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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건 Sep 11. 2022

가정폭력에서 정신병 안아키로 살아남기까지

11일 차까지, 당신의 우울증 표류기 1장을 마치며

<당신의 우울증 표류기> 1장은 나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가정폭력으로 인해 우울증을 갖게 되고, 약 없이 '정신병 안아키'로 크고, 마침내 성인이 되어 정신과에 내원했다가, 귀찮아서 약 복용을 내 멋대로 그만두고, 상태가 안정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다시 내원했다가 마침내. 매일 우울증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작품 제목을 <나의 우울증 표류기>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우울증 표류기>또한 맞는 제목이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나와 비슷한 과정을 겪 때문이다.


일단 나와 같이, 우울증 환자들은 정신과 내원부터 진행이 막히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게 내버려 둔 병증은 당연히 악화된다. 결국 최악의 상태로 정신과에 내원한다. 약을 처방받 먹는다. 그 뒤 두 경우로 나뉜다.


첫 번째는 우울증 약의 효과나 부작용에 당황해서 정신과 내원을 중단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약을 먹어서 생활이 나아지는 경우다. 첫 번째 경우보다 나아 보이지만 의외로 결말이 비슷하다. 우울증이 다 나은 것처럼 느껴져서 약을 먹는 일이 번거로워진다. 그렇게 약을 멋대로 복용 중단한다. 다시 병증이 심해진다.


두 경우 모두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다시 내원하는 것이 좋은 방향다. 내원하지 않는다면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다. 우울증이 저절로 나으면 좋겠지만, 그런 행운이 잘 찾아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인생이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고 언제나 사건이 우리를 우울하고 괴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계획한 <당신의 우울증 표류기> 1장만 해도 그렇다. 원래 1장은 10일 차로 딱 맞추어 끝낼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라. 11일 차가 마지막 편이다. 나 혼자, 누구의  방해도 없이 쓴 글인데 계획이 어그러졌다.

이런 식으로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여전히 짜증 나고 거슬리고 불편하고 우울하다. 1장인데 11편이라니 이상해 보이잖아. 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11편이 꼭 필요한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런 생각이 든다.


11일 차에서 말한 대로 지금은 우울증 약을 매일 먹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가끔씩 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불쾌해지면, 짜증이 나면, 우울해진다. 그러면 나는 나를 돌봐야 한다. 약을 먹거나 기분을 전환시킬 만한 우울증 민간요법행해야 한다. 바쁘면 약을 먹어서 해결해야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좀 있으니 민간요법을 선택하겠다.


산책을 하고 왔다.


걸으며 생각해보니 1장이 10일 차로 끝나는 것보다 11일 차로 끝나는 게 더 멋다. 111의 연속이니까. 역시 우울을 밖에다 던져두고 니 모든 것이 더 투명하게 보인다. 결국 이건 내 작품이다. 내 마음대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처음부터 111편으로 끝낼 계획이었던 셈 치면 되지. 안 그런가?


마음이 진정되었다. 이제 마저 정리해보자.

1장은 우울증 환자가 여러 기관의 도움을 받아 버티다가 마침내 내원하여 증상이 완화되기까지의 정신적 상태, 감각과 감정 위주로 다루었다.

본인이 우울증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내 우울증 증상과 사례를 보여주고 내원을 독려하고 싶었다. 더 빨리 내원하고 덜 아프기를 바랐다. 더해 병증으로 인한 고통에도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 나 또한 <당신의 우울증 표류기> 1장을 쓰며 다른 사람뿐 아니라 과거의 나도 위로할 수 있었다. 이 위로를 통해 우리가 조금이나마 가까운 사이가 되었기를 바라 본다.


2장에서는 MMPI, 가족상담, TCI, 경두개자기자극술 등 정신과 병원의 치료에 대해 다룰 것이다. 어떤 치료가 있는지 알아야 도움을 받을 수 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신과 치료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자신의 정신질환을 완화시켜 주는 치료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버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2장에서 정신과에서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치료를 전하고자 한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리기 위해 내가 받은 치료뿐 아니라 가족들이 받은 치료도 적을 것이다. 따라서 등장인물이 늘어나고, 다루는 내용더 정보 위주가 되는 등 1장과 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1장의 목적은 여전히 2장에서도 유효하다. 정신과 내원 치료를 독려하여 고통을 단축시키는 것 말이다.


2장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2장은 환자와 함께 환자의 친구나 가족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정신에도 이런 치료가 있고,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구나. 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정보 위주라고 해도 여전히 감성적인 면도 위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것은 여전히 질병코드 F32, 우울에피소드를 가진 내가 겪은 나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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