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와 불안 속 추억
예기치 못한 공포,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하며 오랑시의 시민들은 혼동에 빠진다. 다가오는 두려움에 혼란과 공포로 물든 도시.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 쉽게 말하지만 그러한 죽음의 공포가 눈 앞에서 자신의 도시를 휩쓸자 사람들은 말 그대로 '대혼란'에 빠지게된다. 우리의 현재 상황과 별반 다르지않다. 도시 봉쇄와 지역 이기주의적 모습. 소설 속의 모습들이 현시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 소설에서 눈에 띄는 문장이 있다. '서로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초조와 불안 속에서 겁먹은 토끼처럼 당황하며 추억을 되씹었다' 소설 속 흐름과 맞지않는 문장이다. 특히 '초조와 불안 속 추억' 이란 표현은 앞뒤가 맞지않았다. 그럼에도 소설을 읽으면서 어색함이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우리는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고통과 불안감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느끼고 추억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한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인간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책의 결말 부분에서 페스트의 병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세균의 습격은 인간과 오랜기간 함께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백신의 개발을 기다리며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길 바래야할까? 어쩌면 세균의 공포에서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점은 바로 인간다운 모습이지 않을까. 인간의 사랑이란 감정이 세균의 습격으로부터 이겨낼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