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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건 Sep 18. 2022

정신과 치료의 1번, 약물치료

12일 차. 라포의 중요성

정신과의 치료에 대해 말하자면 약물치료부터 시작해야 한다.


약물치료는 가장 보편적이고 널리 알려져 있는 정신과의 치료방법이다. 저렴하기 때문에 가격적인 면에서 부담도 적다. 처방을 위한 상담 시간을 제외하면, 치료에 따로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


특히 우울증이 급성으로 온 것이 아니라 나처럼 만성화된 경우에는 다른 치료보다 약물장복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다른 치료들이 딱히 효과가 없었고, 약물치료만으로 우울증이 나았다. 그래서 더 약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하고 읽어주기를 바란다.


약물치료가 효과가 있는 것과 별개로, 정신과 약 먹자마자 상태를 호전시켜 주지는 못한다.


물론 '필요시' 약처럼 즉시 기분을 바꾸어 주는 약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필요시' 약들은 대부분 진정제다. 정신이 느슨해질 뿐 기분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순간적으로 진정을 한 뒤에는 졸음이 몰려오고 늘어진다. 일상생활을 하며 항시 복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통한 우울증 치료는 장기적으로 보는 것이 기본이다. 기분이 항상 안정되게 만드는 것목표.


약을 성실하게 복용하면, 서서히 기분의 파도를  잡아 내릴 수 있게 된다. 기분의 파도가 얕아지면 기분이 일으키는 사건이나 생각, 걱정이 점차 사라진다.

렇게 되 잠잠한 기분 더욱 오래다.  몸과 정신이 적응하기 시작한다. 잠잠한 시간이 오래 지속될수록, 약의 효과는 점점 필요 없어진다. 몸과 정신이 안정된 익숙한 기분을 유지하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약물치료에서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 이제는 매일 약을 먹지 않고도 안정된 기분이 유지된다. 이 상태로 접어들기까지 2년간 먹은 약들은 다음과 같다.


산도스 설트랄린정, 명세핀정, 리보트릴정, 아고틴정, 브로마제팜정, 산도스 에스시탈로프람정, 스타브론정, 데파스정, 폭세틴캡슐.

 들이 내 우울증 완화되기까지 도을 주었다.


하지만 당신이 나와 똑같이 질병코드 F32, 우울에피소드를 갖고 있더라도 전혀 다른 약을 먹게 될 수도 있다. 질병코드가 같다 하더라도 환자의 상태와 의사의 판단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연하다. 당신이 다른 가더라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다른 치료를 받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의 다리가 부러졌다면 일단 다친 부위에 대해서만큼은 이견을 다투기 어려울 것이다. 다리가 부러진 것이 보이니까 말이다.


반면 정신과는 다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가 어떻게 다친 상태인지 판단하는 것부터가 진료의 시작다. 의사에 따라 내가 어떤 병을 가졌는지부터 어떻게 치료할지까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자신과 잘 맞으면서도 성의 솜씨있는 정신과 의사를 찾는 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병원을 개원한 의사보다는 대학병원 근무 경이 있는 의사에게 진료받기를 추천한다. 대학병원에서 많 환자를 만나며 경험을 쌓아서인지는 몰라도, 상담과 약 처방 등 다양한 방면에서  유연하게 대처해 주었다. 또한 입원과 같이 응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 실질적인 조언을 해 줄 수도 있다. 직접 대학병원에서 근무해 본 만큼 그 조언이 믿음직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병원 근무 경력 여부보다도 자신과 잘 맞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의사를 신뢰할 수 없어 내 병증을 이야기하기 어렵다면 의사의 화려한 경력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의사와의 신뢰관계가 병 호전에 그렇게 중요한가 싶을 수도 있다. 다른 진료과에서는 몰라도 정신과에서만큼은 의사와 환자 사이 상호 신뢰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을 라포 형성이라 부르며, 이를 갖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나 또한 병원을 옮 라포가 얼마나 정신과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해보기 전까지 정신과에서 왜 그렇게 라포를 중요하는랐다.


나는 A병원의 의사가 주는 약은 믿고 꾸준히 복용했었다. 그 의사는 내 말을 들어주었고, 내 의견을 존중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인 사정으로 잠시 B병원으로 옮겼을 때에는 라포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 그 의사는 첫 상담에서 내가 경험한 가정폭력 트라우마에 대해 넘겨짚어 이야기했다.

그 순간 나는 '이 의사와 이야기하기 싫다'라고 생각했. 그 의사가 처방한 약을 믿고 먹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내 병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처방한 약이 무슨 대단한 효과가 있겠어?'


이 생각 내가 약 복용을 게을리하게 만들었다. 나는 힘들 때에만 일시적으로 약을 먹었고 당연히 효과가 미미했다.


다시 A병원으로 돌아오게 된 후에는 약을 장복했다. 그 결과 우울증이 나았다.


A병원과 B병원에 다닐 동안  성격이 크게 변한 것도 없었고, 병명도 F32 우울에피소드로 같았.


그런데 의사와의 라포 형성에 따라 이렇게 결과가 달라졌다. 결국 정신 병증은 의사나 약물의 힘으로만 는 것이 아니다. '상호' 신뢰관계, 환자 힘도 받쳐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약 없이 환자의 힘만으로 정신병이 나을 수 있는 말은 절대 아니다. 정신력이 부족해서 약을 복용한다는 죄책감도 갖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마치 열이 떨어지지 않을 때 해열제를 먹은 일을 부끄러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의사와 약을 찾기만 한다면 정말 편해질 이다. 더 나아가 병이 완전히 낫는 사람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의사와 약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나의 경우를 말하자 맞는 의사를 찾기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병명과 처방은 쉽게 결정되었다. 아마 내가 병원에 내원하기 전에도 다양한 상담센터를 전전하며, 내 우울에 대해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서 치료가 빠르게 진행된 것 같다.


하지만 환자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모를 경우 병 확실히 보기 위하여 여러 검사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13일 차에서는 자신이 아픈지조차 알지 못했던 환자가 받은 정신과 검사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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