흐리고 더움 ❘ 활동성 : 개운
오늘을 한 줄로 제목 붙인다면?
우울은 생각을 낳고,
생각은 감정을 낳고
오늘 어떤 일이 있었나요?
온몸에 끈적함을 주는, 추적추적 단비가 내리는 날씨. 하지만 요 며칠간 산책을 나오지 못해 안달 난 인간 한 명과 그 옆을 지키는 작은 견 두 마리. 몸이 근질근질해 죽겠는데, 어떻게 산책을 포기할쏘냐. 굵은 장대비가 아닌 이상 비 내리는 날씨라고 나의 의지를 막을쏘냐. 아침 아홉 시, 강아지 배변봉투, 물병이 담긴 가방을 챙겨 메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오늘의 목표는 근처의 작은 산 하나를 타는 것. 그렇게 산책이 시작되었다.
한 시간 정도 걸었나. 고요한 산속을 걷는 동안, 문득 어제가 떠올랐다. '내가 오늘 이렇게 활기차게 다닐 수 있는 건 어제의 우울 덕분이야'라는 생각과 동시에.
어젠 참 우울했다. 어떤 우울, 어제의 우울에 이런 이름을 달아주고 싶다. 몇년전만 해도 온종일 우울할 때가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하던 일이 폭삭 망했던 당시. 하지만 지금은 상황도 많이 나아졌고, 그때 감정 정리도 많이 해둔 덕에 우울이란 감정을 많이 정화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는 불쑥 우울이 튀어나온 것이다. 왜일까? 우울을 물고 늘어지며 내면을 부지런히 돌아보니, 불쑥 그 우울을 꼬리 잡아 어떤 생각들이 흘러나왔다. '내 인생 왜 이따구임?' 이유를 묻고 따지지 않는 정말 막연한 생각이었다. 부정적 생각, 나를 나락으로 밀어 넣기에 딱 좋은 생각이니 난 이 생각을 그렇게 부르겠다. 하루 종일 지속되는 우울한 감정이 부정적 생각을 몰고 왔다.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우울한 감정이 부정적 생각을 데리고 오는 걸까, 부정적인 생각이 우울감을 만드는 걸까? 이 긴밀하게 엮인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감정을 다시 선택해서 높은 주파수로 유지할 순 없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엔 우울한 감정이 더 나아지지는 않았다. 다만 온전히 하루를 우울하고 나니 오늘은 확실히 개운함이 배가 되었다. 이 덥고 습한 날씨에 산책도 두 시간이나 하고도 체력이 남아돌 만큼.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울함은 나를 정화하는 시간이었어. 내 안에 가둬진 나도 몰랐던 감정이, 우울이라는 감정으로 흘러나와 치유의 시간을 가졌을지도. 우울을 용서하자. 우울이 날 위해 일하고 있으니.'
그 일과 마주한 나의 감정은 어땠나요? (복수 선택 가능)
☐ 기쁨 ☐ 평온 ☐ 슬픔 ☐ 분노 ☐ 불안 ☐ 혼란
☐ 충만 ☐ 지루함 ☐ 두려움 ☐ 기타 : 우울, 침체
감정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또는 한 줄로 정리한다면?
어제 : 비구름 가득한 날씨처럼 무겁고 눅눅한 마음
오늘 : 나비의 날갯짓처럼 가벼운 마음
그 감정을 토닥여 준다면, 뭐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요?
우울, 네가 왔구나. 왜 왔을까? 난 너에게 엮여 있는 내 안의 깊은 생각이 궁금해.
이 감정을 유지하고 싶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울이 부정적인 생각을 일으키는 걸까, 아니면 부정적인 생각이 우울을 일으키는 걸까. 이번엔 그 점을 분명히 알고 싶어서.
이 감정을 바꾸고 싶다면, 어떤 감정으로 바꾸고 싶은가요?
우울을 더 커다란 관점으로 품어주고 싶다. 심경이 무겁고 괴롭다고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도 지금의 나이기에 느끼고 알아챌 수 있는 하나의 감정이라고, 그런 생각으로 이 감정을 품고 싶다.
감정을 돌아보고 있는 오늘의 나에게 보내는 한 마디
감정 다이어리를 꾸준히 쓰는 편은 아니지만 확실히 쓰고 있으니 감정을 바라 보는 관점에 많은 도움이 되어 준다는 걸 느낀다.
첫째, 감정을 나와 분리시켜 바라볼 힘이 생겼다.
둘째, 단지 감정뿐 아니라 감정 저변에 깔린 생각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셋째, 감정이 나의 어떤 점과 연관되어 있는지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되었다.
넷째, 감정의 정화작업을 믿게 되었다.
다섯째, 감정을 통하여 말을 거는 내면의 소리에 더 세심하게 귀 기울이게 되었다.
그래서, 나 정말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이대로 잘해보자. KEEP GO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