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파카 Aug 20. 2020

걸리버 여행기 - 실천편

문유석 판사의 쾌락독서를 읽고.

문유석 판사의 책 "쾌락독서" 에는 저자가 학창시절부터 읽어왔던 책에 대한 생각과 독서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일기처럼 소개되어 있다.

다양한 에피소드들 중에서도 걸리버 여행기를 읽고 저자가 자신에게 적용해본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배가 풍랑을 만나 바다에서 표류하던 걸리버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소인국에 도착하게 된다. 소인국에 홀로 있는 거인 "걸리버"의 눈에는 사소해 보이는 그들만의 작은 세상 속에서 정치와 권력을 위해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걸리버는 가소롭다는 생각을 한다.


저자는 소인국에 홀로 있는 걸리버가 소인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 벌어지는 상황들을 멀찍이 저 높은 하늘 위에서 바라본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 보자고 제안한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그 지구에서도 자그마한 나라 한국, 그 한국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사람. 그 사람들이 일상속에서 벌이는 일들을 걸리버가 소인국 사람들을 보듯이 바라보자는 것이다.

사람 자체를 폄하하거나 무시하자는게 아니라, 당장 기가막히고 화가나고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들을 잠시 한걸음 물러서서 멀찍이서 바라볼 줄 아는 관점을 갖자는 것이다. 일희일비를 피하자는 것이다.

저자의 "걸리버 관점주의"를 책에서 접하고 일상에서 문득문득 시도해보려고 노력해본다.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사건들에 무분별하게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본다는 생각으로 감정을 우선하기 보다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시도한다.

'그래 시간이 지나고 이 사건을 되뇌이면 별일이 아니지'
'언론에서 아무리 떠들어 대더라도, 누군가가 볼때는 소꿉장난 처럼 보일수도 있겠지'
'저 사람에게 화를 내는게 나에게 남는게 무엇일까. 그러려니 참아버리자'

소인국의 걸리버처럼 생각하는 것이 완전한 내 습관이 되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감정이 격해질때면 차분히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 점은 몇 번의 자가 테스트를 통해 충분한 효과가 검증되었다. (물론 나와같은 성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효과가 있을수도 있지만.)

사람이 특정한 상황과 감정을 객관화 하는 것은 중요한 능력이다.
국어사전에서 객관화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자기에게 직접 관련되는 사항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거나 생각하는 일.

자기가 겪고 관련된 일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거나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객관화 시켜서 생각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하거나 개인의 욕망과 무의식의 영향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는 실수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은 아닐까?

아무튼 코로나로 인해 당연했던 일상이 무너지고,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교회라는 이기주의 집단이 미쳐 날뛰는 뉴스들이 가득해 차마 뉴스를 보고싶지 않더리도...

멀찍이 한걸음 뒤에서 소인들을 바라봤던 걸리버 처럼 담담하게 지켜보는 습관을 꾸준히.. 꾸준히.. 이어가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사일구 - 윤태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