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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다이어리 _ 불안 : 너의 기분이 내게 온다면

상대의 기분 따라 안절부절 나부끼면 드는 감정

by 프리여니v
날짜 : 2025. 08. 22. 금요일
날씨 : 뜨거움 ❘ 활동성 : 활기참



제목
당신의 화가 나에게 닿는다면



겪은 일, 혹은 생각


나의 짝꿍은 무언가 하나에 꽂히면 밤이고 낮이고 없다. 일단은 무조건 얼른 끝장을 내고 봐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집중해야 할 일이 생기면 잠을 안 자는 건 물론이거니와 평소보다 더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의 집중력과 예민함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건 나이다. 나는 그 모습이 굉장히 믿음직스럽고, 대단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예민함이 나에게 언제 날아들까 예의주시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대해 그다지 눈치를 보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곧잘 잊고 그냥 편안히 내 할 일을 하곤 한다. 그러다가 불쑥... 나에게 화살이 날아들면 그제야 아뿔싸 하고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요즘 우리의 주요 교통수단은 전기 자전거. 그래서 우리 집 앞에는 전기 자전거 두대가 다정한 모습으로 나란히 서있다. 그런데 며칠 전, 짝꿍의 전기 자전거 바퀴에 구멍이 나고 말았다. 짝꿍의 출퇴근을 담당해 주는 자전거라 수리를 해야 하는데... 짝꿍은 이런 곳에 돈을 쓸 수 없다며 자가 수리에 나섰다. 바퀴와 필요한 기타 장비를 인터넷에서 주문해 둔 그 주 주말에 짝꿍의 능력을 발휘할 시간이 왔다. 한 새벽 두 시부터 시작되었나? 자전거를 거실에 가져다 두고 뚝딱뚝딱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고 꿀잠을 잤다.


그의 수리는 내리 몇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내 자전거 바퀴도 갈아주는 매우 친절쓰하고 나이스한 짝꿍씨. 자신의 자전거 바퀴는 갈았는데, 내 자전거 바퀴는 갈다가 고무튜브가 터졌단다. 게다가 내장재 분리 리무버가 부러지는 바람에 당장 바퀴를 갈 수가 없다고 하는데... 얼른 끝내야 마음이 편한데 끝내지 못해 잔뜩 불편한 상태가 된 짝꿍씨. 그때 시간이 아침 일곱 시. 그리고 다이소나 마트에 들러 리무버를 사야 한다고 잔뜩 벼르다 잠에 들어 다행히 잠깐 조용해진 짝꿍.


몇 시간 자고 일어나더니 씻고 나가 리무버를 구해 온 짝꿍. 그리고는 자전거 바퀴 갈기 2차전이 시작되었다. 한참을 뚝딱뚝딱하더니 짝꿍은 곧 나에게 이것저것 잔잔바리 심부름을 시키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좋아하는 드라마 재탕을 하던 중이었다. 나는 곧잘 심부름을 잘하다가 드라마에 푹 빠지고 말았고, 짝꿍의 예민함은 곧 화가 되어 날아올 준비를 마쳤다. "자기야, 자기야~"를 두 번 이상 외쳤을 때, 짝꿍의 분노가 폭발했다. "아니, 나 너의 안전을 위해서 이렇게 애를 쓰고 있는데 좀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표현이 직설적인 짝꿍은 참지 않고 폭발을 했다. 예전엔 각자 일을 더 중요시 여기는 나와 서로 함께 하자는 주의의 짝꿍의 의견이 맞닿지 않아서 이런 일로 자주 싸우곤 했지만, 요즘엔 서로를 배려하며 최대한 존중하게 되었는데... 그러나 그날은 예민함을 장착한 그의 화가 나에게 닿았다. 그리고 나의 마음에 곧 불안이 생겼다. '아뿔싸, 내가 너무 안일했군.'


그때부터 더 이상 나에게 드라마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소파에 누워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으니 곧 잠이 왔다. 강아지를 품에 안고 강아지와 함께 잠깐 잠에 빠져들고만 나... 그리고 화를 낸 게 미안한 지 다시 내 눈치를 살피러 온 짝꿍… 그 와 중에 자고 있는 내가 어이없어서 웃음이 터져 서로를 보는 나와 짝꿍.


그 뒤엔 합의점을 찾아 난 짝꿍 옆에 붙어 바퀴 가는 걸 구경하면서 자전거 사건은 평화롭게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다다다.




그 일과 마주한 나의 감정 (복수 선택 가능)

☐ 기쁨 ☐ 평온 ☐ 슬픔 ☐ 분노 ☐ 불안 ☐ 혼란

☐ 충만 ☐ 지루함 ☐ 두려움 ☐ 기타 :




감정을 표현한다면

마음은 두근두근, 눈에는 아무것도 안 들어오고, 오잉? 곧 잠이 몰려오네?



감정에게 하고 싶은 말

안녕, 불안! 짝꿍의 화가 나에게 넘어오자 내 안에 네가 생겼어. 나는 마음이 콩닥거렸고, 놀랐고, 그 무엇도 집중이 되지 않았지. 문득 생각해 보니 그랬어. 한때의 난 그 무엇에도 집중을 잘하지 못했고, 하기 싫은 마음이 컸고 잠도 많이 와서, 난 내가 게으르다고 생각했다는 걸.


그런데 그날의 네가 내 안에 있음을 뚜렷하게 느끼다가 곧 잠이 오는 날 보면서 난 알았어. '아, 그때의 난 매우 불안했었구나' 그리고 한 가지 더. '난 불안을 잠으로 풀어내는 경향이 있구나.'


불안아, 나에 대해 한 차원 더 깊게 알게 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상대의 기분이 나에게 넘어오거나 크고 작은 다양한 사건이 나를 쉽게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감정을 유지한다면 그 이유

잠 하나는 끝내주게 잘 왔다. 그래서?! 그보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로는 불안한 마음이 꽤 도움이 된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유독 나의 내면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마도 불안 덕일지도 모르겠다.


감정을 바꾼다면 바꾸고 싶은 감정

바꾸고 싶다. 불안하면 세상의 그 무엇에도 흥미가 일지 않는다. 공부를 하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쉽지 않다. 그리고 제 아무리 재미있다고 소문이 난 게임이나 드라마, 영화에도 집중이 잘 안 돼서 재미를 잘 느끼지 못한다. 쉽게 무기력해지고, 우울감을 느낀다.


나는 불안을 부드러운 감정으로 바꾸고 싶다. 마음은 평온하고 머리는 고요하게.


나에게 한마디

감정 다이어리를 쓰는 일은 매우 재미있는 일이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도움이나 될까,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생각이 많았지만 쓸수록 나는 오직 하나를 알게 된다. '이건 나에게는 매우 도움이 되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감정을 살피는 일은 내면을 돌보고 깊이를 더하는 데다, 자가 치유를 하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내 감정 돌봄을 통해, 감정과 연관된 생각이, 나에게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갈수록 깨닫는다. 그래서 "나, 정말 잘하고 있어"라고 오늘도 나에게 말해줄 거다.



+Too Much Information 생각 정리


[나의 선언]

당신의 화는 나의 것이 아닙니다. 때로 그 화가 나에게 닿을지라도, 나는 그 경계를 분명히 할 것입니다. 내 마음을 돌보는 본능적인 방법인 잠을 한숨 잔 뒤, 나는 내 마음 상태를 결정하겠습니다. 불안한 상태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나의 마음 상태인 평온으로 옮겨갈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기분을, 그리고 나의 마음을 용서하고 보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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